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맹정음 100주년, '시각장애인의 세종대왕' 박두성 선생님을 찾아서

한글 점자 창시자 송암 박두성 기념관이 있는 송암 점자도서관에서 봉사하며 한글 점자의 의미를 새긴다

등록 2026.08.17 13:46수정 2026.08.17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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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훈맹정음 100주년이라고 한다. 얼마 전까지는 세종대왕이 만든 '훈민정음'은 알았지만 '훈맹정음'이라는 말은 알지 못했다. 3월 말에 인천송암점자도서관에 '소리 나누미' 봉사활동 하러 처음 갔을 때 도서관 외벽에 쓰여 있는 '훈맹정음 반포 100주년'이라는 글을 보면서 '훈맹정음'이라니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인천송암점자도서관 처음 방문한 날 외벽에 써있는 '훈맹정음 반포 100주년' 글을 보며 궁금해졌다.
▲인천송암점자도서관 처음 방문한 날 외벽에 써있는 '훈맹정음 반포 100주년' 글을 보며 궁금해졌다. 유영숙

요즘 새로 개관한 도서관을 보면 규모도 크고 시설도 좋아서 마치 멋진 카페에라도 간 것처럼 쾌적하다. 요즘 무더위로 도서관이 좋은 피서지가 된 것도 좋은 시설 때문일 거다. 오마이뉴스에서 '캐리어 끌고 도서관'을 연재하고 있는 이인자 기자님의 기사(참고기사 : 담배공장의 무한 변신, 이 도서관 진짜 재밌네)를 놓치지 않고 읽는다. 기사에서 본 도서관은 한 곳 한 곳이 모두 특징이 있어 '도서관이 이렇게 좋아?'라며 기사를 읽을 때마다 감탄하게 되고 마음이 끌려서 방문해보고 싶어진다.


3월 말에 처음 가본 인천송암점자도서관은 겉에서 보기에도 작은 도서관이었다. 1층은 주차장이고 2층에 사무실과 열람실이 있고, 3층에 송암 박두성 기념관과 소리 나누미 제작실, 강의실이 있었다. 공간이 좁았다.

도서관 2층에 있는 열람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점자책이다. 열람실도 넓지 않고 스물다섯 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있다. 점자도서관이라 일반 서가와 점자 서가가 구분되어 있다. 점자 도서 옆에 있는 동화책에는 점자가 덧씌워져 있고, 시각장애인은 이곳에서 오디오북도 이용할 수 있다.

송암점자도서관의 점자책 2층 열람실에 들어가면 정면으로 보이는 것이 점자 책이다.
▲송암점자도서관의 점자책 2층 열람실에 들어가면 정면으로 보이는 것이 점자 책이다. 유영숙

점자도서관이라서 시각장애인들이 주로 이용하지만, 일반인도 이용이 가능하다. 나도 봉사활동 하러 갈 때 2층 열람실에 들러서 책을 대출해 온다. 신간 코너가 따로 있어서 먼저 신간 도서가 있는 곳에 가서 제목을 보고 책을 대출해 온다. 작년 6월에 내가 출간한 <주말마다 손주 육아하는 할머니 > 책을 기증했는데 신간 도서에 꽂혀있는 내 책을 보니 흐뭇했다. 한 분이라도 읽어주시면 좋겠다.

'시각장애인의 세종대왕'으로 불리는 송암 박두성 선생님

지난 3월 말부터 주 1회 소리 나누미 봉사 활동하러 점자도서관을 방문하지만, 3층에 있는 송암 박두성 기념관을 자세히 둘러보지 않다가 7월에 '훈맹정음 100주년 기념' 행사 안내판을 보고 방문해서 전시물을 자세히 관람했다. 기념관은 크지 않았고 박두성 선생님의 발자취, 점자의 구조와 원리, 한글점자 훈맹정음의 우수성, 점자제작을 위한 인쇄기 및 제본기 등이 전시되어 있다.


송암박두성기념관 전시실에 전시되어 있는 전시물 일부이다.
▲송암박두성기념관 전시실에 전시되어 있는 전시물 일부이다. 유영숙

송암 도서관은 '시각장애인의 세종대왕'이라 불리는 한글 점자 '훈맹정음'의 아버지 송암 박두성 선생님의 뜻을 기리기 위해 세운 도서관으로 박두성 선생님의 호를 따서 이름을 지은 도서관이다. '시각장애인의 세종대왕'이라니 이렇게 훌륭하신 분인 박두성 선생님에 대해 정확하게 알아보고 싶어서 지난주에 점자도서관에서 <박두성> 인물전을 대출해 왔다.

