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연대의 힘으로 차별 없는 현장을 만들자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오세일 지회장 인터뷰

등록 2026.08.14 15:11수정 2026.08.18 10:16
0
지난 7월 5일 오후 2시, HD현대중공업 정문 앞에서 "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 나쁜 계약 철회! 임금삭감철회! 차별처우 중단! 전국이주노동자공동행동대회"가 개최되었다. 더운 날씨에도 1000여 명의 이주노동자와 시민들이 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고자 전국에서 모였다.

이 자리에서 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들은 회사가 E-7-3(기능인력) 이주노동자(아래 'E-7-3 이주노동자')에게 행한 행태를 목소리 높여 규탄하며, 현대중공업의 '차별 계약' 철회를 위한 투쟁을 결의하였다. 이후 스리랑카 노동자 대표단이 무대에 올라 금속노조 조합원 가입 결정을 선언하였고, 집회 현장 곳곳에서 이주노동자들의 조합원 가입 신청서를 받는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했다.

HD현대중공업 E-7-3 이주노동자는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조합원으로 가입한 후 노동조합과 함께 힘찬 투쟁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7월 15일 이 투쟁의 중심에 있는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오세일 지회장을 만났다.

 2026.7.5. HD현대중공업 정문에서 개최한 ‘전국이주노동자 공동행동대회’에서 참가자 발언모습. 왼쪽에서 두 번째(오세일지회장), 오른쪽에서 네 번째(스리랑카 노동자 대표)
2026.7.5. HD현대중공업 정문에서 개최한 ‘전국이주노동자 공동행동대회’에서 참가자 발언모습. 왼쪽에서 두 번째(오세일지회장), 오른쪽에서 네 번째(스리랑카 노동자 대표) 사람이왔다(백승호

2022년부터 국내 조선업 경기가 서서히 살아나기 시작하자 조선소에서는 늘어나는 물량을 감당할 인력이 부족했다. 조선업계의 요구에 맞춰 정부는 2022년부터 E-7-3의 조선업종 할당을 지속해서 확대했다 HD현대중공업도 1000여 명의 E-7-3 이주노동자들을 도입하였다.

"현대중공업에서 직접고용 계약직 E-7-3 이주노동자가 확대되는 배경에는 정부의 E-7 비자 지침 개정의 영향이 큽니다. 2022년 내국인 노동자의 20%까지 이주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하고, 쉬운 도입을 위해서 절차도 간소하게 만들었어요. 2023년에는 30%로 쿼터를 더 확대했습니다. 현대중공업도 물량은 많아지는데 인원은 부족하니 E-7-3 이주노동자를 고용했어요. 심지어 현대중공업은 E-7-3 이주노동자를 받아들일 때 한국에 정주할 수 있는 비자이니 회사에서 더 노력하겠다고 했지요."

정부는 이와 함께 특정활동(E7) 체류자격 임금요건도 완화했다. 원래 전년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의 80% 이상 지급하도록 하던 규정을 2023년 GNI 70% 이상으로 낮추고, 2024년 10월부터는 신규 도입 인력의 경우, 도입 3년 차까지 최저임금만 지급할 수 있도록 대폭 완화한 것이다. 법무부 임금요건이 개정되자, HD현대중공업은 E-7-3 이주노동자 도입을 확대했지만 장기간 고용계약을 유지하려는 장치를 마련하는 데는 미흡했다. 노조 측은 '나쁜 계약', '임금 삭감', '차별 대우'를 통해 E-7-3 이주노동자가 오래 버티기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직접고용 계약직 노동자이지만 휴가비도 안 나오고, 연말 성과급도 0원이었죠. 그러니까 1년 동안 연봉으로 따지면 하청업체 이주노동자의 임금이 더 많은 거예요. GNI 80이었는데 70으로 낮추고 한시적으로 최저임금으로 줘도 되니까요. 그리고 자국에서는 3년 동안 고용된다고 듣고 왔는데 근로계약을 1년으로 하거나, 1년이 끝난 다음에는 6개월, 3개월 이렇게 쪼개기 근로계약을 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현재의 투쟁은 과거 투쟁이 축적된 결과

막대한 송출비(스리랑카 1만 달러, 베트남 8000~1만 6000달러)를 부담해서라도 한국에 오고 싶었던 E-7-3 조선소 이주노동자들에게 HD현대중공업은 외국인 생활 지원비, 주택 공제 등으로 통상임금의 일부를 급여에서 공제하고, 다른 노동자들에게는 받지 않는 식대를 의무 공제했다. 게다가 E-7-3 비자는 조선업에만 한정되어,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보다 사업장 변경이 더 어려웠다. 이러한 현실이 점차 드러나게 되었고, 울산이주민센터와 현대중공업노동조합과의 연대와 대응을 통해 투쟁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원청 팀장들이 이주노동자들에게 사업장 이동이 가능하다며 잘못된 안내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계약 기간이 남아 있던 이주노동자들까지 회사를 그만두게 됐어요. 하지만 E-7-3 비자는 사업장 변경이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보다도 더 어렵습니다. 실제로 사업장을 변경할 수 없었고, 안내를 잘못했던 당사자들도 책임지지 않았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이 울산이주민센터에서 상담하고 언론을 통해서 문제가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이번 식대 문제도 이 노동자들이 울산이주민센터로 연락해서, 센터를 통해 성서공단노조 차민다 동지와 연결이 되었고, 지금 현대중공업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과 소통하게 되었던 거죠. 그리고 우리 지회와도 연결되면서 함께 대응이 시작된 겁니다. 물론 이 과정도 쉽지 않기에 이주노동자에게 안내도 하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러니까 이번 투쟁과 조직화도 그냥 된 게 아니라 이러한 활동과 대응이 축적된 거죠."

