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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서 인기'... 미국살이 10년, 이걸 보게 될 줄이야

    [2026, K뷰티 전성시대] 미국 일상 속 K-뷰티의 확산, 한인타운 화장품 매장 고객 80%가 미국인

    등록 2026.08.27 11:56수정 2026.08.27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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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의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해외 소비자들이 왜 K-뷰티에 열광하는지 이유를 찾아보고, K뷰티가 일시적 유행을 넘어 지속 가능한 글로벌 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방향성도 함께 모색해 봅니다.[편집자말]
    몇 년 전만 해도 한국 출장을 가는 동료들에게는 특별한 임무가 하나씩 있었다. 아내가 적어준 '올리브영 쇼핑 리스트'를 해결하는 일이었다.

    "이거 어디서 살 수 있어?"

    출장지 근처 올리브영 매장을 대신 검색해주고, 리스트에 적힌 한국 화장품이 무엇인지 알려주곤 했다. 한국 출장은 평소 구하기 어려웠던 화장품을 쟁여와 아내에게 점수를 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이제 미국에서 한국 화장품을 발견하는 일은 어렵지 않게 됐다.

    아마존 같은 온라인 쇼핑몰은 물론이고 코스트코에 가도 한국 화장품이 보인다. 화장품 전문점인 세포라(Sephora)와 울타((Ulta)에서도 한국 브랜드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미국 생활 10년 차인 내가 자주 이용하는 곳은 티제이맥스(T.J. Maxx)나 마샬스(Marshalls) 같은 상설 할인매장이다. 매장에 갈 때마다 어떤 한국 화장품이 들어와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소소한 재미다. 선택의 폭이 넓지는 않고 개봉되거나 반품된 제품이 섞여 있어 발품을 팔아야 하지만, 한 장에 15달러씩 하는 마스크팩 등 눈여겨봤던 한국 화장품을 반값, 때로는 3분의 1 정도의 가격에 발견하기도 한다.

    한국에 갈 때마다 쟁여왔던 화장품 리스트의 목록이 날로 간소해지고 있다. 이제 K-뷰티는 '한국에 가면 사 오는 물건'에서 '미국에서 평소에도 살 수 있는 물건'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한국 화장품 사는 사람들


     미국 버니지나주 한인타운 애난데일에 위치한 한국 화장품 로드샵 매장
    ▲ 미국 버니지나주 한인타운 애난데일에 위치한 한국 화장품 로드샵 매장 황진영

    그렇다면 실제로 미국에서 한국 화장품을 사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나처럼 해외에 사는 한국인일까. 직접 한인마트에 입점한 한국 화장품 매장과 한국 화장품 로드숍(단독으로 자리한, 한 브랜드의 제품만 파는 매장)을 찾아가 물었다. 예상과 조금 다른 답이 돌아왔다.

    매장 관계자들이 체감하는 한인과 비한인 고객의 비율은 대략 20대 80. 한인타운에 자리 잡은 한국 화장품 가게지만 오히려 미국인 고객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미국인 고객이 주로 찾는 제품에 대해 물어보니 미백이나 주름 개선, 비타민C 등 효능을 앞세운 기능성 스킨케어 제품의 인기가 높고, 메이크업 제품 가운데서는 비비크림을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궁금해졌다. 그렇다면 이들은 무엇을 사야 할지 어떻게 알아내는 것일까.

    매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잘 팔리는 제품은 대체로 SNS에서 뷰티 인플루언서들의 리뷰템으로 화제가 되었거나 한국의 올리브영 등에서 인기 제품으로 소개된 것들이었다. 매장에 와서 진열대를 천천히 둘러보다 우연히 발견한 아이템을 사는 것이 아니라, 이미 온라인에서 특정 제품에 대한 정보를 접한 뒤 그 제품을 사러 매장을 찾는 경우가 많다는 것. 말하자면 한국발 '핫 아이템'의 정보가 SNS를 통해 전 세계로 퍼지고 미국 소비자의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셈이다.

