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에 과의존 하는 아이들. 교실에서 '골똘히 몰두하는 아이'가 사라지고 있다. AI생성 이미지
오마이뉴스
얼마 뒤 수업 시작 전에 아이들 앞에서 AI를 백안시해 온 수업 방식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난데없는 사과에 아이들은 서로 쳐다보며 어리둥절해했다. 그들에게 해명하듯 AI의 '신세계'를 충격 속에 경험했던 요 며칠간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AI를 수업에 적용해 보려는 취지였다.
그들은 하나같이 뜬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모두가 새삼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이미 AI는 아이들의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고, 하루의 일상에서 AI가 개입되지 않는 때가 거의 없을 거라고 덧붙였다. 스마트폰 첫 화면의 첫 번째 앱이 챗지피티와 제미나이, 클로드라고 했다.
최근 일과 중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스마트 기기 사용이 법적으로 제한되기 전까지는 아이들은 등굣길에 책가방도 메고 오지 않았다. 호주머니의 스마트폰과 손에 쥔 태블릿 하나면 충분했다. 굳이 책가방이 필요하다면, 충전기와 보조 배터리를 챙겨와야 하기 때문이었다.
요즘 아이들에게 종이로 된 사전은 이미 박물관 수장고에 가야 할 물건이 됐고, 교과서나 공책도 더는 쓸모가 없다. 따라서 필기도구도 필요 없다. 그들에게 '필통'이라고 하면, 책가방 속의 작은 케이스가 아닌, 책상 위에 각종 필기도구를 꽂아놓은 원통형의 물건을 떠올린다.
이젠 태블릿과 연동된 전자펜조차도 효용을 다해가고 있는 듯하다. AI가 필기하는 수고로움마저 대신해 준다고 말했다. 교과별 핵심 내용을 공책에 필기하듯 요약해 주는 걸 넘어 AI가 교사의 수업 내용조차 토씨 하나 놓치지 않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거다.
교사가 공유하는 수업 자료를 내려받으면 AI가 공책 정리를 다 해준다. 수업 시간 칠판 판서 내용을 일일이 받아 적을 이유가 없다. 하긴 요즘 칠판에 판서하며 수업하는 교사도 드물다. 전자 칠판과 빔프로젝터까지 갖춘 교실에서, 언제부턴가 분필을 쥐는 게 민망한 일이 됐다.
법적으론 금지되어 있지만, 수업 시간에 스마트 기기 사용을 바라는 아이들의 요구는 한술 더 뜬다. 교사의 강의 내용을 녹음하겠다는 거다. 물론, 나쁜 의도는 아닐 거다. AI를 활용해 녹음 파일을 텍스트 파일로 변환시킨 다음, 다시 핵심 내용을 정리해 공부하겠다는 뜻이다.
학교 교육의 목적이 아이들에게 교과 지식을 전수하는 거라면, 이미 그 단계는 지나버렸다. 아이들은커녕 교사조차도 교과서와 다양한 자료를 찾아 읽어가며 수업을 준비하지 않는다. AI가 알려준 자료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수업 후 아이들은 AI가 요약해 준 자료로 복습한다.
특정 주제에 대한 자기의 생각을 쓰라는 수행평가 때도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스마트폰부터 켠다. AI에게 질문하려는 거다. 이내 곳곳에서 AI가 자기의 생각을 빠르고 정확하게 대변하고 있다며 호들갑을 떠는 목소리가 들린다. 골똘히 몰두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생각할 시간 아껴서 좋다" 씁쓸한 풍경
"두껍고 어려운 책들을 읽지 않고도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어서 좋아요. 더욱이 시간도 아낄 수 있으니, AI만한 학습 도구는 이 세상에 없는 것 같아요."
AI를 활용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을 말해보라고 했더니, 한 아이가 주저 없이 이렇게 대답했다. 시간이 빠듯한 수험생에게 특히 출제 빈도가 높은 문학 작품들을 공부하는 데 AI의 도움은 절대적이라는 거다. 그는 AI 덕분에 웬만한 서양 고전도 모두 섭렵했다고 으스댔다.
기껏 AI의 경이로움을 찬탄했더니, 되레 아이들의 입에선 "시간 내어 책을 읽어야 하는 부담이 줄었다"는 생뚱맞은 대답이 튀어나왔다. 한 아이는 "솔직히 독서는 인내력 테스트"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학교에서 독후감 과제가 사라진 것만으로도 AI의 공은 크다고 키득거렸다.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며 더 혼란스러워졌다. '만물박사'인 AI의 효용을 믿어 의심치 않지만, 과연 AI를 교육에 활용하는 게 맞는 건가 싶어서다. 책 읽기의 즐거움을 앗아가고, 자기 생각마저 의존하도록 만든다면, AI를 아이들의 손에 장난감처럼 둬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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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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