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듣기
  • 기림의 날, 우리는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가

    서산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열린 일곱 번째 기념식… "기억 넘어 평화와 인권으로"

    등록 2026.08.15 13:34수정 2026.08.15 13:34
    0
    원고료로 응원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 6시, 충남 서산시청 앞 시민공원 평화의 소녀상 앞에 시민들이 모였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통을 기억하고 그들이 남긴 평화와 인권의 뜻을 되새기기 위해서다.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 6시, 충남 서산시청 앞 시민공원 평화의 소녀상 앞에 시민들이 모였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통을 기억하고 그들이 남긴 평화와 인권의 뜻을 되새기기 위해서다. 김선영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 6시, 충남 서산시청 앞 시민공원 평화의 소녀상 앞에 시민들이 모였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통을 기억하고 그들이 남긴 평화와 인권의 뜻을 되새기기 위해서다.
     제7회 서산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식은 진도북춤을 시작으로 헌화와 묵념, 기념사와 추모사, 헌시 낭독, 추모 공연, 성명서 낭독 순으로 진행됐다.
    제7회 서산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식은 진도북춤을 시작으로 헌화와 묵념, 기념사와 추모사, 헌시 낭독, 추모 공연, 성명서 낭독 순으로 진행됐다. 김선영

    서산평화의소녀상보존회가 주최한 제7회 서산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식은 진도북춤을 시작으로 헌화와 묵념, 기념사와 추모사, 헌시 낭독, 추모 공연, 성명서 낭독 순으로 진행됐다.

    8월 14일은 1991년 고 김학순 할머니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세상에 처음 공개 증언한 날이다. 2012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는 이날을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로 정했고, 우리 정부는 2017년 관련 법을 개정해 국가기념일로 지정했다.

    올해는 김학순 할머니의 공개 증언이 나온 지 35년째다.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40명 가운데 생존자는 이제 5명뿐이다.
     남현우 공동대표
    남현우 공동대표 김선영
    남현우 서산평화의소녀상보존회 공동대표는 이날 기념사에서 기림의 날이 피해자를 추모하고 기억하는 데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남 공동대표는 "이날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통과 용기를 기리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며 "미래 세대에게 우리의 역사와 인권을 제대로 가르쳐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전쟁과 함께 성폭력 범죄가 벌어지고 있다"며 "이러한 범죄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일은 국제적 연대를 통해서만 가능하며, 그것이 할머니들이 진정으로 바라던 것"이라고 했다.
     신현웅 공동대표
    신현웅 공동대표 김선영

    행사를 진행한 신현웅 공동대표도 올해 세계 연대의 의미를 설명하며 "할머니들이 굳세게 바라온 명예 회복과 인권, 전쟁 반대의 마음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바람이 만나 평화를 만들어내자는 뜻"이라며 "그분들의 바람과 우리의 바람은 결국 같은 선 위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김영수 충남도의원
    김영수 충남도의원 김선영

    추모사에 나선 김영수 충남도의원은 2015년 서산 평화의 소녀상 건립 당시를 돌아봤다.

    김 의원은 "보이는 곳에서, 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한마음으로 모금에 참여했다"며 "서산 평화의 소녀상은 그렇게 시민들의 손으로 세워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서산 평화의 소녀상 건립은 2015년 7월 시민 1000여명과 223개 기관·단체가 참여한 범시민추진위원회의 모금으로 시작됐다. 같은 해 시민 5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거쳐 장소를 정했고, 10월 30일 제막식이 열렸다. 2018년 11월에는 서산시 공공조형물로 등록돼 현재 서산시가 관리하고 있다.
     염주노 더불어민주당 서산·태안지역위원장
    염주노 더불어민주당 서산·태안지역위원장 김선영

    염주노 더불어민주당 서산·태안지역위원장은 1991년 김학순 할머니의 공개 증언 당시 학생 신분으로 현장에 있었다고 밝혔다.


    염 위원장은 "35년이 지난 오늘 이 자리에서 당시 할머니의 육성이 다시 떠오른다"며 "어느 누구도 쉽게 나서서 말하지 못하던 때 나온 그 용기 있는 증언이 다른 피해자들이 입을 열 수 있게 한 힘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영광의 역사만이 우리의 역사는 아니다. 부끄럽고 얼룩진 역사도 우리의 역사이며 잊어서는 안 된다"며 "함께 기억하고 연대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송낙인 공동대표는 평화의 소녀상에 바치는 시 ‘훨훨 날아라 흰나비야!’를 직접 낭독했다.
    이날 송낙인 공동대표는 평화의 소녀상에 바치는 시 ‘훨훨 날아라 흰나비야!’를 직접 낭독했다. 김선영

    이날 송낙인 공동대표는 평화의 소녀상에 바치는 시 '훨훨 날아라 흰나비야!'를 직접 낭독했다. 송 공동대표는 해마다 기림의 날을 맞아 추모시를 지어 발표하고 있다. 이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살풀이 공연도 펼쳐졌다.


