▲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왼쪽)과 서지현 전 검사가 지난해 3월 13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지귀연 재판부'의 윤석열 구속 취소 결정에 대한 검찰의 즉시항고 제기를 촉구하며 각각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유성호
"과거의 나라면 직접 수사 옹호했겠지만..."
-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 후 두 분 모두 SNS에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썼다. 어떤 의미인가.
박 : 검찰권 남용의 구조를 해체하긴 했지만 여전히 검사는 영장 청구권과 기소권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막판에 보완수사권으로 논쟁이 매몰되면서 영장 청구권, 기소권의 통제에 대해선 법안에 담지 못했다. 여전히 검사는 많은 권한을 갖고 있고 그 권한을 남용할 우려가 크다. 검찰개혁 법안이 잘 안착해 이를 통해 검사의 권한이 건강히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급하게는 형사소송법 개정과 병행해 다뤄야 할 법 179개와 하위 법령 900여 개가 있다. 뿐만 아니라 예규나 매뉴얼, 지침 등도 수백, 수천 개가 있다. 이것들을 제대로 제·개정해 시스템으로 정착시켜야 한다. 이 과정에서 비협조나 태업이 없도록 시민들께서 매의 눈으로 지켜봐 주셔야 한다.
서 : 수사·기소 분리는 선진 형사사법체계의 기본이다. 이 기본이 시작되는 데에 70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검찰이 강력한 수사권을 갖고 있었다 보니 제도가 바뀌는 것에 공포와 두려움이 큰 것도 이해한다. 그런 만큼 검·경의 협력, 피해자 보호 방안 등 정교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이제 시작인 것이다.
-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보완수사권을 포함해 검사에게 일말의 수사권도 남지 않게 됐다. 이렇게 조치해야 했던 핵심 이유는 무엇인가.
서 : 검찰이 절대악이라서, 검찰에 보복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어떤 기관도 수사권·기소권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동시에 가져선 안 된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다. 검찰은 원래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다만 일제강점기 고문으로 점철된 경찰 수사를 견제해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예외적 임시 조치로 검찰에 수사권이 부여됐었다. 그런데 70년 넘는 기간 수사권, 기소권, 영장청구권, 공소유지권, 형집행권 등 막강한 권한이 검찰이라는 한 기관에 집중됐다. 그 결과를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사건이 조작·은폐되고 검찰이 정권의 도구처럼 쓰였다. 그러더니 검찰은 결국 자신들의 왕을 대통령으로 만들고 검찰정권 하에서 정치적 수사를 부끄러움 없이 자행했다. 내란에 일부분 역할을 했다는 것도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검찰이 유독 나빠서가 아니라 집중된 권력은 필연적으로 부패한다. 선진국 대부분이 수사·기소를 분리한 이유다. 민주주의는 사람의 선의를 믿는 제도가 아니다. 권력을 나눠 견제하도록 만들고 이로 인해 생기는 필연적 비효율을 최소화하기 위해 함께 고민하는 고단한 인내의 이름이다. 이번 논란에서 '유능한 검찰이 계속 수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보며 광복 직후가 떠올랐다. 단순히 비교할 순 없겠지만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를 추적·고문하던 경찰들이 치안 공백, 수사 역량 등을 이유로 다시 대한민국 경찰로 복귀했을 때 그때 국민들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박 : 덧붙이자면 '피해자 보호를 위해 검사가 수사권을 계속 가져야 된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 그동안 검찰이 피해자 보호에 성실했나. 우리는 검찰이 은폐한 너무도 많은 성폭력 사건들을 기억해야 한다. 서지현이 안태근에게 당한 성폭력 피해에 당시 (처음에는) 수사도, 감찰도 진행되지 않았다. 한동훈의 처남 진동균이 저지른 후배 검사 성폭력도 (처음에는) 어떤 징계도, 수사도 진행되지 않았다. 김학의 사건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이 사건 피해자는 두 번이나 고소했지만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음에도 검찰이 2차 수사, 즉 보완수사권으로 사건을 은폐했다. 이러한 사건들을 모두가 기억하고 있는데 피해자 보호를 내세워 검사의 수사권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을 보며 기가 막혔다.
