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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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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달 새 쏟아진 기사 제목들이다. 한때 평생직장을 꿈꾸던 청년들이 이제는 입사도, 재직도, 퇴사도 모두 불안 속에서 치르고 있다.
얼마 전, 게임회사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다 서른 초반에 명예 퇴직을 한 A씨도 그 불안의 한복판에 있는 대표적 청년이었다. 직장인 시절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점이 무엇이냐는 첫 질문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일단 일상의 자유로움이 좋아요. 금전적인 어려움이 없을 때까지겠지만요. 명퇴의 무게감이요? 그런 거는 없어요. 그만 다니고 싶을 때가 더 많았으니까요."
직장 생활은 어떠했냐는 질문엔 자조가 섞였다.
"보람보단 소모적이었죠. 의견은 무시되고 시키는 대로만 해야 하는 단순 노동자였으니."
기자에게 그의 인터뷰가 남달랐던 것은, 취준생 딸이 있었기 때문이고 더욱이 A씨가 경험한 '명퇴'라는 단어가 더 이상 중년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방증이었기 때문이다.
AI는 명분, 비용은 본질
명퇴 통보를 받던 순간을 묻자, 그는 잠시 말을 골랐다.
"갑자기 띵한 느낌. 왜 나지?"
회사가 내세운 조기 명퇴의 이유는 AI 도입이었다. 그러나 A씨의 생각은 달랐다.
"비용 절감이 우선이고 AI 도입은 일부였다고 봅니다."
통보 방식도 일방적이었다고 한다.
"결정 통보죠. 대부분 장기근속자(근속 10년 차였다고 한다) 위주로 잘랐죠."
AI가 그의 자리를 대체할 만큼 성숙했다고 느꼈냐는 질문엔 '아직 그 수준은 아니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의 주장에는 일리가 있었다. 오픈AI의 CEO '샘 올트먼'은 올해 2월 19일 CNBC 인터뷰에서 일부 기업들이 해고와 관련하여 'AI 워싱'을 하고 있다며, 인력 감축의 원인을 인공지능 기술 탓으로 돌린다고 말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반대의 현상도 보도되었다. 스웨덴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가 AI가 상담원 700명분의 업무를 처리한다고 공언하며 1000여 명을 감원했지만, 2년 뒤 최고경영자가 스스로 지나쳤다고 인정하고 사람을 다시 채용한 사례는 'AI 부메랑'이란 신종 용어로 다수의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다.
이런 사례는 AI가 아직 사람을 대체할 수준이 아니었음에도, 이미 해고의 명분으로는 완성돼 있음을 보여 준 것이다.
성과는 위로, 책임은 아래로
명퇴보다 그를 더 오래 붙든 기억은 성과의 배분이었다. 몇 년 전, 회사가 큰 성과를 냈을 때, 평직원들 사이엔 '우리에게도 성과금이 돌아오겠지?'라는 기대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현실은 임원들만의 잔치였고, 평직원들에겐 작은 상품만 지급됐다. 직원들 불만에 회사는 결국 전 직원을 상대로 성과금을 지급했지만, 신뢰는 이미 쏟아진 물이었다.
"(성과금이 지급되었지만) 성과 배분이 불평등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의 분노가 액수 때문이었는지, 존중받지 못했다는 감정 때문이었는지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돈도 그렇고, 존중받지 못했다는 것도 그렇고, 둘 다 컸죠."
회사의 성과에는 '모두의 노력이 들어 있다'라며 문제 핵심은 처음부터 성과금의 액수가 아니라, 과정의 투명성과 분배의 공평성이었음에 무게를 실었다. 그 뒤로 회사는 그에게 어떤 곳으로 남았을까?
"남은 관심도 사라졌죠. 회사 성장이 나와는 별개란 느낌."
최근 SK와 삼성전자 성과급 논란을 지켜보며 예전 회사를 떠올렸냐는 질문엔, 부러움 섞인 체념이 돌아왔다.
