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성호 토끼풀 편집장이 배재고 사태, 청소년 SNS 규제, 10대 극우화 등을 주제로 이야기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10대 극우화라는 주제로 이야기하는 게 벌써 5, 6번째쯤 되는 것 같아요. 계속 이야기하고 있는데도 해결되지 않고, 저 말고 다른 청소년들이 이런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것도 토끼풀 말고는 거의 본 적이 없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청소년 독립언론 토끼풀의 문성호 편집장은 최근 반복해서 '10대 극우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스타벅스의 5·18 탱크데이 파문과 배재고 사태, 청소년의 SNS 이용을 제한하려는 정부 정책까지. 문 편집장이 이 문제들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 사회가 청소년을 '문제의 당사자이자 해결의 주체'로 보기보다 '계도하고 통제해야 할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 편집장은 10대 극우화를 청소년 개인의 일탈이나 특정 사이트의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청소년이 정치와 사회 문제를 토론할 기회는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 반면, SNS에서는 극단적인 정치 콘텐츠를 끊임없이 접하는 구조가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다. 청소년의 SNS를 막거나 몇 시간짜리 민주시민교육을 하는 방식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도 지적했다.
지난 7월 23일 저녁 서울시 종로구 민언련 교육관에서 문성호 토끼풀 편집장을 만나 배재고 사태, 청소년 SNS 규제, 10대 극우화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학생들이 다 잤다'가 핵심 아닌데, 언론은 그것만 받아썼다
- 배재고 민주시민교육, 무엇이 문제였나.
"우선 배재고 학생들에게 왜 강의를 했는지 잘 모르겠다. 야구부 학생들이 혐오표현을 사용했다고 해서 배재고 학생 전체를 교육하는 게 맞는지도 의문이다. 교육 대상도, 강연이라는 방식도, 교육 시점도 문제였다. 근본 원인은 해결하지 못했다.
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은 민주화 역사 등을 강의했다고 했는데, 배재고 학생들을 취재해 보니 '지루한 역사 교육을 듣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강의 시간에 자지 않았던 학생 2명도 강의를 열심히 들은 게 아니라 둘이 정치 이야기를 하며 토론하고 싸우느라 안 잤다고 하더라. 그런 식의 강의로는 안 될 것 같다.
제대로 된 교육이 무엇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지금의 학교 구조와 사회 구조를 바꿔야 할 일이지 교육 1~2시간으로 해결될 일은 아니다. 일베 교육을 받아서 일베가 된 건 아니지 않나. 그런데 '교육 1~2시간 하면 다 해결되겠지' 하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 같아 아쉽다."
- 토끼풀의 <[단독] 배재고 학생 "2시간짜리 민주시민교육, 다 잤다> 보도 뒤에는 학생들이 (교육 중에) 잤다는 내용만 크게 확산됐다.
"저희가 지적하고 싶었던 건 학생들이 잤느냐 안 잤느냐가 아니다. 극우화와 혐오표현을 해결하겠다면서 왜 계속 1~2시간짜리 교육만 하는지, 이런 방식이 실제 효과가 있는지 이야기하고 싶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학생도 같은 점을 지적했고 저희도 그렇게 읽히길 바랐다.
그런데 상당수 언론이 '다 잤다'는 부분만 받아썼다. 학생들이 왜 잘 수밖에 없었는지를 봐야 하는데, '민주시민교육 하는데 다 잤다', '배재고 학생들이 나빴다'는 식으로 접근하다 보니 오히려 배재고 학생들을 향한 혐오로 번지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스마트폰 뺏고 SNS 막는다고 해결되나, 셧다운제 반복될 것
- 청소년 SNS·스마트폰 규제는 어떻게 보나.
"저는 그런 정책을 '스마트폰 뺏는 정책', '스마트폰 압수법', 'SNS 뺏기'라고 표현한다. 청소년 의견은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청소년을 계도 대상으로 보고, '우리 불쌍한 청소년들을 다시 올바른 상태로 되돌려놔야 한다'는 시선으로 접근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지금까지 SNS를 어떻게 소비해야 하는지 제대로 가르쳐준 적도 없으면서 갑자기 '너 그냥 그거 쓰지 마' 하는 게 과연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호주가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이용을 금지했지만 호주 뉴캐슬대학교 연구 결과를 보면, 청소년 대상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85%는 규제 시행 3개월 뒤에도 여전히 SNS를 이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우회하거나 부모님 명의를 쓰는 경우도 있을 거다. SNS 금지 자체의 실효성이 낮다.
저는 2010년생인데 인스타그램에는 2000년생으로 등록돼 있다. X는 1990년대생, 페이스북은 2000년생이다. 구글은 한 1945년생인가 그렇다.(웃음) 저도 이렇게 쓰는데 다른 청소년들은 훨씬 더 많이 우회해서 사용할 거다. 실제 나이를 그대로 입력해 쓸 청소년은 10%도 안 될 거라고 본다.
