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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6.08.12 17:53수정 2026.08.12 17:53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남편은 편의점 배송 노동자다. 배송 지역은 대구부터 시작하여 경주, 포항, 밀양까지 다양하다. 휴무인 팀원의 지역을 대신 맡아 배송하다 보니 매일 가는 곳도 다르다. 시내 배송은 밤 11시쯤이면 집으로 돌아오지만, 장거리인 경주나 포항은 새벽 1시가 다 되어야 한다. 그야말로 들쭉날쭉하다.
여름 휴가철에는 경주나 포항 쪽으로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 편의점에서는 평소보다 두세 배 많은 물건을 시킨다. 그러다 보니 본 배송 외에 지원 배송까지 업무량이 그만큼 늘어난다. 편의점 배송 기사들은 반나절 휴식도 쉽지 않다. 집에서 몸에 좋은 음식을 준비해 주어도, 늘어나는 업무 탓에 여름이면 어김없이 살이 쑥쑥 빠진다.
지난 10일, 남편이 시내로 배송을 갔다. 대략 마칠 시간 무렵 언제쯤 집에 도착하는지 전화로 확인하고 음식을 준비하는 편이다. 그날은 더위에 입맛 잃은 남편이 그나마 상큼하게 먹을 수 있도록 월남쌈을 준비했다. 6가지 채소를 채 썰고 고기를 볶으며 맛나게 먹어주려나 기대하던 참이었다. 재료를 접시에 담아 냉장고에 넣고 전화를 걸었다. 평소에는 '작가님!' 하며 장난스럽게 전화받던 사람인데, 낮고 긴장된 목소리로 받는 바람에 내 마음도 덩달아 불안해졌다.
"잠깐만, 나 사고 났어."
그 소리에 가슴이 철렁거렸다.
"몸은 다친 데는 없고?"
다행히 몸은 다치지 않았지만 사고 처리 후 배송을 마치려면 늦을 거라고 했다.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덧붙이고 전화를 끊었지만, 그때부터 안절부절 긴장이 엄습해 왔다.
남편이 이 일을 시작한 지 12년 정도 되었다. 2년 정도 되었을 때 동료가 사고사를 당했다. 내리막길에 주차하고 물건을 배송하려다 주차 브레이크가 풀리면서 화물차가 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동료는 막아보려다 사고가 났다. 지나다니는 차도 사람도 없는 지역인 데다 새벽 3시쯤이어서 한참 시간이 지난 아침에 발견되었다는 비통한 소식을 듣고 남편에게 항상 조심하라고 말해 왔다.
불과 몇 달 전에도 동료가 비슷한 사고를 당했다. 편의점에 물건을 내리고 주차해 둔 차를 찾지 못했단다. 주차 브레이크가 풀린 차가 미끄러져 언덕 아래로 굴러갔단다. 다행히 사람은 다치지 않았지만, 차를 수리하는 데만 일주일 넘게 걸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오싹하였다. 여러 번의 사고를 계기로 지금 동료들은 내리막길에서는 바퀴 고임목을 끼워놓는다고 한다.
그 동료는 지난해에도 사고가 크게 난 적이 있어 차를 새로 바꾸기도 했다. 그때 밤낮으로 휴식 없이 일하다가 부주의로 사고가 난 것이었다. 집사람인 내가 남편을 걱정하고 끼니라도 잘 챙겨주는 것은 조금이라도 피로도를 줄이려는 이유이다. 무리하게 일을 하면 집중력이 낮아지기 때문에 사고 위험률이 높다.
"차는 다시 고치면 돼"

▲ 사고 소식에 가슴 졸이다 무사히 돌아온 남편을 위해 차려낸 월남쌈 한 상. 남편은 이 음식을 먹고 위로를 받았다고 합니다.
황윤옥
퇴근 시각을 훨씬 넘긴 남편은 두 어깨가 축 처져서 집으로 들어섰다. 준비했던 '월남쌈'을 식탁 위에 차렸다. 다음 날 새벽에 또 일을 가려면 요기라도 해야 했다. 남편에게 사고가 난 이유와 처리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가슴이 다시 쿵쾅거렸다.
차를 새로 산 지 5개월밖에 안 지났는데 차 수리비며 보험 수가 걱정에 한숨을 쉬었다. 지난 3월, 새 차를 뽑고 그렇게 좋아하던 남편이었기에 차가 찌그러진 것보다 본인 자책 때문에 마음이 더 아팠을 터였다. 나는 일부러 더 밝은 목소리로 "차는 다시 고치면 돼"하고 웃어 보였다.
"이만하길 천만다행이야. 양쪽 다 사람은 안 다쳤으니 차는 하루만 타도 중고차라고 생각하고, 수리비 아까워하지 말고 고치자."
그제야 안도하며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맛있다!"를 연발하며 먹는 모습에 걱정도 서서히 물러난 여름 날씨처럼 한풀 꺾였다.
"집에 와서 당신이 해 준 이 음식을 먹으니 위로가 되네."
"입에 맞으니 다행이야. 자기가 이 여름 동안 쉬지 않고 일을 하다 보니 집중력이 떨어진 거 같아. 자책하지 말고 이제 좀 쉬면서 일했으면 좋겠어."
위로라고 한 말이지만 회사 일이라는 게 본인이 쉬고 싶다고 해서 쉬어지는 게 아니란 걸 안다. 수십 명의 인원을 이끌어가고 꼬이지 않게 일정을 관리하는 게 힘든지도 너무 잘 안다. 그래도 바라는 게 있다면 너무 무리하지 말라는 것이 나의 작은 바람이다.
차를 수리하려면 이틀 걸린다고 한다. 그 시간 동안 마음도 몸도 푹 쉬고 수리비에 대한 속상함도 훌훌 털어버렸으면 좋겠다. 몸을 다치지 않은 것만 해도 천운 아닌가.
우리가 편의점에서 쉽게 집어 드는 음료수 한 병, 도시락 하나에도 한여름 밤 뜨거운 도로를 달리는 배송 기사들의 땀방울이 배어있다. 다양한 직업군 중에서도 화물차 운전하는 분들이 안전운전 했으면 한다. 도로 위를 씽씽 달리는 것만 해도 위험한 일이다. 피곤하거나 졸리면 졸음쉼터에서 잠시 쉬어가는 것이 본인과 가족을 위하는 길일 터이다.
'안전 운행, 오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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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를 주로 씁니다. 가끔 음식 이야기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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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사고 났어..." 한마디에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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