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훈 목사 생애 첫 수필집『볕뉘가 머문 자리』를 손에 든 진영훈 목사
정병진
- 계간 '시와소금' 신인상에 응모하셨지요.
"네. 수필 「삶의 지문」으로 당선됐습니다. 그때부터는 글을 좀 더 문학적으로 다듬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는 일기처럼 썼다면, 이제는 문학적인 맛을 가미해 다시 손봤습니다. 예전에 조금씩 써놓았던 글이 열 편 정도 있었습니다. 그것들을 다듬고, 이후 스무 편 넘는 글을 아주 급하게 썼습니다. 그렇게 모두 33편을 묶었습니다."
- 책 제목이 <볕뉘가 머문 자리>입니다. '볕뉘'라는 말이 상당히 생경합니다. 무슨 뜻입니까?
"사전을 찾아보면 더 자세히 알 수 있는데, 볕뉘는 햇볕이 작은 틈으로 살짝 스며드는 모습을 말합니다. '뉘'가 작다는 뜻입니다. 박기환 목사(소설가)님의 「자유」라는 시에도 밤 감방의 창틈으로 살짝 스며드는 볕뉘를 표현한 대목이 있습니다. 나뭇잎 사이로 조금씩 스며드는 빛이라고 할까요. 햇빛이 온통 쏟아지는 것이 아니라 살짝 스며드는 빛입니다."
- 수필을 읽어보니 소소한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나 눈물겨운 이야기도 있고요. 그런 이야기를 '볕뉘'라는 말로 표현하신 이유가 있습니까?
"햇볕이 온통 쏟아지면 햇볕의 고마움을 잘 모릅니다. 그런데 감옥 같은 곳에서 볕뉘를 본 사람이라면 그 작은 빛이 얼마나 고마운지 알 겁니다. 툇마루에 앉아 있는데 햇빛이 살짝 스며드는 순간에도 오히려 햇빛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원래 작은 것을 좋아합니다. 크고 우람하고 화려한 것보다 소소하게, 있는 듯 없는 듯 우리를 감싸주고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들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볕뉘가 머문 자리'라는 제목이 참 좋았습니다.
순우리말 가운데 빛과 관련된 말들을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햇귀, 윤슬 같은 말도 있는데 그중에서도 '볕뉘'가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 결국 목사님의 인생에도 가끔 볕뉘가 비쳤고, 그 순간들을 되살려 쓴 책이라고 볼 수 있겠군요. 크고 특별한 사건보다는 자신의 삶에서 소중했던 작은 순간들을 담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되짚어 곱씹어보면 그런 이야기가 저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작은 이야기지만 그 안에 살짝 교훈도 담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썼습니다."
- 첫 작품집을 냈는데, 다음 작품 계획도 있습니까?
"40년 넘도록 카메라를 들고 다녔고, 자칭 타칭 사진작가라고 불리고 있으니 사진을 활용한 포토 에세이를 남기고 싶습니다. 언젠가는 꼭 포토 에세이를 한 권 내고 싶습니다. 다음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 이 책을 어떤 독자들이 많이 읽어주기를 바라십니까?
"우선 7080세대입니다. 우리와 같은 시대를 살아온 분들이 읽으면 "나도 그랬다"라고 느낄 만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사실 고향 친구들, 중학교 동창, 국민학교 동창들을 생각하면서 쓴 글이 많습니다.
또 딸에게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젊은이들도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꼰대스럽지 않은 책, 옛날이야기 같지만 시대만 옛날일 뿐 그때의 정서는 지금도 여전히 같다고 느낄 수 있는 글을 쓰려고 애썼습니다."
- 글을 쓰면서 스스로 위로받거나 치유된 경험도 있었습니까?
"그 이야기를 빠뜨릴 뻔했네요. 저는 글을 쓰면서 아버지와 화해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어떻게 화해하겠습니까. 돌아가신 분에게 편지를 쓰면서 마음을 정리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잖아요. 그것과 비슷합니다.
제가 쓴 글 가운데 「그리운 오거리 전빵」이라는 글도 있습니다. 어릴 때 아버지에게 맞았던 기억이 있는데, 그때의 분노가 글을 쓰기 전까지도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글을 쓰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아버지가 그럴 수밖에 없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참 짜잔했어요(볼품없고 보잘것없었어요). 가난했고, 힘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글을 쓰면서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 이해하게 됐습니다. 얼마나 억울했으면 그랬을까. 가난한 사람이 힘없는 데서 오는 분노를 어디에 풀었겠습니까. 결국 가장 만만한 아들에게 화풀이를 했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아버지를 원망하고 억울해했던 마음이 조금씩 풀렸습니다. 글을 쓰면서 제가 치유를 경험한 겁니다. 그리고 또 하나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수필을 하찮게 여겼습니다. 삶을 단순히 기록하는 정도라고 생각했지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글을 쓰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신학이나 어떤 이념을 가지고 논리적으로 글을 써야 사람이 변화된다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더군요. 이런 잘잘한(자잘한) 이야기를 쓰는 것만으로도 사람이 스스로 정화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때 '문학에는 사람을 구원하는 힘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 책이 나온 뒤 주변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아직 정확하게는 모르겠습니다. 책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요. 그래도 문학을 하는 분들의 반응이 좋았습니다. 박기환 목사님 같은 경우에는 책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습니다. 정홍순 목사님에게도 "어디서 이런 사람을 발굴했느냐"고 했다고 하더군요. 박 목사님은 소설도 많이 쓰셨고 시집도 여러 권 내신 분인데 그렇게 말해주니 고마웠습니다.
어떤 분은 책이 너무 아까워서 한꺼번에 읽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맛있는 음식은 한꺼번에 먹기 아까워 조금씩 먹는 것처럼, 한 편 읽고 책을 덮었다는 겁니다. 그 말을 들으니 참 고마웠습니다. 제 글을 누군가가 그렇게 읽어준다는 사실 자체가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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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솔샘교회 목사입니다.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는 세상' 함께 꿈꾸며 이루어 가기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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