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퇴하면 안 되죠"... 열 번째 축제 맞은 서산 '박첨지' 축제

9월 5일 제10회 서산박첨지놀이 인형극축제

등록 2026.08.17 14:29수정 2026.08.17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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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산박첨지놀이 3대 보유자인 이태수 서산박첨지놀이보존회장
서산박첨지놀이 3대 보유자인 이태수 서산박첨지놀이보존회장 최미향

"지금은 젊은 사람들이 와서 많이 배우고 있어요."

지난 16일 오후, 박첨지놀이전수관에서 충청남도 무형유산 제26호 서산박첨지놀이 보유자인 이태수 서산박첨지놀이보존회장에게 5년 전 했던 걱정을 다시 물었다.


[관련기사] 2021년 "창시자 외조부 뜻 이어받아 박첨지 성장시키고 싶어" https://omn.kr/1s961

인터뷰 당시 그는 박첨지놀이의 미래를 걱정했다. 서산시 음암면 탑곡4리는 54가구가 사는 작은 농촌마을이었고, 보존회 회원은 정회원 9명과 준회원 4명 등 13명이 전부였다. 이 가운데 80대를 넘긴 회원도 3명이었다. 농촌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마을 주민들이 함께 해야 가능한 박첨지놀이가 앞으로도 순조롭게 이어질 수 있을지 불안하다고 했다.

그로부터 5년. 다시 물은 질문에 돌아온 첫 대답은 의외로 밝았다. 현재 보존회는 정회원 8명과 준회원 7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 보유자는 준회원 7명을 두고 "이제 배우는 친구들"이라고 설명했다. 새롭게 참여한 이들 역시 대부분 탑곡리와 인연을 맺고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회원 숫자가 크게 늘어난 것은 아니다. 그러나 5년 전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 때문에 걱정했던 마을에 새로 배우겠다는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점은 작지 않은 변화다. 그리고 오는 9월 5일, 이들이 지켜온 박첨지놀이는 열 번째 인형극축제를 연다.

엄마 등에 업혀 보던 인형극, 이제는 그가 지킨다


이태수 보유자에게 박첨지놀이는 처음부터 '무형유산'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온 것이 아니었다. 2021년 인터뷰에서 그는 아주 어릴 적 어머니 등에 업혀 박첨지놀이를 봤다고 했다. 농사일을 마친 마을 어른들이 저녁이면 풍물을 치며 모였고, 날이 어두워지면 횃불을 밝혔다. 어린 이태수는 인형극을 보며 깔깔 웃다가도 구렁이가 등장하면 겁을 먹고 어머니 품에 얼굴을 묻곤 했다.

박첨지놀이 초대 전승자인 고 주연산 선생은 그의 외조부다. 그러나 외조부가 평생 지킨 놀이였다고 해서 손자가 곧바로 그 길을 따른 것은 아니었다. 고향을 떠나 생활하기도 했고, 다시 탑곡리로 돌아온 뒤에도 한동안은 박첨지놀이에 깊이 관여하지 않았다.


그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박첨지놀이를 이어갈 사람이 줄어드는 현실이었다. 박첨지놀이는 몇 명의 전문 배우만으로 완성되는 공연이 아니다. 인형을 움직이고 소리를 하고 풍물을 치는 사람들이 함께해야 한다. 무엇보다 마을 사람들이 시간을 내야 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전승에 뛰어들 무렵만 해도 사정은 녹록지 않았다. 공연에 함께하자고 주민들을 찾아가면 "야 이 사람아, 그거 하면 돈이 나오나 쌀이 나오나", "먹고사는 게 먼저 아니냐"는 답이 돌아오곤 했다. 농사와 생업이 우선인 주민들에게 공연 참여를 부탁하는 일부터 쉽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이 회장은 1995년 2대 보유자 고 김동익 명인에게 들어가 본격적으로 박첨지놀이를 배우기 시작했다. 당시 삼십 대였던 그는 "이것은 돈 보고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렇게 30여 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고, 이태수씨는 이제 서산박첨지놀이 3대 보유자로 전승의 중심에 서 있다.

16일 통화에서 보유자가 된 뒤 달라진 점을 묻자 그는 "전수관도 갖춰져 있고 기반은 잘돼 있지만, 이제는 더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는 무게감이 있다"고 말했다. 어머니 등에 업혀 바라보던 마을 인형극을 이제는 자신이 다음 사람에게 넘겨야 하는 위치가 된 것이다.

화려하지 않아 더 박첨지다운 인형극
 '제9회 서산박첨지놀이 인형극축제'에서 박첨지놀이 공연이 펼쳐지고 있는 모습.
'제9회 서산박첨지놀이 인형극축제'에서 박첨지놀이 공연이 펼쳐지고 있는 모습. 서산박첨지놀이보존회

서산박첨지놀이는 박첨지를 중심으로 가족과 사회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익살스럽게 풀어내는 민속 인형극이다. '박첨지'에서 '박'은 인형을 만드는 데 사용한 조롱박을, '첨지'는 과거 벼슬 명칭이나 나이 든 사람을 가리키던 말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진다.

공연은 박첨지마당, 평안감사마당, 절 짓는 마당 등 세 마당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유람거리와 살림 나누는 거리, 매사냥거리, 상여거리 등이 이어지고, 그 안에는 가족의 갈등과 신분질서,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담긴다.