책표지 최도영 글, 하민석 그림, 비룡소 출판의 새싹 인물전
▲책표지 최도영 글, 하민석 그림, 비룡소 출판의 새싹 인물전 유영숙

박두성 선생님은 강화도 교동도에서 아홉 남매 중 첫째로 태어났다. 어려운 가정환경이었지만, 독립운동가였던 이동휘 선생님이 힘써 주셔서 서울에서 한성 사범 학교에 다니게 되었고, 졸업 후에 보통학교 선생님이 되었다. 그즈음 우리나라 상황이 더 나빠져서 박두성이 스물두 살 되던 1910년, 우리나라는 일본에 나라를 빼앗겼다.


송암은 이동휘 선생님이 지어준 호로 '암자의 푸른 소나무처럼 뜻을 굽히지 말고 남이 하지 않는 일에 평생을 바치라'는 의미라고 한다. 호의 의미처럼 남이 하지 않는 일에 평생을 바치기 위해 1913년 현재의 국립서울맹학교인 조선 총독부 제생원 맹아부에 교사로 부임하며 시각장애인의 교육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박두성 선생님은 이곳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해서 1913년 8월 25일 우리나라 최초의 점자 교과서를 만들었다. 비록 일본 점자이긴 했지만, 우리나라 맹인 학생들이 비로소 책으로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

"선생님! 왜 우리는 조선의 점자가 없어요?"

어느 날, 조선어 시간(그때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상태여서 일본어를 '국어'라 하고 우리 말과 글을 '조선어'라고 했음)에 한 학생의 말을 듣는 순간 우리글 점자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나 자음은 점 3개로 모음은 점 2개로 3•2 점식 점자를 만들었으나 여러 가지로 불편하였고 한글을 정확하게 읽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세종대왕의 뜻을 이어 '훈맹정음'이라 불리는 한글 점자

박두성 선생님은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드신 과정을 연구하였고, 드디어 1926년 8월 드디어 '6 점형 점자'인 한글 점자를 완성하였다. 일제 치하라서 비밀스럽게 연구하느라 많은 제약이 있었으나 결국 한글 점자가 완성되었다. 새로 만들어진 한글 점자의 이름이 '훈맹정음'이다. 세종대왕이 만든 우리글 '훈민정음'은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이고 박두성 선생님이 만든 우리 점자 '훈맹정음'은 '맹인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뜻이다.

1926년 11월 4일에 훈맹정음이 반포되어 세상에 널리 알려졌고, 올해 훈맹정음 반포 100주년에 이르렀다. 그 이후 훈맹정음이 반포된 11월 4일은 '한글 점자의 날'로 지정되었다.

박두성 선생님은 평생 눈먼 이들에게 빛을 주고자 몸과 마음을 바치며 깊은 병을 얻었다. 1963년 8월 25일 75세의 나이로 하늘나라에 가셨다. 선생님은 병석에 누워서도 머릿속에는 온통 점자 생각뿐이셨단다.

"점자책은 쌓지 말고 책꽂이에 꽂아 두어라. 쌓아 두면 튀어나온 점자에 눌려서 손끝으로 읽어 내기 어려울 테니까 말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열람실 책꽂이에 세워서 정리해놓은 점자책이 생각났다. 그동안 점자도서관에 봉사활동 하러 가며 박두성 선생님에 대해 한글 점자 창안자라고만 알았는데 <박두성> 인물전을 읽으며 '시각장애인의 세종대왕'으로 불리는 이유를 알았다. 일제 치아에서 많은 어려움을 이기고 한글 점자를 만드셨다니 존경심이 저절로 일었다. 오늘이 광복절이라 박두성 선생님을 돌아보는 시간이 의미 있게 다가온다.

엘리베이터와 지하철 역 승강장에서 본 한글 점자 관심있게 보니 우리 생활 주변에서 한글 점자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와 지하철 역 승강장에서 본 한글 점자 관심있게 보니 우리 생활 주변에서 한글 점자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유영숙

'아는 만큼 보인다.'라고 엘리베이터에서도 지하철역에서도 점자가 눈에 띄었다. 앞으로도 다니면서 곳곳에서 점자에 관심이 갈 거다. 내가 하는 '소리 나누미' 작은 봉사라도 오래 하며 선생님의 뜻을 기리고, 시각 장애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시간 내어 강화도 교동도에 있는 박두성 선생님 생가도 꼭 방문해보려고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60대 이상 시민기자들의 사는이야기
#훈맹정음반포100주년 #송암박두성선생님 #송암점자도서관 #한글점자창시자 #소리나누미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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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출신 할머니로 8년 째 쌍둥이 손자 주말 육아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평범한 일상이지만, 그 안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기사를 씁니다. 2025년 6월에 <주말마다 손주 육아하는 할머니>를 출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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