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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혐오도 폭력도 성접대도 '논란'? 언론이 흐린 사건의 이름

    '논란' 표현 남발하는 언론들... 사안의 성격 정확히 판단하고, 시민에게 설명해야

    등록 2026.08.19 11:30수정 2026.08.1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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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29일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배재고 야구부 선수들이 광주제일고를 향해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라고 외쳤습니다.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한 스타벅스 '탱크데이' 이벤트를 떠올리게 하는 표현을 광주 지역 학교 선수들에게 직접 사용한 것입니다. 그런데 상당수 언론은 이를 '지역 혐오 응원'이나 '5·18 폄훼 응원'이 아니라 '배재고 응원 논란', '조롱 응원 논란'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논란'은 '여럿이 서로 다른 주장을 내며 다툼'이라는 뜻입니다. 이견이 있기 어려우며 성격이 분명한 사안임에도 언론이 '논란'이라 부르며 본질을 흐리는 일은 하루이틀이 아닙니다. 혐오·차별·폭력처럼 무엇이 문제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도 '논란'으로 뭉뚱그리면, 사안은 마치 '여럿이 서로 다른 주장을 내며 다투는 일'처럼 비칠 수 있습니다. 확인된 사실을 바탕으로 사안의 성격을 판단하고 시민에게 정확하게 설명해야 할 언론이 '논란'이라는 말 뒤로 숨으며 책임을 다하지 않는 셈입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언론의 습관적인 '논란' 사용 실태를 알아봤습니다.

    문제기사 178건, '탱크데이'·멱살잡이·범죄 희화화도 '논란'

    민주언론시민연합은 7월 14일부터 8월 12일까지 30일간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17개 언론사를 대상으로 키워드 '논란'으로 검색해 나온 보도 9074건의 제목을 확인했습니다. 이 가운데 제목에 '논란'이 포함된 1612건을 분석했습니다. 제목은 언론사의 관점과 보도 초점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이자 시민의 뉴스 소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행위·사실이 확인되었고 ▲가해·피해 관계 혹은 공격 대상이 뚜렷하며 ▲혐오·차별·폭력·성범죄·역사왜곡 등 사안의 성격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도 ▲언론이 '논란'으로 보도해 본질을 흐린 경우를 '논란'의 부적절한 사용으로 봤습니다. 그 결과 178건에서 '논란'이 부적절하게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78건을 사안별로 나눠보면 ▲스타벅스 '탱크데이' 행사 47건(26.4%) ▲권영진 의원이 정점식 원내대표의 멱살을 잡은 사건 44건(24.7%)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가 참석한 자리에서 나온 범죄 희화화 발언 18건(10.1%) ▲배재고 야구부가 광주제일고를 상대로 외친 5·18·지역혐오 응원 14건(7.9%) ▲대한축구협회의 외국인 심판 성접대 사건 12건(6.7%) 등 모두 25개 사안으로 나뉘었습니다. 이처럼 언론은 행위와 성격이 비교적 명확한 사안에도 '논란'을 붙이며 본질을 흐렸습니다.

    YTN 30건으로 가장 많아, KBS·연합뉴스TV 뒤이어

    '논란'을 부적절하게 사용한 보도가 가장 많은 언론사는 어디일까요.


     언론사별 ‘논란’ 부적절 사용 보도건수(7/14~8/12)
    언론사별 ‘논란’ 부적절 사용 보도건수(7/14~8/12) 민주언론시민연합

    YTN이 30건(16.9%)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KBS 18건(10.1%), 연합뉴스TV 17건(9.6%), 매일경제 15건(8.4%), JTBC와 채널A 각 11건(6.2%), 중앙일보 10건(5.6%)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논란'의 부적절한 사용이 가장 적은 언론사는 한겨레로 1건(0.6%)이었습니다.

    특히 YTN, KBS, 연합뉴스TV가 '논란'의 부적절한 사용이 많은 언론사 1~3위를 차지했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KBS는 공영방송이고 YTN과 연합뉴스TV는 보도전문채널로서 다른 언론사보다 더욱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정확한 보도로 공적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들은 실제 보도에서 성격이 명확한 사안에도 '논란'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며 사안의 본질을 충분히 드러내지 못했습니다.


    5·18·박종철 모욕 마케팅, 두 달 넘게 지나도 '탱크데이 논란'

    언론은 '논란'을 어떻게 부적절하게 사용해 사안의 본질을 흐렸을까요.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공공수사대는 8월 5일 오전 스타벅스 코리아 본사를 압수수색했습니다. 스타벅스 코리아의 5월 18일 '탱크데이' 마케팅 파문이 불거진 지 두 달여 만입니다. 그러나 압수수색 당일 상당수 언론은 해당 사안을 전하며 여전히 '논란'이라는 표현을 거리낌 없이 사용했습니다.