- 검사의 경찰 통제를 위해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는, 보완수사 요구로는 경찰 통제가 어렵다는 의견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박 : 보완수사 요구의 실질화를 통해 경찰 통제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보완수사는 당연히 필요하다. 다만 이를 누가 할 것인지를 두고 논쟁이 있어 왔다. 검찰에서 지난 3, 4월 보완수사를 얼마나 했는지 통계를 발표한 바 있다. 해당 통계에선 전체 사건의 50% 이상을 검찰이 보완수사를 했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제가 실제로 얼마나 보완수사가 이뤄졌는지 세부적인 통계를 받아봤다. 실질적인 보완수사는 검사가 참고인이나 피의자를 부르고 영장을 청구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게 약 5.8% 정도였다. 검찰이 50% 이상이라고 했던 사례의 대부분은 참고인·피의자를 부르거나 영장을 청구하는 것이 아닌 수사 보고의 형식이었다.
1년에 피해자가 있는 사건이 약 100만 건 정도 된다. 이 중 5.8%면 5만 8000건 정도다. 이러한 양의 보완수사를 경찰에서 잘하도록 검사가 요구하면 되는 것이다. 보완수사 요구의 실질화를 어떻게 이룰 수 있을지 이번 법안에 촘촘하게 담았다. 먼저 보완수사를 요구할 때 서면으로, 구체적으로, 내용과 방식을 첨부하도록 했다. 또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KS, 킥스)의 사건번호를 그대로 유지하도록 했다. 기존엔 사건번호가 없어져 버리기 때문에 검·경 사이에서 '핑퐁'의 우려가 있었는데 사건번호를 유지하면 검사로서는 내 사건이 경찰에 갔다가 그대로 나에게 오게 되므로 책임 소재가 생긴다.
그리고 경찰은 보완수사의 결과를 1개월 내에 검사에 통보해야 하고, 구속 사건이나 공소시효 임박 사건의 경우 검사가 긴급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아주 긴급한 경우에는 사건 기록이 오가는 데에 시간이 걸릴 수 있으므로 관계 서류나 증거물을 송부하지 않고도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 '추완'이란 제도도 만들었다. 이렇듯 이번 개정한 법에는 오히려 경찰이 더 잘 할 수 있도록 검사가 통제하고 또 서로가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촘촘히 담았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 검사 출신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이 7일 서울 종로구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민
서 : 저는 검사로 일할 때 직접 수사를 매우 많이 했다. 그땐 하루에 사건 8건의 관계자 25명을 조사하는 등 한 달에 수백 명을 직접 조사했었다.
박 : 서지현은 여성 1호 특수부 검사다.
서 : 당연히 사건에 따라 직접 수사가 더 빠르고 편하기도 했다. 그래서 과거의 나라면 '직접 수사가 효율적'이라고 말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검찰의 여러 폐해를 경험하면서 검사의 역할이 직접 뛰는 선수가 아니라 수사의 법률적 완결을 위해 방향을 제시하는 감독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검사로 일하며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어떤 법리를 더 검토해야 하는지, 어떤 증거를 확보해야 하는지 아주 구체적으로 적어 8포인트로 A4용지 2~3장이 넘는 보완수사 요구서를 경찰에 보낸 적도 많다. 검사가 직접 수사하지 않더라도 보완수사 요구로 자신의 역할을 다하면 수사의 완결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럼에도 검찰은 '우리가 수사하지 않으면 망한다'고 얘기한다. 책임을 다하지 않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신속과 효율이 우려된다면 사건 발생 초기부터 전산시스템 공유, 협의체 구성 같은 긴밀한 협력체계를 마련하고 조기자문 제도, 동일 사건번호 유지 등으로 보완하면 된다. 이렇듯 경찰을 통제하고 수사의 완결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야지 그것을 영원히 '유능한 검사의 수사'에 맡길 순 없다. 더해 일부에선 검사가 전혀 수사에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하고 '전 국민이 변호사를 선임해야 한다'라고 호도하는데 그렇지 않다. 형사소송법 195조는 검사의 수사협력 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그런 의무를 충실히 하면 보안수사 요구권으로 얼마든지 충실히 수사에 역할을 할 수 있다.
"검·경 대립? 영화 속 이야기"
-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요구와 협의'라는 절차가 생긴 셈인데 검·경 간 협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수사의 지연·부실 및 사건의 암장 가능성은 없는지 등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서 : 영화나 드라마에 주로 검·경이 대립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그렇지 않다. 저희도 검사 생활할 때 경찰을 수사하는 파트너로 생각했지 대립하는 이들로 여기지 않았다.
박 : 저는 오랫동안 형사부에서 근무했다.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 성폭력, 교통사고, 가정폭력 등 사건을 주로 맡았다. 이런 사건들에서 검·경은 굉장히 잘 협력한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피해자가 있는 100만 건 중 보완수사가 진행되지 않은 약 95%는 대부분 경찰이 수사한 그대로 검사가 공소장을 써 기소한다. 이런 사건은 검·경이 서로 협력해 영장도 신청·청구하고 보완수사 요구도 잘했기 때문에 양측이 불화할 일도 없고 그래서 공론화될 일도 없다. 그런데 일부 사건을 이유로 검·경이 불화하고 마치 경찰이 엄청나게 부패한 것처럼 호도되곤 하는데 이 점은 아쉽다.