게임 셧다운제도 다 우회해서 이용하지 않았나. 혹평이 쏟아지고 결국 폐지됐다. SNS 금지도 비슷할 가능성이 크다. 여러 부작용만 남긴 뒤 몇 년 지나 없어지는 정책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 스마트폰 사용을 막으면 극단적 콘텐츠 노출은 줄지 않나.
"실제 학교에서는 오히려 정반대의 일이 벌어진다. 원래 각자 스마트폰으로 자리에서 조용히 게임하던 학생들의 스마트폰을 뺏으니 노트북이나 태블릿을 가져온다. 그러면서 한곳에 모여 극우 콘텐츠를 같이 보기도 한다. 학교 전자칠판으로 극우 콘텐츠를 틀거나 포르노를 보는 경우도 있다.
스마트폰만 없앤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거다. 청소년 인권침해 여부를 떠나서 실효성이 없다. 청소년이 단속과 계도의 대상에서 벗어나 동등한 공론장 구성원으로 인식돼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일베의 대중화', 사이트 없앤다고 사라질 문제 아니다
- 지금의 10대 극우화를 어떻게 보나.
"요즘은 약간 '일베의 대중화'에 가까운 것 같다. 예전 일베가 상대적으로 소외된 학생들의 어두운 문화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주류 가까이까지 온 것 같다. 그래서 '일베의 대중화'라고 표현하는 게 맞다고 본다.
'배재고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배재고 학생들이 나쁘다'고 접근해선 안 된다. 일베 사이트 하나를 폐쇄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일베가 대중화됐다는 건 극우화와 혐오표현이 이미 일베 사이트 밖으로 나와 사회 곳곳으로 퍼졌다는 뜻이다. 사이트 하나를 없애는 식으로 접근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 만 13에서 18세의 청소년 1,697명을 대상으로 MBC <탐사기획-스트레이트>와 함께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어떤 결과가 나왔나.
"'평소 뉴스를 어디서 접하느냐'고 물었는데 복수응답 기준으로 78%(1,324명)가 SNS에서 뉴스를 접한다고 답했다. SNS로만 뉴스를 접한다는 청소년도 26%(463명)였다. SNS에서 정치 콘텐츠를 얼마나 자주 보느냐고 물었을 때도 '하루 여러 번'과 '하루 1회' 응답 비중이 57.6%로 꽤 컸다. 적지 않은 청소년이 매일 정치 콘텐츠를 접하고 있다는 것이다."
- 주로 어떤 정치 콘텐츠를 보나.
"'힢헙(Hiphub)'이라는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다. 청소년들이 많이 보고 댓글을 달고 공유하는 채널이다.
'당일개표·수개표·부정선거·재선거' 같은 내용도 있고,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이나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근거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게시물, 여성 경찰관을 비난하는 콘텐츠 등이 있다. 이런 계정이 일부 10대에게는 뉴스를 접하는 거의 유일한 창구가 되고 있다.
설문조사에서 SNS상 정치 콘텐츠를 얼마나 사실로 믿는지도 물었다. '보통', '대체로 믿음', '전적으로 믿음'을 합친 응답이 대부분이었다. '보통'을 곧바로 '신뢰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적어도 완전히 거짓으로 여기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많은 청소년이 이런 정보를 어느 정도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거다.
영향력도 크다. 팔로워가 6.6만 명인데 조선일보(2.1만 명)와 한겨레(3.8만 명)를 합친 것보다 많다."

▲ 일부 10대들이 뉴스를 접하는 ‘힢헙(Hiphub)’ 인스타그램 게시물
힢헙(Hiphub)
극우 알고리즘 만드는 데 30분, 언론 아닌데 '언론'으로 인식
- SNS 알고리즘 영향도 큰가.
"제가 안 쓰는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극우 성향 계정만 팔로우하면서 일부러 알고리즘을 극우 쪽으로 만들어본 적이 있다. 30분 정도면 되는 것 같다. 극우 계정들을 팔로우하고 관련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다 보면 추천 콘텐츠가 극우 콘텐츠로 채워진다.
청소년들은 친구들도 이런 계정을 많이 보고 팔로우하니까 더 빠르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또래 집단의 영향까지 더해져 알고리즘이 쉽게 한쪽으로 쏠리는 거다.
그 과정에서 청소년들이 이런 콘텐츠를 무분별하게 소비한다. 언론 기능을 제대로 하지 않는 계정이나 콘텐츠를 '언론'처럼 접하면서 생기는 해악도 크다."
- '10대 보수화' 자체가 문제인가.
"10대 보수화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이 보수화가 전통적인, 상식이 있고 대화가 가능한 보수라기보다 극우에 훨씬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건강한 보수와 건강하지 않은 보수가 있다면 지금 나타나는 현상은 해로운 보수에 가깝다. 보수화 자체를 막아야 한다는 게 아니다. 극우가 아니라 서로 대화가 가능한 보수로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문제는 보수 자체가 아니라 극단적인 보수가 너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 이야기 막으니 또래끼리만 대화, 더 격해질 수밖에
- 10대 극우화를 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정치토론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설문조사에서도 약 80%가 학교에서 정치토론 수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런데 청소년들은 어른들과 정치 이야기를 하기 어려워한다. '네가 틀렸다'고 단정하거나 이야기를 듣기보다 가르치려고 한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내 의견을 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 '정치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다'는 청소년도 많다.
