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을 받는 김오진 전 국토교통부 1차관이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6-05-22
사진공동취재단
문제는 예산을 어떤 방식으로 마련하느냐였다.
애초 청사관리본부는 아직 발주하지 않은 신규 사업을 취소하고 해당 예산을 관저 추가 공사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국회 승인을 받아 편성한 사업을 취소하고 그 돈을 관저에 사용하는 데 대한 실무진의 문제의식이 컸다.
결국 청사관리본부는 7월 중순 기존 사업에서 발생한 낙찰차액과 집행잔액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바꿨다. 엄 사무관은 "신규 사업 죽이고 하는 것보다는 낙찰차액 등을 활용해서 하는 게 더 부담이 덜하기 때문에 훨씬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김오진 전 관리비서관 측 반대신문에서도 엄 사무관은 두 방식의 차이를 설명했다. 미발주 예산은 애초 예정된 사업을 취소해야 하지만 낙찰차액은 사업을 정상적으로 집행한 뒤 남은 돈이라는 것이다.
대통령실이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식까지 지시한 것은 아니었다. 김 전 실장 측이 "대통령비서실에서 관저 보수 비용을 어떻게 마련하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라고 묻자 엄 사무관은 "네, 아닙니다. 어떻게 마련하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한 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김오진 측 신문에서도 어떤 사업의 예산을 끌어올지는 청사관리본부 내부 문제였다는 취지로 답했다.
그럼에도 실무진은 기재부 유권해석과 일상감사,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직접 결재 등을 요구했다.
김 전 실장 측이 "기재부가 안 된다고 회신해주면 추진하지 않아도 되는 등의 이유로 이런 의견을 검토한 것이냐"라고 묻자 엄 사무관은 답했다.
"네. 누가 브레이크를 걸어주길 바랐습니다."
기재부가 전용을 승인하지 않았다면 개인적으로는 "땡큐"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는 취지로도 증언했다. 기재부가 불허하면 실무진으로서는 행안부 예산으로 관저 공사비를 집행하지 않을 명분이 생기는 만큼 차라리 좋았다는 것이다.
장관 직접 결재를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김대기 측이 "장관이 결재했기 때문에 우리가 집행했다는 안전장치를 확보하기 위해 요구한 것이 맞느냐"라고 묻자 엄 사무관은 "네, 맞습니다"라고 답했다. 실제 예산 집행은 이 장관이 아닌 행안부 차관 결재로 진행됐다고 했다.
"법적 절차 지키려 했다… 그래도 눈 가리고 아웅"
후반부에는 예산 전용 자체의 적법성을 둘러싼 문답도 오갔다.
김 전 실장 측은 당시 관저가 행안부 소관 재산이었던 만큼 행안부 내부에서 예산을 전용하고 기재부 승인을 받는 방식 자체는 법적으로 가능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엄 사무관도 이를 인정했다.
"전용을 하면 말씀대로 법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다. 행안부 재산이었으니까."
이어 "저희는 최대한 그 당시 상황에서 법적인 절차는 지켜가면서 업무하려고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법적으로 가능한 절차였다는 것과 이를 타당한 방식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엄 사무관은 "사실상 그 재산이 영원히 행안부 재산은 아니라는 말이다"라며 "편법적이라고 말하고 싶다"라고 했다. 이어 "넘어갈 예산이었는데 행안부 예산을 투입했다. 눈 가리고 아웅식이었던 거다. 그래서 직원들이 반대한 거다"라고 말했다.
엄 사무관은 자신이 과거 예산 전용 업무를 처리했을 때 기재부 승인까지 "최소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걸렸지만 관저 공사 관련 전용은 하루이틀 만에 처리됐다는 취지로도 증언했다.
다만 빠른 처리 이유에 대해 앞서 "대통령비서실의 지시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 부분은 자신이 직접 확인한 사실이 아니라 추측이라고 인정했다. 대통령이 서초동에서 출퇴근하고 있었던 만큼 관저 공사를 신속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었다는 김대기 측 주장에는 "이해할 만한 상황이긴 하다"라고 답했다.
한편 이날 엄 사무관에 대한 증인신문은 마무리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오는 24일 오전 10시 엄 사무관을 다시 불러 남은 신문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에 앞서 21일에는 당시 정부청사관리본부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2
공유하기
관저 예산에 반발한 공무원들... "어린 직원들은 기안하지 말라고 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