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일라스를 순례하며 자신이 그린 다르촉을 걸었다.
김규현
이번에 다정거사는 다시 본업 중 하나인 화가가 되어 히말라야가 들려주는 바람의 노래를 그림으로 표현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가운데 시간을 내서 마차푸차레, 안나푸르나, 다울라기리를 순례했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가는 길에 만날 수 있는 아마다블람에도 직접 찾아갔다. 그리고 그가 필생의 순례지로 생각하는 카일라스 여행도 다녀왔다. 카일라스는 힌두교, 불교, 자이나교, 뵌교에서 신성시하는 산으로 순례에만 일주일 정도 걸린다.
카일라스는 힌두교에서 시바신의 거처로 여겨진다. 불교에서는 우주의 중심인 수미산으로 여겨진다. 티베트 불교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는 파드마삼바바가 이곳 카일라스에서 수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이나교에서는 구원자이자 최고의 지도자가인 티르탕카라가 카일라스에서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한다. 뵌교에서는 물 위에 핀 꽃, 바다의 산으로 여겨 신성시한다.

▲ 곰파에서 카일라스를 향해 경배하는 순례자 김규현
이상기
다정거사는 2025년 여름 6번째 카일라스 순례를 마쳤다. 그 내용을 2026년 월간 《고경(古鏡)》에 '설산 저편 티베트 불교'라는 이름으로 연재하고 있다. 산소가 평지의 절반 밖에 되질 않는 5000m가 넘는 고지에서 다정거사는 숨을 헐떡이며 고행의 순례를 한다. 고생 끝에 해발 5080m에 위치한 디라푹 곰파에 도착, 옥상에서 바라보는 카일라스의 모습을 천하제일경이라 불렀다.
"디라푹 경내에서 보면 아주 가까운 거리에 무려 2,000m나 되는 단일 암봉이 솟아 있는 것이니 그 같은 비현실적인 풍경을 어찌 몇 마디 말로 표현하리. 특히 어두운 밤이 지나고 밝아오는 여명 속에서 아침 햇살이 비칠 때는 밀라레파 존자가 표현한 대로 성산의 둥근 봉우리는 찬란한 수정봉(水晶峯)으로 변하면서 빛의 스펙트럼을 연출한다. 아! 옴 마니 반 메훔."

▲ 다정거사가 그린 성산 아마다블람, 마차푸차레, 카일라스
이상기
다정거사는 이번 전시에 우주를 상징하는 수미산의 기운을 새긴 108점의 작품을 선보였다고 말한다. 그 수미산이 카일라스, 마차푸차레, 아마다블람으로 나타난다. 1호짜리 캔버스에 거대한 성산을 집어넣기에는 협소하지만, 1호 크기의 성산 셋이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고 신성함은 세 배가 된다. 이들 그림의 제목은 산 이름을 따서 카일라스, 마차푸차레, 아마다블람이다. 이들 성산은 늘 다르촉과 함께 있다. 다르촉은 인간의 염원을 바람에 실어 하늘에 전해준다.

▲ 히말라야 삼신산
이상기
그리고 네팔에 거주하면서 자주 접했던 네 개의 성산을 두 점의 그림으로 표현했다. 동양 삼신산의 개념에 입각해 세 개의 산을 짝으로 하는 두 점의 그림을 그린 것이다. 하나는 마차푸차레를 중심으로 좌우에 안나푸르나와 마나술루를 배치했다. 다른 하나는 안나푸르나를 중심으로 좌우에 다울라기리와 마차푸차레를 배치했다. 다정거사가 사는 곳에서 보면 마차푸차레를 4개의 안나푸르나 연봉이 감싸고 있다고 한다.

▲ 성산 카일라스와 마차푸차레
이상기
마지막으로 소개할 두 점의 그림은 자신이 현재 보고 있는 성산 마차푸차레와 죽어서 묻히고 싶는 성산 카일라스를 그렸다. 첩첩 산을 넘어 우뚝 솟은 마차푸차레 정상부에는 해와 물고기가 그려져 있다. 근경의 입구, 중경의 고개에는 다르촉이 바람에 휘날린다. 새들이 바람을 타고 골짜기를 날아간다. 왼쪽에 있는 카일라스도 그림의 양식은 비슷하다. 카일라스 정상부에 달과 물고기를 그려 넣었다. 그림 아래 2024년 5월 20일 Annapurna Kim이라는 사인이 분명히 보인다.
'히말라야 바람의 노래 - 김규현전'은 9월 5일까지 청주시 대청호반에 있는 청남대에서 열린다. 정확히는 대통령기념관 1층 카페 청남대다. 청남대가 워낙 넓어 안내도를 보고 잘 찾아가야 한다. 청남대에는 청남대기념관, 대통령기념관, 대통령별장 본관,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이 있기 때문이다. 청남대에는 입장료도 있다. 전시장에 가면 다정거사 김규현 선생도 만날 수 있다. 그는 하얀 베옷에 보라색 가사를 걸친 멋쟁이 할아버지다. 1947년생이니 우리 나이로 팔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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