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양치, 작은 괴롭힘 속에 담긴 간절한 마음

등록 2026.08.25 14:27수정 2026.08.25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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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전 발치'

모니터 화면에 뜬 단어 조합에 숨이 턱 막혔다. 고양이의 이빨이 썩어 치은염과 치주염이 발생하였는데, 주인이 그것을 제때 발견하지 못하여 결국 고양이의 모든 이빨을 뽑아야 했다는 한 반려인의 안타까운 사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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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한구석에서 평화롭게 식빵을 굽고 있는 우리 집 고양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저 작은 입에서 이빨이 모두 사라진다면? 잇몸만 남은 입으로 힘겹게 밥을 삼키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 한구석이 쿵 내려앉았다. 그 글을 읽은 날 밤, 나는 비장한 각오로 작은 칫솔을 빼들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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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길고양이의 고단한 삶이나 아픈 동물들의 영상만 봐도 어딘가 마음 한구석이 찡해져 영상을 채 끝까지 보지도 못하는 나로서는, 우리 집으로 들여온 이 작은 생명체가 겪을지도 모를 고통을 어떻게든 미리 차단해야 한다는 묘한 사명감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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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을 모시는 집사들에게 '양치'란 외면하고 싶은 숙제와 같을 것이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고양이 양치, 필수라던데...' 하며 이미 머릿속으로 생각하면서도 바쁘다는 핑계로, 혹은 고양이가 싫어한다는 이유로 미뤄두기만 했다.


양치질이 고양이에게 매우 불쾌한 일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어쩌겠는가. 다가올 큰 고통을 막기 위해, 오늘의 작은 불편함을 기꺼이 안겨주어야 하는 것이 반려인의 숙명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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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결국 고양이 전용 작은 칫솔을 들고 조심스레 녀석에게 다가갔다. 다행히 우리 집 고양이는 성격이 무던하여 하악질 한 번 없이 순순히 곁을 내어준다. 하지만 녀석의 표정까지 평온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우리의 손길에 턱을 맡긴 채 입술이 살짝 들린 녀석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투명한 연둣빛 눈동자에는 '집사야,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겠냥' 하는 듯한 은근한 원망과 체념이 서려 있다.

불만 가득한 표정의 고양이 집사의 간절함은 알겠으나, 그래도 불쾌한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불만 가득한 표정의 고양이 집사의 간절함은 알겠으나, 그래도 불쾌한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유현주
그러나 녀석이 이 불쾌한 시간을 발톱 한 번 세우지 않고 묵묵히 버텨내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바로 양치질이 끝난 직후 주어지는 '최고의 보상', 녀석이 가장 사랑하는 연어 간식 때문이다. 칫솔이 입에서 빠져나가고, "옳지, 다 끝났다!"라는 우리의 목소리가 떨어지기 무섭게, 조금 전까지 원망으로 가득했던 눈동자는 순식간에 초롱초롱한 기대감으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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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 뾰로통한 표정 이면에는 '이 귀찮고 불편한 칫솔질만 인내하면, 곧장 달콤한 연어가 내 입으로 들어온다'는 고양이 나름의 치밀하고도 영악한 계산이 깔려 있었던 것은 아닐까. 억지로 입을 내어주던 그 억울한 체념의 시간조차 사실은 연어를 향한 강렬한 열망이었다고 생각하니, 그 속내가 참을 수 없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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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매일 밤의 실랑이는 서로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치열하고도 따뜻한 거래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녀석의 평생 건강을 지켜내고, 녀석은 그 인내의 대가로 짭조름한 연어 간식을 얻어내니 말이다.

연어 간식을 쟁취하기 위하여 고생 끝에 연어를 맛보았으니, 이 정도면 견딜만 하지 않을까?
▲연어 간식을 쟁취하기 위하여 고생 끝에 연어를 맛보았으니, 이 정도면 견딜만 하지 않을까? 유현주
고양이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더라도, 우리는 이 작은 노력을 멈출 수 없다. 녀석의 '심기'는 조금 거스르더라도, 녀석의 '건강'은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이 아이를 끝까지 책임지는 방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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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매일같이 '작은 미안함'을 적립하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극구 싫다는 칫솔질을 기어코 해낼 때마다 미안함이 앞서지만, 이 작은 괴롭힘은 녀석이 평생 동안 가장 좋아하는 연어를 씹고, 뜯고, 맛보는 즐거움을 잃지 않기를 바라는 인간의 이기적이고도 간절한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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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에도 우리는 고양이의 뾰로통한 얼굴과 마주할 예정이다. 불만 가득한 그 눈빛을 보며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겠지만, 녀석이 맛있는 간식을 오래오래 즐길 수 있도록, 그리고 우리가 이 귀엽고 억울한 표정조차 오래 볼 수 있도록, 우리는 결코 칫솔질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고양이양치질 #고양이발치 #연어간식 #책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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