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의를 진행하는 이후승 박사
이경호
생물의 분포와 개체 수를 조사하고 이를 지도에 표시하는 것은 단순한 숫자와 지도를 만드는 작업이 아니다. 어떤 생물이 어디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개체가 존재하는지, 그리고 그 생물들이 살아가기 위해 어떤 공간과 환경이 필요한지를 파악하는 과정이다.
생물다양성의 개념도 살펴봤다. 생물다양성은 많은 종류의 생물이 존재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종의 다양성뿐 아니라 같은 종 안에서 나타나는 유전적 다양성, 그리고 생태계의 다양성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 박사는 생물다양성을 설명하면서 '콩'을 사례로 들었다. 오늘날 전 세계에서 재배되는 콩의 기원이 우리나라인 점을 강조하고 현재는 미국 농무부 대두 유전자원센터에도 한국 토종콩 수천 종이 보존돼 있다고 소개했다. 생물다양성이 단순히 자연보전의 가치만 갖는 것이 아니라 농업과 식량, 의약품 등 경제적 가치와도 연결된다는 설명을 위해 콩이야기를 진행했다.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일은 자연을 위한 일이면서 동시에 인간의 미래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국제사회는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공동의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목표 가운데 하나가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육상과 해양의 30%를 보호지역 등 효과적인 보전수단으로 보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30%일까? 이 박사는 30%라는 숫자가 단순한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생태계의 회복력과 기후위기 대응을 고려해 설정된 과학적 최소 마일스톤이라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 지구 생태계가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수준을 유지하고 대멸종을 막기 위한 궁극적인 목표는 더 높은 수준의 보전이며, 2030년 30%는 2050년까지 더 높은 보전 수준으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단계라는 것이다.
기후위기 대응에서도 생태계 보전은 중요하다. 육상과 해양 생태계가 인간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상당 부분을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것은 멸종을 막는 것뿐 아니라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자연의 능력을 유지하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보호지역의 면적만 늘린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 박사는 우리나라 멸종위기 야생생물 지정 종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멸종위기종을 바라볼 때 단순히 개체 수만 확인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번식지에 대한 조사와 개체군의 유전적 다양성에 대한 고려가 충분하지 않은 현실을 지적했다.
생물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개체 수뿐 아니라 유전적 다양성이 중요하다. 같은 종이라도 다양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야 환경 변화나 질병, 새로운 위협에 대응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정 유전형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하나의 질병이나 환경 변화가 전체 개체군을 위협할 수 있다.
강의에서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유전자 풀의 개념도 소개됐다. 다양한 유전자가 충분히 유지되어야 개체군의 생존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개체 수가 줄어들거나 서식지가 단절되면 유전자 풀이 축소될 수 있다. 특히 도로 건설과 같은 개발로 서식지가 물리적으로 나뉘면 개체군 사이의 이동과 교류가 어려워지고, 결국 유전적 다양성까지 감소할 수 있다.
따라서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몇 마리가 남아 있는가'를 확인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암수의 비율과 번식 가능성, 개체군의 크기, 서식 공간의 규모와 연결성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

▲ 청년생태해설가 양성교육 진행모습
이경호
이 박사는 국립공원 역시 이러한 측면에서 취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국립공원이 잘못됐다는 의미가 아니라, 기존의 보호지역 정책만으로는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의 유전적 다양성과 장기적인 생존을 충분히 보장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생물에게 필요한 것은 하나의 섬처럼 고립된 보호지역이 아니라 연결된 서식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념으로 OECM(기타 효과적인 지역기반 보전수단)도 소개됐다. 모든 지역을 보호지역으로 지정할 수 없는 현실에서, 보호지역 밖에서도 실질적으로 생물다양성 보전에 기여하는 지역을 활용해 생태적 연결성을 확보하자는 접근이다. 하지만 OECM 역시 단순히 개발사업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중요한 것은 이름이나 지정 자체가 아니라 실제로 생물다양성 보전에 효과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보호지역만 보전한다고 해서 생태계가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보호지역과 완충지역, 주변 지역이 서로 연결되어 생물이 이동하고 번식할 수 있어야 한다. 보호지역을 섬처럼 고립시키면 장기적인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은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 해외의 보호지역 사례를 소개하면서 보호지역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는 지정 면적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주변 지역과의 연결성, 생태적 기능, 관리체계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생태축 정책도 같은 관점에서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백두대간 등 기존 생태축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생태적 연결성보다는 지형적 의미가 강조되는 경우가 있다는 지적이다. 강의에서는 생물다양성의 가치를 경제적 가치로만 환산하려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 경계해야 하는 점을 지적했다.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을 이야기하면 곧바로 경제적 가치와 비용을 따지는 문화가 만들어졌지만, 자연의 가치는 경제적 가치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보호지역은 자연을 위한 울타리인가, 아니면 미래를 위한 약속인가. 이 박사는 보호지역을 생물에게 남겨진 '마지막 공간'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마지막 공간을 지정하는 것만으로 생물다양성을 지킬 수는 없다. 서식처를 연결하고,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고, 개체군과 유전적 다양성을 유지하며, 보호지역 주변까지 생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결국 필요한 것은 자연을 단순히 현재 상태로 유지하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훼손된 생태계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다. 'No Net Loss(순손실 없음)'에서 'Net Gain(순증)'으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청년생태해설가 양성교육은 앞으로도 생물다양성과 보호지역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대전의 다양한 생태현장을 직접 찾아갈 예정이다. 자연을 바라보고, 기록하고, 사람들에게 그 이야기를 전하는 과정을 통해 참가자들은 생태해설을 넘어 시민과학자이자 자연과 사람을 연결하는 역할을 배우게 된다. 자연을 지키는 일은 결국 우리가 살아갈 미래의 공간을 지키는 일이다. 보호지역은 자연에게 남겨준 마지막 공간이면서, 동시에 미래 세대에게 보내는 최소한의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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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지역은 자연을 위한 울타리일까, 미래를 위한 약속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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