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면 충분하다"는 말, 지금 학생들에게 전할 수 없는 이유

수능 위상·대학별고사 규율·국민 설득 로드맵 없이 나온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 발언의 빈 곳

등록 2026.08.13 15:25수정 2026.08.13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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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업무보고에서 서·논술형 수능 이야기가 나왔다.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은, 서·논술형 시험 기술을 익히려 학원에 갈 필요는 없으며, 각 가정과 학생이 할 일은 폭넓게 독서를 해두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사교육 확대 우려에는 국가 수준의 교육 인공지능이 압도적인 데이터로 평가한다면 사교육이 따라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독서면 충분한 시험은 존재할 수 있다. 다만 그것은 시험의 무게가 가벼울 때의 이야기다. 결과가 진로를 결정적으로 좌우하지 않고, 변별의 강도가 지금보다 현저히 낮으며, 대학이 자체 논술고사로 그 변별을 다시 만들어내지 못하도록 규율될 때 가능한 이야기다.

그렇다면 이 발언은 수능을 자격고사에 가깝게 재편하겠다는 선언과 함께 나왔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계획은 제시되지 않았다. 상위권 대학과 의약학계열의 정원은 그대로고, 등급은 여전히 정해진 비율로 산출되며, 그 결과가 진학을 가르는 구조에도 변화가 예고된 바 없다.

정말로 그 말을 지키려면 각오가 필요하다. 현재 수준의 변별을 해체하겠다고 밝히고, 그 변화가 왜 필요한지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반발은 클 것이다. 공정성 논란도 따라올 것이다. 그 몫을 감당하겠다는 의지를 정책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인공지능 이야기도 짚어보자. 사교육은 채점 주체를 이기는 산업이 아니라 채점 기준을 추론하는 산업이다. 대규모 자동 채점이 신뢰도를 확보하려면 채점 기준이 정형화되어야 하고, 정형화된 기준은 반복 노출을 통해 역설계된다.

어떤 구조와 어떤 표현이 높은 점수를 받는지가 데이터로 쌓이는 순간, 그것을 가장 빠르게 활용하는 쪽은 공교육이 아니라 시장이다. 그리고 그렇게 정형화된 기준 위에서 학생이 배우는 것은 사고가 아니라 채점 기준에 맞는 문장이다. 그때 서·논술형은 손으로 쓰는 객관식이 된다.

공교육이 그만큼 대비하겠다는 답변에도 빈 곳이 있다. 사교육은 실력이 모자라서만 찾는 것이 아니다. 남보다 앞서기 위해 찾는다. 대입에서 학생이 얻고자 하는 것은 일정 수준에 도달했다는 인정이 아니라 다른 학생보다 앞선 자리이고, 그 자리의 수는 정해져 있다.


이런 경쟁에서는 공교육의 수준이 올라가도 수요가 사라지지 않는다. 모두의 실력이 함께 오르면 순위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공교육이 서·논술형을 잘 가르칠수록 그 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려는 수요가 생기고, 그 수요를 받아내는 것이 사교육이다.

차 위원장의 발언이 틀렸다고만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 말이 참이 되기를 바란다. 다만 그러려면 근거 없는 호언장담이 아니라 정책이 필요하다. 수능의 위상을 어디까지 낮출 것인지, 대학별고사 확대를 어떻게 막을 것인지, 그 변화를 국민에게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그 방법을 구호가 아니라 제대로 된 로드맵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세 가지에 대한 답이 나온 뒤라면, 독서면 충분하다는 말을 학생들에게 전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그렇게 말할 수 없다. 그 말만 믿고 준비한 학생들이 치를 대가를 내가 알기 때문이다.
#대입 #서논술형 #국가교육위원회 #경쟁 #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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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제와 혐오의 논리를 넘어서 개인의 입장이 모두 존중받는 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현직교사로서 교사노조연맹, 부산교사노조, 중등교사노조의 일원으로서 공교육정상화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교사노동조합연맹 대의원 -중등교사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 -부산교사노동조합 대변인 겸 부위원장 -부산 기장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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