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6.08.13 14:33수정 2026.08.13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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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나다 집 베란다 화분에서 탐스럽고 빨갛게 익은 방울토마토
김종섭
베란다 한구석, 빨갛게 익은 방울토마토가 환하게 아침을 알린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가장 예쁘게 익은 방울토마토만을 따서 아침 식사로 빵과 함께 먹으려고 집 안으로 들고 들어왔다.
몇 달 전, 비어 있던 작은 화분에 마트에서 사 온 씨앗을 심었을 때만 해도 반신반의했다. 이 씨앗이 과연 싹을 틔워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바람대로 파릇한 새순이 돋아나더니 어느새 자라 꽃을 피우고, 마침내 빨갛고 탐스러운 방울토마토로 결실을 보았다.
이곳 캐나다로 이주해 주택에 살던 시절, 마당 정원에 모종을 사다 심었을 때는 늘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죽어갔기에 결국 키우는 것을 포기했었다. 하물며 모종도 아닌 씨앗을 직접 뿌려 열매까지 거둔다는 것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했던 일이다. 그렇기에 빈 화분에서 거두어낸 오늘 손끝의 감회는 더욱 남다르고 특별하게 다가온다.

▲ 수확한 방울토마토와 빵, 그리고 따뜻한 커피 한 잔이 차려진 아침 식탁
김종섭
넓은 텃밭도 아닌 베란다의 작은 화분에서 고작 방울토마토 몇 개를 따 들고 거실로 들어와 신나 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니 웃음이 나온다. 아이처럼 들떠서 들어오는 남편을 보며 아내 역시 신기한 듯 바라본다. 별것도 아닌 일에 호들갑을 떠는 모양새가 마치 어릴 적 소꿉장난을 하던 모습과 꼭 닮아 있다는 생각에, 괜스레 쑥스러우면서도 마음 한구석은 즐겁기만 하다.
어릴 적 고향 집 앞 밭에는 온갖 채소가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 그 시절에는 그저 당연하게 내어주는 흔한 식물이자 과일로만 여겼다. 하지만 이주해 온 캐나다 이곳 아파트 베란다에서, 작은 화분에 직접 씨를 뿌리고 싹을 틔워 결실을 지켜보니 왠지 무에서 유를 창출한 듯한 기분마저 든다. 나이가 들어 마음이 여려진 탓일까, 한 포기 식물이라는 생명 자체에 대한 애정이 한층 더 깊어짐을 느낀다.
오늘의 수확량은 딱 여덟 송이. 아내와 나란히 네 송이씩 방울토마토를 나누어 담았다. 누군가는 고작 토마토 여덟 송이를 두고 호들갑을 떤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수량의 문제가 아니다. 메마른 씨앗에 물을 주고 기다려 마침내 결실을 거두어낸 시간과 정성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밥상을 환하게 빛나게 하는 건 토마토의 상큼함보다, 매일 아침 정성으로 돌본 시간에 대한 뿌듯한 성취감일지도 모른다.
사실 옆 화분에는 호박 씨앗도 함께 심었었다. 어렵게 싹을 틔우고 노란 호박꽃까지 피워내 내심 기대를 부풀렸지만, 무슨 환경 탓인지 결국 열매를 맺지 못하고 꽃이 피고 지기만을 반복하고 있다. 이렇듯 열매 하나 맺기 힘든 베란다 환경이었기에, 당당히 결실을 보고 빨갛게 익어준 방울토마토의 존재가 더욱 고맙고 빛나 보인다.
씨앗의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며, 끝내 열매를 맺게 하는 일. 비록 취미 삼아 키우는 초보 농부에 불과하지만, 오늘 아침 베란다에서 건져 올린 여덟 송이의 방울토마토 덕분에 매일 마주하는 자연과 식탁 위 음식들을 향한 감사의 폭이 한 뼘 더 넓어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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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거주, 이민자의 삶과 일상에서 건져 올린 이야기를 기록,다음'브런치'활동도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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