부모나 교사 등 어른들과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게 불편하지 않다고 답한 청소년은 20% 정도밖에 안 된다. 80% 정도는 불편해하는 거다."
- 학교에서는 정치토론이 없나.
"정치 교육을 거의 하지 않는다. 저도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초등학교 때 배우고 그 뒤로는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 토론도 초등학교 때 이후로 거의 해본 적이 없다.
토론을 너무 하고 싶어서 학교 토론 동아리에 들어갔는데 무슨 토론을 하냐면 '메시와 호날두 중 누가 축구를 더 잘하느냐', '호날두가 한국에 와서 노쇼를 했으니 메시가 더 낫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주제를 놓고 토론한다(웃음).
이런 기상천외한 주제로는 토론하면서 정작 정치에 대해서는 토론하지 않는다. 역사교육도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 그럼 정치 이야기는 어디서 하나.
"<스트레이트>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학교에서 학생들이 나누는 정치 대화의 주요 키워드로 부정선거, 윤석열, 이재명, 계엄, 탄핵 등이 나왔다.
학교에서는 이런 주제로 공식적인 정치토론을 하지 않으니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청소년들끼리 이야기한다. 어른들과도 제대로 대화하지 못하니 또래 집단 안에서 생각이 용광로처럼 격해질 수밖에 없다.
청소년들에게 공론장에 참여할 기회를 줘야 한다. 실제 결정권을 가지고 결정에 참여할 때 큰 효능감을 느낀다. 그런 경험을 한 청소년들이 극단적인 방향으로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본다."
'우리 청소년을 믿는다'며 현실 외면, 학교에 있는 청소년 말은 왜 안 믿나
- 어른들과 이야기할 때 가장 답답한 점은.
"일단 이야기를 들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다만 10대 극우화 자체를 믿지 않는 경우가 있어 아쉽다. 모든 기성언론이나 어른이 그렇다는 뜻은 아니다.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위치에 있는 분들이 오히려 현실을 믿지 않는 경우가 있다.
청소년 교육을 총괄하는 자리에 있는 분들이 '나는 우리 청소년들을 신뢰한다', '우리 청소년들이 극우의 길로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면 '학교에 있는 청소년이 지금 10대가 극우화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왜 안 믿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일을 해결할 권한이 있는 어른들이 정작 현실을 믿지 않는다는 게 우려스럽다.
10대 극우화는 어떻게 보면 '두려움'으로 장사가 되는 주제이기도 하다. 최근 나온 청소년 SNS 규제도 비슷하다. '우리 아이들이 SNS를 너무 많이 봐서 극우가 되는 것 아닌가', '중독되는 것 아닌가' 걱정하는 부모들의 두려움을 활용하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청소년을 막고 통제하는 정책부터 내놓기 전에 왜 청소년들이 그런 콘텐츠를 보는지, 어떤 환경에 놓여 있는지를 먼저 봐야 한다."
10대 극우 이야기하면 토끼풀부터 찾아, 다른 청소년 목소리도 나왔으면
- 청소년 당사자 목소리가 너무 적다는 지적도 했다.
"'10대 극우화가 문제구나', '청소년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고 하면 토끼풀에 연락해야겠다는 생각을 먼저 하시는 것 같다.(웃음)
그래서 저도 똑같은 이야기를 계속 해야 한다. 지금은 잠꼬대로도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숙달됐다. 피로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저는 10대 극우 전문가가 아니다. 그냥 청소년 언론의 편집장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10대 극우' 분야에서 신빙성 있는 사람처럼 여겨지면서 여기저기서 연락이 온다. KBS, MBC, SBS부터 신문사까지 기성언론 연락을 많이 받는다.
제가 직접 인터뷰하는 건 어렵지 않다. 그런데 언론사에서 저한테 인터뷰할 다른 청소년까지 섭외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저는 섭외 전문가도 아니고 안 된다고 하는데도 계속 요청한다. 언론이 그런 점은 정말 반성했으면 좋겠다."
- 더 많은 청소년이 직접 이야기해야 한다는 건가.
"그렇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청소년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현실 정치와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면서도 청소년들의 현실과는 가까운 사람들이 더 많이 이야기했으면 한다.
물론 청소년들이 이런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하기 어려운 환경이라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그 환경부터 바꿔야 한다.
10대 극우화도 결국 마찬가지다. 청소년을 통제하고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만 보면 풀기 어렵다. 청소년들이 직접 말하고 토론하고 결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계속 10대 극우화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다만 청소년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보거나 '교정해야 할 존재'로 바라보는 방식은 아니었으면 한다. 청소년을 동등한 공론장의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 문성호 토끼풀 편집장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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