인형의 움직임도 복잡하지 않다. 몸 전체를 위아래와 앞뒤, 좌우로 흔들어 감정을 표현한다. 보존회에서는 이를 '보릿대춤'이라고 부른다.

작고 투박한 인형이 우스꽝스럽게 몸을 흔들고 말을 주고받지만, 그 웃음 안에는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한 풍자가 있다. 직접 말하기 어려웠던 현실의 모순을 인형의 입을 빌려 풀어내던 서민들의 놀이였다.

무엇보다 이 놀이의 특징은 여전히 '마을'에 있다. 전문공연단이 작품을 재현하는 방식이 아니라 탑곡4리 주민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보존회가 직접 배우고 공연하며 전승을 이어가고 있다.

5년 전 '고령화' 걱정... 지금은 젊은 사람들이 배운다

 제10회 서산박첨지놀이 인형극축제를 앞두고 서산박첨지놀이보존회 기존 회원들과 새롭게 전승에 참여한 젊은 회원들이 함께 연습하고 있다.
제10회 서산박첨지놀이 인형극축제를 앞두고 서산박첨지놀이보존회 기존 회원들과 새롭게 전승에 참여한 젊은 회원들이 함께 연습하고 있다. 서산박첨지놀이보존회

그래서 5년 사이 생긴 변화는 더욱 눈길을 끈다. 2021년 당시 보존회 정회원은 9명, 준회원은 4명이었다. 올해는 정회원 8명, 준회원 7명이다. 단순히 13명에서 15명으로 숫자가 늘었다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새롭게 배우는 사람들이 생겼다는 점이다.

"젊은 사람들이 와서 많이 배우고 있다"는 이 보유자의 말은 5년 전 인터뷰에서 드러났던 걱정과 대비된다.

그렇다고 전승 문제가 모두 해결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농촌의 고령화와 인구 감소라는 조건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박첨지놀이는 여전히 공연할 사람과 배울 사람, 함께할 마을 공동체가 있어야 이어갈 수 있는 문화다.

올해 열 번째를 맞는 '서산박첨지놀이 인형극축제'를 단순한 횟수 이상의 의미로 볼 수 있는 이유다.

9월 5일 오후 1시부터 서산시 음암면 서산박첨지놀이전수관에서 열리는 이번 축제에는 박첨지놀이 공연과 함께 인형을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 프로그램 등이 마련된다.

오후 1시 20분에는 음암면 농촌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담로농악단의 길놀이가 시작되고, 개회식에 이어 오후 2시부터 본 공연이 펼쳐진다. 충청남도 무형유산 서산박첨지놀이를 중심으로 진쇠춤과 세도두레풍장, 사물놀이, 김태현 Quartet 등이 무대에 오른다. '박첨지 탈 노래자랑'과 가수 빈예서의 공연도 예정돼 있다.

박바가지 인형 만들기와 인형극학교, 짚풀공예, 전통 노리개와 자개 키링 만들기, 전래놀이 등 어린이와 가족이 참여할 수 있는 체험행사도 진행된다.

공연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인형을 만들고 놀이를 경험하도록 한 것은 결국 새로운 관객을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열 번째보다 중요한 것은 '계산 이어가는 것'

 2025년 서산 박첨지놀이 인형극 축제 사진
2025년 서산 박첨지놀이 인형극 축제 사진 서산박첨지놀이보존회

이태수 보유자에게 열 번째 축제보다 앞으로의 10년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잠시 생각하던 그는 결국 '계속 이어가는 것'을 말했다.

"변하지 않고 계속 이어져 가는 게 중요하죠. 축제도 계속할 수 있어야 하고요. 전수관도 잘 지어져 있는데 이게 자꾸 쇠퇴하면 안 되고, 계속 발전하는 게 제 목표죠."

화려한 답은 아니었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의 손으로 이어온 무형유산을 생각하면 가장 현실적인 답인지도 모른다. 전승은 어느 한 해 큰 공연을 성공시키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올해 무대에 올랐으면 내년에도 누군가 인형을 잡아야 하고, 지금 배우는 사람이 언젠가는 또 다른 사람에게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2021년 이태수 보유자는 '앞으로 박첨지놀이가 순조롭게 항해할 수 있을까'를 걱정했다. 5년 뒤 다시 만난 박첨지놀이에는 새롭게 배우는 사람들이 생겼고, 축제는 열 번째를 맞았다. 그러나 '10회'가 전승의 완성을 뜻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질문은 이제부터다. 지금 배우기 시작한 사람들이 10년 뒤에도 박첨지 인형을 잡고 있을까. 또 그다음 사람은 누가 될까.

"떼~루 떼~루기 떼~루야."

9월 5일, 탑곡4리의 작은 인형들은 다시 몸을 들썩인다. 열 번째 축제의 막이 오르지만, 박첨지놀이를 지켜온 사람들의 시선은 이미 그다음 무대를 향하고 있다.

제10회 서산박첨지놀이 인형극축제는 9월 5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서산시 음암면 탑곡고양동1길 113-9 서산박첨지놀이전수관에서 열린다. 행사 당일 탑곡4리 마을 입구와 전수관을 오가는 무료 셔틀택시도 운행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남도청에도 실립니다.
#서산박첨지놀이 #이태수 #박첨지놀이 #인형극축제 #충남무형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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