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네 번째)와 정청래, 송영길, 최고위원 당선자 등이 17일 대전시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DCC) 제2전시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3차 정기전국당원대회'에서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여론조사의 문제점
민주당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막을 내리고, 당 대표와 5명의 최고위원이 선출되었다. 당 지도부 선출은 대의원·권리당원 투표 70%와 국민여론조사 30%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당 대표의 경우 과반 득표자가 없을 때는 최하위 후보의 2순위 표를 재분배하는 선호투표제를 적용한다. 이번 당 대표 선거에서 김민석 후보는 대의원·권리당원 투표와 국민여론조사를 합산한 결과에서 과반 득표를 하지 못한 결과 선호투표제를 적용해 당 대표로 당선했다.
그런데 이번 선거 결과에서 보듯이 당내 투표, 특히 당을 대표하는 대의원의 투표 내용과 국민여론조사의 결과 사이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즉, 김 후보가 정 후보에게 권리당원 투표에서 앞섰고, 특히 대의원 투표에서는 압도를 했는데, 국민여론조사에서는 오히려 정 후보가 앞서 결국 1차 투표에서는 과반 득표에 실패하여 선호투표제를 적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당내의 의견과 당 밖의 의견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당심과 민심의 괴리가 있을 수 있고, 이러한 괴리를 줄이기 위해 일반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여 국민과 소통하는 수권 정당의 모습을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 이것이 국민여론조사제를 도입한 나름의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즉, 일반 국민의 의견을 선거 결과에 반영해 당에 대한 대중적 지지를 확보하고, 당의 외연을 확장하며, 당의 민주화를 도모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러한 논리는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총선거 등 공직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를 선출하는 당내 경선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공직선거를 위한 당내 국민참여경선제가 그것이다. 사실 과거 정당의 지도부 선출이나 공직선거 후보자 추천이 정당의 지도자나 특정 정파에 의하여 하향식으로 정해지는 등 불투명하고 불공정하며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이러한 국민여론조사나 국민참여경선제는 나름의 의미가 있다.
그런데 이는 국민의 여론조사가 왜곡되지 않고 국민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할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여론조사의 방법, 대상 선택 등 다양한 사안에서 많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심지어 역선택의 위험도 여전히 존재한다. 물론 이번 국민여론조사가 민주당 지지층 및 무당층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역선택의 위험은 없다고 하지만 여론조사 자체를 신뢰할 수 없다면 일반 국민의 의사를 거울처럼 반영한다는 국민여론조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사안은 다르지만 명태균이 연루된 여론조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즉, 여론조사가 정치적 의도에 따라 얼마든지 왜곡되고 조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여론조사가 조작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국민의 평균적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일부의 의견만 반영되어 편향될 수 있다는 위험도 크다. 이는 최근 각종의 공직선거에서 사전 여론조사와는 너무도 다른 선거 결과가 적지 않게 나타난 데서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여론조사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 권리당원 투표의 경우에도 이른바 유령당원, 사이비 종교단체의 개입, 이중당적자 문제 등 다양한 문제로 인해 당심의 반영이 왜곡될 수 있는 가능성도 얼마든지 존재한다. 차제에 이 문제도 깨끗이 정리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아울러 국민여론조사도 이번 기회에 재검토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국민여론조사는 앞서 언급한 여론조사 자체의 왜곡 내지 조작의 위험성에서 뿐 아니라 근본적으로는 헌법상 정당민주주의의 시각에서 문제가 된다.
국민여론조사는 정당민주주의에 부합하기 어렵다
국민여론조사는 우리 헌법 제8조가 보장하는 정당민주주의와 조화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진정한 정당민주주의의 이념에 따르면 그 해당 정당의 정책과 강령으로 무장되어 그 정당의 색깔과 정체성을 진정으로 대표해야 하는 인물이 그 정당의 지도부나 공직선거 후보자로 선출되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그 정당을 가장 잘 알고, 누구보다 그 정당에 대한 애착심과 충성심을 가지고 있으며, 그 정당의 정책과 강령 및 색깔로 무장된 정당 구성원이 정당의 지도부나 공직선거 후보자를 선출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그 정당과 아무런 관련이 없거나 더 나아가 그 정당의 정책과 강령에 반대하는 외부인이나 일반 국민이 그 정당의 지도부나 공직선거 후보자를 선출하는 과정에 참여한다는 것은 정당화하기 어렵다. 또한 과거 독재 내지 권위주의 시절과는 달리 정당의 지도부 선출이나 공직선거 후보자 추천이 정당의 지도자나 특정 정파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정해지는 시대는 지났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한편 국민주권주의 이념에 따라 국가의 주인이 국민이듯이 정당민주주의에 따라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다. 즉 당원주권주의다. 그런데 국민여론조사는 이러한 당원주권주의를 약화한다. 아울러 당원들의 의사와 정당의 지향점을 왜곡할 수도 있다.
