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6.08.20 14:02수정 2026.08.20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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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에서 <오디세이>는 열풍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는 지난 8월 5일 한국에서 개봉했고 20일 기준 559만 관객을 넘겼다. 영화 사상 처음으로 전 분량을 아이맥스 필름으로 촬영했다는 이 작품은 여름 극장가의 화제작이다.
흥미로운 건 극장 바깥이다. CGV는 지난 10일 씨네드쉐프 용산에서 '북클럽 with 오디세이아'를 열었다. 극장에 모여 앉아 원작을 읽는 프로그램으로, 참가자 전원에게 <오디세이아> 도서가 제공됐다. 나도 그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책을 읽고 왔다.
북토크, 미술사 초청 강연, 오디세이 보기 전 그리스 신화 입문 등 방식의 오디세이를 기억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보고, 듣고, 배우고, 모여서 읽는다. 3천년 전의 서사시 한 편을 두고 말이다.

▲CGV 북클럽 with 오디세이아 두시간동안 극장에서 책을 읽는 프로그램이다.
최수안
하지만 막상 책을 펼치면 이야기는 생각보다 만만하지 않다. 24권에 이르는 긴 서사에 낯선 신과 영웅, 섬과 도시의 이름이 쉴 새 없이 등장한다. 누구나 제목은 알고 있지만 끝까지 읽어본 사람은 많지 않은 고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오래된 책을 조금 다른 방법으로 읽어볼 수는 없을까.
한 번에 완독하려 애쓰기보다 매일 조금씩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을 직접 손으로 옮겨 적는 방식이다. 그리고 그 기록들이 다시 한 권의 책이 된다. 나의 필사지도사 선생님이 대표로 있는 출판사 북도슨트가 18일부터 진행하고 있는 <필사로 만나는 오디세이>는 이런 생각에서 출발한 독자 참여형 프로젝트다.
참가자들은 30일 동안(18일부터) 각자 선택한 판본의 <오디세이아>를 읽는다. 읽다가 마음에 머무는 문장을 만나면 필사하고, 그날의 생각을 기록한다. 정해진 문장을 똑같이 따라 쓰는 방식은 아니다. 같은 작품을 읽더라도 어떤 장면과 문장을 선택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오디세우스의 귀환을 적고, 누군가는 페넬로페의 기다림을 적는다. 키클롭스의 동굴에서 멈추는 사람도 있고, 세이렌의 노래나 이타카로 돌아가는 마지막 여정에 오래 머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30일이 지나면 독자들의 필사와 기록 가운데 일부를 모아 <필사로 만나는 오디세이>라는 한 권의 책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책을 사서 읽고 책장에 꽂아두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읽고 쓰고 기록한 시간이 또 다른 책의 일부가 되는 셈이다. 이런 의도가 재밌어서 나도 참여하고 있다.

▲오디세이 필사 프로젝트의 뉴욕 타임스 스퀘어 광고 한국에서 이루어지는 오디세이 필사가 뉴욕에 광고가 걸렸다
북도슨트
그런데 이 작은 독서 프로젝트가 지난 16일 뜻밖의 장소에서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뉴욕 타임스스퀘어다. 온라인으로 나도 지켜봤다. 북도슨트는 8월 16일 오후 1시(한국 시간)부터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을 통해 <필사로 만나는 오디세이>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출판이라는 일이 작가와 편집자, 출판사만의 영역이 아니라 독자에게까지 확장되는 셈이다.
읽는 사람에서 만드는 사람으로
북도슨트는 그동안 필사를 단순히 좋은 문장을 베껴 쓰는 활동에 머물지 않고 출판과 연결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필사 잡지 <한 달 필사>를 발행하고 필사 대회를 열었으며, 참가자들의 글을 모아 당선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필사와 문학을 결합한 잡지 <필사문학>도 준비하고 있다. <필사로 만나는 오디세이>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영화 한 편을 보고 극장을 나온 사람이 2700년 전 책을 다시 찾는다. 책을 펼쳤다가 한 문장을 적는다. 그 문장을 계기로 다음 장을 읽고, 또 다른 누군가의 기록과 함께 한 권의 책을 만든다. 영화에서 고전으로, 고전에서 필사로, 필사에서 다시 출판으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오디세이 필사를 시작했다. 30일동안의 여정이다.
최수안
어쩌면 고전이 살아남는 방식도 이런 것이 아닐까? 오래된 책을 반드시 오래된 방식으로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로 처음 만날 수도 있고, 그림으로 만날 수도 있으며, 한 문장을 직접 써보는 데서 시작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작품이 다시 누군가에게 읽히고 이야기되는 일일 것이다.
북도슨트 관계자는 "책의 결과물뿐 아니라 책을 읽고 쓰고 함께 만드는 과정도 하나의 문화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필사가 한국어 문장을 천천히 읽고 직접 써보는 활동이라는 점에 주목해, 앞으로 해외 독자들에게도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경험하는 콘텐츠로 소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팝과 K-드라마, K-문학에 이어 'K-필사'라는 말도 가능해질까. 아직은 조금 낯선 표현이다. 하지만 뉴욕 한복판의 전광판에 등장한 작은 부엉이와 <오디세이>의 오래된 문장들을 보고 있으면 한 가지는 분명해 보인다. 3000년 전 시작된 오디세우스의 항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독자들이 그 항해의 다음 이야기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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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세계의 도시들과 도시문화를 전공했다. 유럽의 문학과 예술, 여행을 따라 도시를 걸었다. 여전히 골목과 도시의 평범한 일상을 관찰한다. 지금은 강화도에서 유럽 채소와 나무를 기른다. 틈틈이 글을 쓰고 문학을 번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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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것만으로는 부족... '오디세이'를 필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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