"그들만의 기준으로 배분되는 거니까 그건가보다 하면서도 부럽기는 했죠. 역시 대기업이라 철학이 다르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생존 전략으로서의 유튜브, 웹소설, 주식
퇴사 이후 그는 '유튜버, 웹소설 작가, 주식 투자자'라는 세 갈래 길을 동시에 걷고 있었다. 이처럼 여러 일을 병행하는 것은 꿈을 찾는 여정이라기 보다는 수익구조의 다각화 필요성에 따른 전략적 선택이라고 말했다. 5년 넘게 이어온 주식 투자에 대해서는 '주식이라는 게 내 생각대로 다 되는 건 아니다'라며 최근 출렁이는 장세에 불안한 감정을 밝혔다. '노동소득만으로 미래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생각해 주식 투자를 병행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도 에둘러 가지 않았다.
"(여러 일을 해야하는 상황에서는) 육체노동보다는 금융투자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인 거 같아서요."
직장인에서 프리랜서가 된 지금, 돈에 대한 감각이 어떻게 바뀌었을지 궁금했다. 프리랜서라는 직업은 서두의 본인의 말처럼 '자유로움'은 주지만, '불안정한 소득'이라는 반대급부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활 속 씀씀이가 달라졌을 것 같았다. 그러나 답은 의외로 언제나 계획적으로 생활해 크게 달라진 건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에게 안정적 소득을 제공한 '직장의 시간'은 어떤 의미였을까?
"생계 그리고 버티는 시간이었죠."
선배들의 '열심히 일하면 된다'라는 말이 지금은 어떻게 들리냐는 질문엔 '그런 말은 직장 생활 시작 때부터 흘려버렸다'라며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 회자하는 '회사를 믿지 말고 각자도생하라'는 말에도 냉소적이었다.
"인생이 원래 그런 거잖아요."
무관심이라는 이름의 방어기제
도구이며 경쟁 대상인 AI와 관련하여 취준생인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A씨는 혼란한 심경을 내비쳤다.
"AI 활용 능력이 필요한 것 같은데, 워낙 변화 속도가 빠르니 그것도 정답은 아닌 거 같고… 잘 모르겠네요."
'청년으로서 우리 사회(정부)에 요구하고 싶은 게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답변을 유보했다. 기자에게 이 대답은 무관심이 아니라 방어적 태도로 보였다. 기대를 걸었다가 무너진 사람은, 다음부터는 아예 기대를 걸지 않는 법을 익힌다. 회사도, 사회도, 그에게는 이미 답을 주지 않는 질문지가 됐다.
'풍요 속 불안'이라는 이 연재의 제목에 공감이 되냐고 묻자, 그는 뜻밖에 그 말 자체를 낯설어했다.
"불안한 거는 직장에만 매달릴 때였죠. 그 구조 속에서 살아 남아야 하니까… 풍요 속 불안? 그런 말은 관심 밖이라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노동의 종말이라는 말이 청년에게 해방일지 위협일지 묻는 말에도 그는 판단을 유보했다.
"본인이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의 문제인 거 같아요."
그의 답변에는 전반적으로 냉랭함이 스며 있었다. 마지막으로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해달라는 말에도 그는 담담하게 답했다.
"살아가는 방식의 선택지는 수백, 수천 가지로 봅니다. 불안할 이유가 있다면, 뭐라도 이루기 위해 행동하지 않는 자신에게 있다고 봐요. (후배들에) 특별한 조언은 없어요. 열심히 사세요.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서요."
대기업들의 역대급 실적이 연일 보도되는 요즘이지만, 그 수혜를 누리는 청년은 소수에 불과하다. 꿈을 안고 취업에 성공한 청년들조차 밀려나거나, 아예 그 문턱을 넘지 못한 채 기회 자체를 얻지 못하고 있다.
회사를 위해서도, 국가를 위해서도 아닌 오직 '나를 위한 노동', '노력'은 강조하지만 '책임'은 지려 하지 않는 사회 속에서, 지금 세대가 스스로 찾아낸 생존의 문법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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