결국 국민여론조사는 정당민주주의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사실 정당의 지도부를 선출하는데 우리처럼 국민여론조사를 도입한 국가를 찾아보기도 어렵다.
국민여론조사는 대의제도와 조화하기 어렵다
한편 오늘날의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간접민주주의에 바탕을 둔 대의제도를 통해 실현된다. 그런데 이러한 대의제도의 중요한 기능은 책임정치와 전문정치의 실현이다. 즉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에 근거해 독자적인 양심과 판단에 따라 정책의 결정과 집행을 하고, 그에 대해 다음 선거에서 국민에게 심판을 받음으로써 책임정치를 구현하다. 아울러 고도화된 현대 산업사회에서는 선출된 엘리트인 국민의 대표자가 국민을 위해 전문적인 식견에 따른 정책의 결정과 집행을 함으로써 전문정치의 실현도 가능케 한다.
그런데 이러한 대의제도의 책임정치와 전문정치 실현 기능은 현대 민주국가에서 정당을 통해 구현된다. 즉 정당을 기반으로 국민을 위해 전문적인 정책의 결정과 집행을 하고, 그 결과에 대해 국민에게 책임을 지고, 국민에 의해 심판을 받고, 재신임을 얻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구체적으로 그 해당 정당의 정책과 강령 또는 선거 시의 공약과 그 이행 정도 등을 토대로 해서 이루어진다.
그런데 책임정치와 전문정치의 실현이라는 대의제도의 기능은 정당의 지도부 선출이나 더 나아가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이 정당 내에서만 이루어질 때 더욱 분명하고 용이하게 실현된다. 즉 지도부나 공직후보자의 선출이 정당 구성원에 의해서만 이루어질 때 그 해당 정당과 당원의 목표와 특성 및 의지를 가장 잘 반영하는 전문적 정책의 수립과 실현이 더욱 용이해지고, 그 결과에 대한 정당의 책임소재가 더욱 분명해지며, 아울러 국민에 의한 책임추궁과 심판 및 재신임이 더욱 용이해지는 것이다.
결론(국민여론조사를 재검토해야)
정당민주주의와 대의제도하에서는 정당의 지도부 선출이나 공직선거 후보자를 선출하는 주체는 그 해당 정당의 정책과 강령 및 정체성으로 무장된 당원들이어야 한다. 따라서 당내 구성원이 아닌 외부 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것은 이러한 정당민주주의와 대의제도라고 하는 헌법의 기본원칙과 정신에 부합되기 어렵다.
물론 앞서도 언급했듯이 정당운영이 불투명하고 불공정했으며, 정당 지도부 선출이나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이 정당의 특정 지도자나 특정 계파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정해지거나, 금권이나 부정·부패가 지배하는 과거의 후진적인 비민주적 정당에서라면 국민여론조사나 국민참여경선제도가 가지는 나름대로의 순기능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순수한 상향식의 민주적인 공천과 정당 운영이 이루어지는, 따라서 진정한 정당민주주의가 정착된 정당에서라면 더 이상 국민여론조사나 국민참여경선이 헌법상 정당화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앞서도 언급했듯이 정당 지도부를 선출하는데 국민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국가를 찾아보기 어렵고,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의 경우에도 정치자금 내지 선거자금에 사실상 한계가 없고 로비가 지배하는, 따라서 금권정치가 지배하는 미국을 제외하면, 유럽 등 민주 선진국에 국민참여경선을 실시하는 국가도 거의 없다.
아울러 이러한 헌법상의 문제 외에도, 국민여론조사 자체가 왜곡·조작될 위험이 클 뿐 아니라, 조사 내용에 대한 신뢰도 떨어진다. 그렇다면 과연 계속해서 국민여론조사를 해야 하는지 심각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국민여론조사 폐지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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