    보존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정부에 세 가지 과제를 요구했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의 문제점을 명확히 청산하고,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국내 법원 판결을 존중·이행하도록 요구하는 한편, 역사 부정과 피해자 모욕에 대응할 체계를 마련하고 역사교육의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260814 서산시의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맞아 평화의 소녀상 헌화
    260814 서산시의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맞아 평화의 소녀상 헌화 서산시의회

    서산시의회도 이날 장갑순 의장과 의원, 사무국 직원들이 평화의 소녀상을 찾아 헌화하고 묵념했다.

    장 의장은 "기림의 날을 맞아 우리 모두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 속 아픔을 기억하고 공감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며 "과거의 아픔을 교훈 삼아 평화롭고 정의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완섭 서산시장
    이완섭 서산시장 서산시

    서산시는 이완섭 시장도 이날 오전 평화의 소녀상을 찾아 헌화했다고 밝혔다.

    서산에서 기림의 날 행사가 시작된 것은 2020년이다. 올해로 일곱 번째다. 해마다 같은 자리에서 비슷한 형식의 추모가 이어지지만, 기림의 날이 던지는 질문은 오히려 무거워지고 있다.

    식민지 지배와 전쟁 동원 체제 속에서 여성의 삶과 존엄이 어떻게 짓밟힐 수 있었는지, 피해자들이 수십년 동안 침묵해야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들의 증언을 다음 세대에 어떻게 전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서산평화의소녀상보존회가 주최한 제7회 서산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식은 진도북춤을 시작으로 헌화와 묵념, 기념사와 추모사, 헌시 낭독, 추모 공연, 성명서 낭독 순으로 진행됐다.
    서산평화의소녀상보존회가 주최한 제7회 서산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식은 진도북춤을 시작으로 헌화와 묵념, 기념사와 추모사, 헌시 낭독, 추모 공연, 성명서 낭독 순으로 진행됐다. 김선영

    기림의 날은 과거를 향한 원망에 머무는 날이 아니다. 전쟁 속에서 인간의 존엄이 무너진 역사를 기억하고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날에 가깝다. 지금도 세계 곳곳의 분쟁지역에서 여성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피해자들이 남긴 증언은 과거의 기록으로만 머물지 않는다.

    이 기억을 진보와 보수의 문제로 나누는 것도 온당하지 않다. 누가 기념식에 참석했고 참석하지 않았는지를 놓고 정파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피해자들의 증언을 어떻게 기억하고 다음 세대에 전할 것인가다. 일본군 '위안부'의 역사는 어느 한 진영의 역사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기억해야 할 역사이기 때문이다.
     제7회 서산시 일본군 '위안부' 기림의 날 기념식
    제7회 서산시 일본군 '위안부' 기림의 날 기념식 김선영

    그럼에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자발적 매춘으로 축소하거나 강제성을 부정하는 주장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생존 피해자가 이제 5명밖에 남지 않은 현실은 기록과 증언, 역사교육의 중요성을 더욱 크게 만든다.

    평화의 소녀상 앞에 놓인 꽃 한 송이가 단순한 추모로 끝나서는 안 되는 이유다. 피해자의 명예와 인권을 회복하고 전쟁과 성폭력이 되풀이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 35년 전 김학순 할머니가 침묵을 깨고 세상에 자신의 이야기를 꺼낸 이후,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서산시대에도 실립니다.
    #일본군위안부기림의날 #김학순할머니 #전쟁과성폭력이되풀이되지않는사회 #역사교육의중요성 #평화의소녀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의대면 끝'이라는 믿음도 깨졌다, 지방 의대서 무슨 일이 '의대면 끝'이라는 믿음도 깨졌다, 지방 의대서 무슨 일이
    2. 2 아이 낳고 떠난 아빠, 지금 한국서 벌어지는 'K-코피노' 아이 낳고 떠난 아빠, 지금 한국서 벌어지는 'K-코피노'
    3. 3 이진숙 국회 안 집회, 5.18 폄훼에 이 대통령 영정까지 등장 이진숙 국회 안 집회, 5.18 폄훼에 이 대통령 영정까지 등장
    4. 4 AI가 '인류 난제' 푼 이틀 뒤, AI 연구원이 보낸 끔찍한 경고 AI가 '인류 난제' 푼 이틀 뒤, AI 연구원이 보낸 끔찍한 경고
    5. 5 넷플릭스에 맞서는 1조 6000억의 베팅 넷플릭스에 맞서는 1조 6000억의 베팅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