물론 나쁜 경찰도 있다. 그런데 또 나쁜 검사도 있다. 즉 검찰개혁은 개별 경찰, 개별 검사를 거론하며 '누가, 누가 잘못했나'를 따지는 문제가 아니다. 나쁜 범죄를 처벌하는 데에 검·경의 의사가 다르겠나. 이번에 형사소송법을 개정하며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에 따라 경찰이 송치할 경우 양측이 사전에 협의하도록 정해놨다. 보완수사 요구를 이행하지 않을 시 검사가 경찰의 징계를 요구할 수도 있다. 이전의 경우 검사에게 수사권이 있었기 때문에 경찰과 협력하기보다 '그냥 내가 해버리지'라는 식으로 사건을 처리했고 그래서 문제가 있는 경찰의 징계도 요구하지도 않았다. 이제는 보완수사 요구권를 실질화했기 때문에 검사가 경찰에 좀 더 개입할 수 있게 됐고 오히려 협력하는 모습으로 관계를 안착시킬 수 있을 것이다.
서 : 검·경 대립이란 말은 추상적이다. 새로운 제도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에 우려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럴수록 지금이 시스템을 가장 정교하게 만들 기회라고 생각해야 한다. 예전엔 검사가 경찰 단계의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기 어려웠다. 이제는 사건 접수 단계부터 진행 상황을 전산으로 실시간 공유해야 한다. 그 시스템을 잘 구축해야 할 것이다. 사건번호의 동일성 유지와 책임 수사관제 실시 그리고 보완수사 요구의 미이행 시 가능한 징계 요구권을 실질화하는 등 사건 지연을 막을 노력도 필요하다.
경찰도 검찰도 완벽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어느 기관을 더 믿느냐가 아니라 어느 기관도 마음대로 할 수 없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정보 공유, 법리 협의, 보완 요구, 기한 관리, 책임 명확화 등을 모두 시스템으로 설계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사람을 믿는 제도가 아니라 최선의 제도를 만드는 체제이기 때문이다. 나는 '부족하면 고치면 된다'는 말을 매우 싫어한다. 제도의 시행착오는 통계 속 숫자가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을 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완벽한 제도는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처음부터 완벽한 제도를 만들겠다는 각오만큼은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 검사 출신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이 7일 서울 종로구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한 인터뷰를 하며 준비해 온 자료를 가리키고 있다.
이정민
- 두 분 모두 최근 SNS에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가보지 않은 개혁의 길이기에 발생할 시행착오도 있을 것"(박은정)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형사사법체계의 정교함을 갖추기 위한 제도적 설계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제도적 설계의 방향성은 무엇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서 : 수사·기소 분리는 목적이 아니라 출발점이다. 그것보다 '국민이 이전보다 더 공정한 수사를 받을 수 있는가', '피해자가 이전보다 더 보호받을 수 있는가', '억울한 사람이 이전보다 더 줄어들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더 중요하다. 앞으로의 제도적 설계는 수사의 완결성과 책임성, 절차의 공정성, 피해자 보호의 원칙 위에 세워져야 한다.
박 : 그동안 우리는 검찰 만능주의 시각을 갖고 있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돼 곧 시행을 앞두고 있는 지금도 누군가는 검사만이 정의롭고 검사만이 유능하다는 얘기를 이어가고 있는데 그런 시각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특히 윤석열 사단의 특수부 검사들이 직접 수사한 그 기준대로 수사권의 프레임이 잡혀 있었던 것 같다. 검사가 수사로 정치하는 이 시대에 종언을 고해야 한다. 검사의 수사가 정치면 1면에 실리는 시대가 끝났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검사가 건강한 국가기관으로서 이제 경찰 수사를 통제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경찰의 수사는 보다 인권을 보장하고 범죄 피해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검사의 통제를 받으며 나아갈 것이다.
*<[다시 만난 두 검사②] 서지현의 호소 "미투 땐 검사, 이번엔 법조인 동료들 잃었지만..." https://omn.kr/2jdkj>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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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의 저편을 바라봅니다. extremes88@ohmynews.com
팩트 앞에 겸손하겠습니다. 사회부 법조팀 김화빈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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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 대신 쓸쓸함, 서지현·박은정 "검찰개혁은 전리품 아닌 뼈아픈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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