중층적인 고용구조로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해 왔던 조선산업 사업장, 최근 E-7-3 이주노동자들은 "우리는 더 이상 노예가 아니다"라고 선언했다.

 2026.7.14.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나쁜계약 철회 및 차별처우 중단을 위한 노동기본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 모습
2026.7.14.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나쁜계약 철회 및 차별처우 중단을 위한 노동기본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 모습 민주노총울산지역본부

이번 투쟁의 불씨가 된, 노동자들이 '나쁜 계약'이라고 지적하는 사안은 기본급을 214만 원에서 187만 원으로 삭감하는 내용이었다. 매월 21만 원의 중식비 공제를 하지 않는 대신, 기본급을 인하하겠다는 방침이었다. 이를 두고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의 산정 기준이 되는 기본급을 깎겠다는 것은 조삼모사식 편법"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김현주 울산이주민센터장, <한국일보> 인터뷰 인용). 이같은 회사의 행태는 이주노동자들이 금속노조에 대거 가입한 계기로 작용했다.

오 지회장에게 이주노동자를 조직하는 과정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었다.

"이주노동자 동지들이 투쟁을 계속 선택해왔던 과정이 있잖아요. 그래서 노동조합 가입에 대해서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회사의 나쁜 계약을 거부한 노동자들이 싸우려면 노동조합이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설득했죠. 물론 사내하청지회의 힘으로 막아내기가 쉽지 않지만, 더 많은 노동자가 노동조합에 가입해서 현대중공업과 같은 거대 자본과 맞서야 한다고 했어요. 이러한 과정에서 현대중공업 E-7-3 이주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했고 함께하겠다고 판단한 거예요. 앞으로 11월부터 이 노동자들의 근로계약이 끝나기 시작하는 상황이라 11월 이후부턴 본격적인 투쟁에 돌입해야 합니다."

노조 깃발 아래 나쁜 계약 철회와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꾸다

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의 투쟁을 지지하기 위해서 전국의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에서 모인 현수막이 무려 156개라는 소식을 들었다. 울산 동구 지역 곳곳에서 거센 물결처럼 일렁이고 있을 지지 현수막들이 이들의 투쟁에 큰 힘이 되기를 바란다.

"나쁜 계약 철회하라!", "차별을 중단하라!", "임금 삭감 철회하라"라며 더는 숨죽인 채 당하고만 살지 않겠다는 E-7-3 이주노동자의 인간 선언이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깃발 아래 더욱 많은 힘으로 결집되기를 바란다. 지회장의 바람처럼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의 공동투쟁으로, 모든 노동자가 하나되는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어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

"2004년 산업연수생제도 반대 투쟁 이후 이주노동자들이 이렇게 집단적인 투쟁을 한 것은 두 번째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이번 투쟁이 한국 노동운동에서 역사적인 사건이 맞는 것 같아요. 실제로 많은 관심과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시작은 조선소 E-7-3 이주노동자이지만 하청 업체에 소속되어 있는 E-9 이주노동자와 정주 하청노동자도 더 많이 노동조합으로 담아보려 합니다.

물론 이를 위해 우리 지회뿐 아니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금속노조의 역할도 매우 중요합니다. 더불어 현재 성서공단노동조합과 이주노조의 지원과 연대도 매우 중요하고요. 11월 전까지는 최대한 많은 조합원을 조직하는 활동에 집중하면서 현대중공업의 나쁜 계약과 차별에 대항하는 투쟁을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현대중공업 E-7-3 이주노동자 투쟁에 많은 관심과 연대를 부탁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월간 일터 8월호에도 실립니다.이 글을 쓴 이숙견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 #E7비자 #사내하청지회 #노동기본권
댓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모든 노동자의 건강하게 일할 권리와 안녕한 삶을 쟁취하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입니다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의대면 끝'이라는 믿음도 깨졌다, 지방 의대서 무슨 일이 '의대면 끝'이라는 믿음도 깨졌다, 지방 의대서 무슨 일이
  2. 2 아이 낳고 떠난 아빠, 지금 한국서 벌어지는 'K-코피노' 아이 낳고 떠난 아빠, 지금 한국서 벌어지는 'K-코피노'
  3. 3 이진숙 국회 안 집회, 5.18 폄훼에 이 대통령 영정까지 등장 이진숙 국회 안 집회, 5.18 폄훼에 이 대통령 영정까지 등장
  4. 4 AI가 '인류 난제' 푼 이틀 뒤, AI 연구원이 보낸 끔찍한 경고 AI가 '인류 난제' 푼 이틀 뒤, AI 연구원이 보낸 끔찍한 경고
  5. 5 넷플릭스에 맞서는 1조 6000억의 베팅 넷플릭스에 맞서는 1조 6000억의 베팅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