     미국 버지니아주 세포라 매장 내 스킨케어 존
    ▲ 미국 버지니아주 세포라 매장 내 스킨케어 존 황진영

    한인타운이 아니라 미국의 대형 화장품 전문점 세포라에서도 K-뷰티 제품을 발견할 수 있게 된 것은 꽤 오래전 일이다.

    매장에서 만난 직원에게 K-뷰티 열풍에 대해 물었더니 최근 1~2년 사이 인기가 눈에 띌 정도라고 한다. 실제로 내가 방문한 매장에는 스킨케어 존을 특별히 꾸며 놓았고, 해당 존에는 한국 브랜드의 제품들이 있었다. 진열대 곳곳에는 '한국에서 인기(Popular in Korea)', '한국산 선크림 모음' 등의 문구도 보였다.

    올해 한국에 다녀오면서 사 온 화장품 목록은 확실히 줄었다. 리스트에 있던 제품 대부분을 미국에서도 구할 수 있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현재 온라인에서 확인되지 않는 제품들도 '조금 기다리면 들어오겠지' 하는 마음이 들어 예전만큼 화장품을 쟁여오지는 않게 된다.

    한국에서 휴가를 보내고 사무실로 돌아왔을 때는 동료들이 건넨 인사가 재미있었다.

    "역시, 한국 다녀왔구나?"

    평소 외모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조심스러워하는 미국 직장 내 풍경을 감안하면 다소 의외의 인사라고 할 수 있다. 달라진 머리 스타일과 피부가 눈에 들어온 모양이다. 자연스럽게 한국의 미용실과 화장품 이야기가 오갔다. 어떤 제품을 쓰는지, 한국에서는 어디에서 사는지 묻는 말도 이제 낯설지 않다. K-뷰티가 사무실의 스몰토크 주제가 된 것이다. 어쩌면 내가 미국에서 지난 10년 동안 지켜본 가장 큰 변화인지도 모르겠다.

    '핫 아이템' 다음에 필요한 것

     세포라 매장 내 한국 화장품 진열대
    ▲ 세포라 매장 내 한국 화장품 진열대 황진영

    K-뷰티의 가장 큰 장점 가운데 하나는 속도다. 새로운 성분과 제형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소비자의 반응에 민감하게 움직인다. 문제는 그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질 때다.

    한국의 다른 소비문화에서도 종종 보이는 것처럼 하나의 제품이나 성분이 인기를 끌면 비슷한 제품이 한꺼번에 쏟아진다. SNS에는 같은 제품에 대한 콘텐츠가 반복되고, 어느 순간 또 다른 '핫 아이템'이 나타나면 이전 제품은 빠르게 밀려난다.

    사실 SNS 속 핫템들을 따라가는 게 쉬운 건 아니다. 유행의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미국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한국에서 SNS를 통해 화제가 된 제품이 미국 소비자에게 알려지고 실제 매장에 진열될 즈음이면, 한국에서는 이미 새로운 성분과 제품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미국에 살면서 한국의 뷰티 정보를 꾸준히 접하는 나조차 새로운 제품과 성분의 이름을 모두 따라가기 벅찰 때가 있다.

    빠른 변화는 새로운 제품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K-뷰티의 힘이지만, 동시에 해외 소비자가 특정 제품에 정착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한 번의 호기심은 구매를 만들 수 있지만, 붐은 언젠가 지나가게 마련이다. 유행이 지나도 다시 찾을 수 있는 제품, 한 번 써본 사람이 두 번째, 세 번째 구매로 이어갈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

    미국에서 K-뷰티가 일상적인 선택지가 된 지금, 이제 필요한 것은 유행을 만들어내는 속도만큼이나 한 번 구매한 소비자가 다시 찾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일이 아닐까.
    #K뷰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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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여기, 우리의 힘을 믿으며 진짜 나를 찾기 위해 읽고 쓰는 사람. 미국 동부에 머무르며 한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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