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듣기
  • 한 팔 잃고도 태극기를 놓지 않았던 윤형숙 열사

    윤형숙 열사 삶 담은 재창작극 '그날, 그녀는 불꽃이 되었다', 오는 15일과 16일 여수시민회관에서

    등록 2026.08.14 09:31수정 2026.08.14 09:31
    0
    원고료로 응원
     1919년 기독교인들이 중심이 된 3·10 광주 만세운동의 선두에 선 윤형숙 열사. 시위대 맨 앞에서 태극기를 들고 독립만세를 외치던 중 일본 헌병이 휘두른 칼에 왼팔을 잃는 장면이다.
    1919년 기독교인들이 중심이 된 3·10 광주 만세운동의 선두에 선 윤형숙 열사. 시위대 맨 앞에서 태극기를 들고 독립만세를 외치던 중 일본 헌병이 휘두른 칼에 왼팔을 잃는 장면이다. 극단예술마당

    1919년 3월 10일, 광주에서 독립만세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시위대 맨 앞에는 태극기를 든 한 소녀가 있었다. 여수 화양면 창무리에서 태어나 광주 수피아여학교에 다니던 윤형숙 열사였다. 당시 그의 나이는 불과 18세였다.

    일본 헌병이 휘두른 칼이 윤형숙 열사의 왼팔을 내리쳤다. 그러나 그는 태극기를 놓지 않았다. 피를 흘리며 쓰러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 오른손으로 태극기를 고쳐 들고 독립만세를 외쳤다.


    한 팔을 잃는 고통도, 이어진 옥고와 고문도 그의 뜻을 꺾지 못했다. 윤형숙 열사는 혹독한 고문으로 한쪽 눈의 시력마저 잃었지만, 나라를 되찾아야 한다는 신념과 이웃을 향한 사랑만큼은 끝까지 놓지 않았다.

    윤형숙 열사의 행동은 단순히 한 사람의 용기만을 보여준 사건이 아니었다. 일제의 폭력 앞에서도 독립을 향한 민중의 의지는 꺾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몸으로 증명했다. 특히 여성과 학생도 역사의 주변인이 아니라 나라의 운명을 바꾸는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강렬한 메시지를 남겼다.

    그가 들었던 태극기는 단순한 깃발이 아니었다. 나라를 빼앗긴 사람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이었고, 누군가는 두려움을 넘어 앞장서야 한다는 책임의 상징이었다.

    윤형숙 열사는 해방 이후 교육과 농촌 계몽 활동에 힘을 쏟았다. 자신이 되찾고자 했던 나라는 단순히 일제로부터 해방된 나라가 아니었다. 배움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없고, 누구나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나라였다.

    그에게 독립운동은 한순간의 저항이 아니라 사람을 깨우고 다음 세대를 길러내는 평생의 실천이었다. 거리에서는 태극기를 들었고, 해방 이후에는 교육으로 사람들의 마음에 새로운 나라를 심었다.


     윤형숙 열사는 한 팔을 잃는 고통에 이어 옥고와 고문에 한쪽 눈의 시력마저 잃었다. 하지만 나라를 되찾아야 한다는 신념과 이웃을 향한 사랑만큼은 끝까지 놓지 않았다.
    윤형숙 열사는 한 팔을 잃는 고통에 이어 옥고와 고문에 한쪽 눈의 시력마저 잃었다. 하지만 나라를 되찾아야 한다는 신념과 이웃을 향한 사랑만큼은 끝까지 놓지 않았다. 극단예술마당

    오늘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일상은 저절로 주어진 것이 아니다. 자신의 신체와 삶을 내놓으면서도 물러서지 않았던 수많은 사람의 선택 위에 세워졌다. 윤형숙 열사의 희생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자유를 누릴 권리와 함께 그 자유를 지켜야 할 책임도 남겼다.

    불의한 상황을 보고도 침묵하지 않는 용기, 사회적 약자와 이웃을 외면하지 않는 마음, 미래 세대에게 올바른 역사를 전하려는 노력도 윤형숙이 오늘의 우리에게 건넨 유산이다.


    무엇보다 그의 삶은 지역의 역사가 곧 대한민국의 역사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여수에서 태어난 한 소녀의 결단은 광주의 만세운동 현장에서 독립의 불꽃이 됐고, 그 불꽃은 한 세기가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윤형숙 열사의 삶을 담은 재창작극 '그날, 그녀는 불꽃이 되었다'가 오는 15일과 16일 오후 4시에 여수시민회관 무대에 오른다. 지난해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처음 선보인 작품으로 올해는 배우 박웅과 여무영이 특별 출연해 윤형숙 열사의 삶과 시대의 아픔을 더욱 깊이 있게 그려낼 예정이다.

    이번 공연은 ㈜신정개발을 비롯해 신용보증기금 여수지점,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 광주전남연합회, 여수출입국·외국인사무소 등 지역 기업과 기관의 후원으로 마련됐다. 지역의 역사를 지역사회가 함께 기억하고 미래 세대에 전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무대가 다시 불러내는 윤형숙 열사는 교과서 속에 머물러 있는 인물이 아니다. 두려움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한 사람의 신념이 시대를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역사다.

    한 팔을 잃고도 다시 태극기를 들었던 윤형숙 열사. 그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희생의 기억만이 아니다. 절망적인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용기, 배움으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자유를 다음 세대에 온전히 물려줘야 한다는 책임이다.

    2026년 8월 15일, 여수시민회관에서 되살아날 윤형숙 열사의 삶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 지켜야 할 가치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가."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아따매거진에도 실립니다.
    #여수 #윤형숙 #광복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차에서 울먹이는 관광객..." 목숨 걸고 가야하는 여수 '힐링마을' "차에서 울먹이는 관광객..." 목숨 걸고 가야하는 여수 '힐링마을'
    2. 2 3만8천원 김밥이 불티나게 팔리는 곳... 한국말 조심하세요 3만8천원 김밥이 불티나게 팔리는 곳... 한국말 조심하세요
    3. 3 전 세계에 만 마리도 안 남았는데... 쌍둥이가 태어났어요 전 세계에 만 마리도 안 남았는데... 쌍둥이가 태어났어요
    4. 4 '장관 후보 용혜인 14일'이 남긴 것 '장관 후보 용혜인 14일'이 남긴 것
    5. 5 '1987년엔 풀이 먼저 일어났는데 지금은 왜 안될까' 정의당 대표의 질문 '1987년엔 풀이 먼저 일어났는데 지금은 왜 안될까'  정의당 대표의 질문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