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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고력 신장일까, 사교육 성장일까... 대입개편안 논의 우려

    [주장] 형식을 바꾸는 일에 반대하는 것 아냐, 형식을 바꿔 구조의 문제를 덮는 일에 반대

    등록 2026.08.12 12:07수정 2026.08.12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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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일인 지난해 11월 13일 강원 속초시 장사동 속초고등학교에 마련된 수험장을 향해 수험생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일인 지난해 11월 13일 강원 속초시 장사동 속초고등학교에 마련된 수험장을 향해 수험생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교육위원회가 검토중이라고 알려진 수능 개편안 중 검토된 내용이 일부 드러났다. 객관식 문항에 서·논술형을 일정 비율 섞고, 답안 작성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시험을 이틀에 나눠 치르며, 중고교 6년 동안 서·논술형 평가를 훈련시켜 수능에 대비하게 한다는 구상이다. (서울신문, 2026. 8. 11.)

    국가교육위원회는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지만, 검토 대상에 올라 있다는 사실만은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방안은 교육적 선의를 담은 거의 모든 요소가 변별이라는 벽 앞에서 차례로 무력해지는 구조다.

    객관식이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

    객관식이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는 교육적으로 뛰어나서가 아니다. 채점이 빠르고, 정답이 분명해 시비가 붙지 않으며, 모두가 같은 기준으로 채점된다는 형식적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서·논술형이 한 문항이라도 섞이는 순간 이 셋은 함께 사라진다.

    가채점은 불가능해지고, 채점 기준을 둘러싼 분쟁이 시작되며, 채점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심이 시험 전체로 번진다. 그렇다고 서·논술형이 기대하는 수업 변화가 오는 것도 아니다. 객관식이 함께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속도와 정확도를 겨루는 훈련과 논지를 세우는 훈련을 각각 따로 감당해야 한다. 부담은 비율대로 나뉘지 않는다. 2배 이상으로 더해질 뿐이다.

    희망하는 학생만 서·논술형을 치르게 하고 대학이 가산점을 주면 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수도권 주요 대학과 의약학계열에 대한 선호가 그대로이고 변별 수준이 유지되는 한, 상위권을 바라보는 학생에게 선택지는 없다. 모두가 응시하는 순간 선택제는 이름만 선택일 뿐이다.


    시험을 이틀로 늘리는 문제도 가볍지 않다. 시험장으로 지정된 학교의 교육과정 결손은 두 배가 되고, 준비와 감독, 보안, 학생 이동과 안전 관리에 드는 인력과 예산도 그만큼 늘어난다. 대입 논의에서 이 비용이 정면으로 계산된 적은 한 번도 없다. 계산되지 않은 비용은 사라지지 않는다. 학교가 조용히 떠안을 뿐이다.

    이 모든 것보다 무거운 모순이 하나 남아 있다. 초등학교부터 6년, 아니 12년을 글쓰기에 쏟는다고 하자. 변별용 수능 대비로 점철된 글쓰기 훈련이 의도한 효과를 발휘할 것인지는 의문이지만, 아이들의 문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가정해보자. 그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1등급은 여전히 4%다. 한국에서 수능은 학생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시험이 아니다. 정해진 인원을 가려내는 시험이다. 1등급의 자리는 아이들의 실력이 아니라 상위권 대학과 의약학계열의 모집 정원이 정한다.

    전체 수준이 올라가면 그 자리를 나누기 위해 난이도가 올라간다. 절대평가로 전환한들 이 자리의 크기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이 잘 쓰게 될수록 더 어렵게 출제되고, 결국 대다수가 제대로 써내지 못하는 지점에서 다시 균형이 잡힌다.

    훈련량이 늘어난 만큼 요구 수준도 함께 올라가기 때문에, 12년을 더 가르쳐도 도착지는 같다. 우리가 얻는 것은 사고력의 신장이 아니라 사교육 시장의 성장, 그리고 학생들의 더욱 급격한 소진과 학업 포기가 될 것이다.

    우리는 상대평가가 문제라 해서 절대평가를, 오지선다가 문제라 해서 서·논술형을 논의한다. 그러나 변별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면, 형식을 아무리 바꿔도 바뀌는 것은 누가 어떤 종목에서 탈락하느냐일 뿐이다. 현재 수준의 변별을 포기할 용기가 선행되지 않으면 종목 변화는 아무런 교육적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

    구조의 문제를 형식을 문제로 접근해선 안 돼

    형식을 바꾸는 일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형식을 바꿔 구조의 문제를 덮는 일에 반대한다. 한 줄로 세우는 기능을 그대로 둔 채 문항 형식만 갈아 끼우면, 부담은 줄지 않고 자리만 옮긴다.

    이제는 다른 질문을 해야 한다. 어떻게 변별할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는 왜 이렇게까지 변별해야 하는지 물어야 한다. 평가 혁신을 이뤄내고 싶다면, 현재의 변별 시스템을 해체하고 이를 국민에게 설득할 용기를 발휘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는 일은 그 질문에 답한 뒤에 시작해도 늦지 않다. 아니, 그 질문에 답하지 않으면 우리가 가르치는 것은 글이 아니라 채점 기준에 불과할 것이다.
    #수능 #절대평가 #서논술형 #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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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제와 혐오의 논리를 넘어서 개인의 입장이 모두 존중받는 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현직교사로서 교사노조연맹, 부산교사노조, 중등교사노조의 일원으로서 공교육정상화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교사노동조합연맹 대의원 -중등교사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 -부산교사노동조합 대변인 겸 부위원장 -부산 기장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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