    KBS는 <경찰, '탱크데이' 논란 스타벅스 첫 압수수색>, <"부실 정황 살핀다" 스타벅스 본사 간 경찰…'탱크데이' 논란 첫 압수수색>을 포함해 9건의 '논란' 보도를 냈습니다. YTN도 <경찰, '탱크데이 논란' 스타벅스 압수수색 착수>, <경찰, '탱크데이' 논란 스타벅스 첫 압수수색…논란 두 달여 만>을 비롯해 9건의 '논란' 보도를 냈습니다. "(경찰의) 이번 압수수색은 지난 5월 이른바 '탱크데이' 논란이 불거진 이후 두 달여 만에 이뤄진 첫 강제수사"라고 전한 겁니다.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스타벅스 '탱크데이' 마케팅이 5·18민주화운동과 박종철 열사를 모욕·폄훼했다는 맥락과 모욕 혐의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도 언론은 이를 '탱크데이 논란'이라고 전하며 본질을 흐렸습니다.

    피해자 앞 범죄 희화화도 '실언 논란'·'막말 논란'

    이뿐만이 아닙니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과 같은 당 진종오 의원이 8월 4일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가 참석한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관련 토론회에서 "돌려차기 한 판 하죠?", "저는 발보다 손을 잘합니다"와 같이 사건을 희화화하는 발언을 주고받았습니다. 두 의원은 발언 직후 사과했고, 여야를 막론하고 강력범죄 피해자 앞에서 사건을 가볍게 언급한 데 대해 부적절한 2차 가해이자 망언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도 서범수·진종오 의원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했습니다. 그러나 언론은 이번에도 '논란'을 빼놓지 않았습니다.

    YTN은 <국민의힘 서범수, '돌려차기' 실언 논란…"깊이 사죄">, <'돌려차기 피해자' 참석하는 자리인데…귀를 의심케 한 '막말' 논란>을 포함해 7건의 '논란' 보도를 냈습니다.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이) 동료 의원에게 '돌려차기 한 번 하라'고 발언했다가 논란이 일자 사과"했다고 보도하거나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를 부른 자리에서 돌려차기를 소재로 부적절한 농담이 오간 것"인데 "논란이 커지자 두 의원은 SNS를 통해 곧바로 사과"했다고 전한 겁니다. MBC, SBS, JTBC, 채널A, MBN, 연합뉴스TV,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피해자가 참석한 자리에서 '돌려차기 한 판'이라는 발언이 나왔고 서범수·진종오 의원의 사과와 국민의힘 지도부의 징계 논의가 확인됐습니다. 그런데도 이를 '실언 논란'이나 '발언 논란'으로 보도하는 것은 '피해자 앞에서 벌어진 범죄 희화화'라는 핵심을 약화시키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감사보고서로 확인되고 축구협회가 사과해도 '성접대 논란'

    8월 6일 JTBC의 '대한축구협회 심판 성접대' 보도로 대한축구협회가 2011년 3월부터 2012년 3월까지 1년간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 때 외국인 심판들에게 성접대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협회가 경기 당일이나 전날 밤에 수십만 원씩 심판들의 성매매 업소 비용을 결제해준 사실이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작성한 '대한축구협회 임직원 등 비리 조사 결과' 감사보고서에 나와 있었던 것입니다. 대한축구협회는 8월 8일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성 접대 논란' 대한축구협회 "실망과 걱정 안겨드려 죄송">, <'심판 성접대 논란' 축구협회 "현재는 부적절 행위 절대 없어"… 공식 사과>, <"창피해서 한국 응원하겠나"…'나라망신' 축구심판 성접대 논란에 축협 사과>와 같이 채널A, 한국일보, 매일경제는 각 2건씩 '논란' 보도를 냈습니다. "과거 심판 성 접대 사건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는 대한축구협회", "외국인 심판 성 접대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된 대한축구협회가 8일 공식 사과"라고 전한 겁니다.

    외국인 심판 대상 성접대 사실은 더 이상 단순한 공방의 대상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감사·조사 내용이 확인됐고 대한축구협회의 공식 사과까지 나왔습니다. 그럼에도 언론은 '논란'을 빼놓지 않으며 확인된 사실마저 의견이 맞서는 사안처럼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언론의 습관적인 ‘논란’ 사용
    언론의 습관적인 ‘논란’ 사용 민주언론시민연합

    '논란' 뒤에 숨지 말고, 확인된 사실에 이름 붙여야

    사실관계가 불분명하거나 서로 다른 주장과 해석이 맞서는 사안이라면 '논란'은 상황을 설명하는 데 필요한 표현일 수 있습니다. 문제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확인됐고 행위의 성격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도 언론이 습관적으로 '논란'을 붙이는 경우입니다.

    5·18민주화운동과 박종철 열사를 모욕·폄훼한 마케팅, 강력범죄 피해자가 있는 자리에서 나온 범죄 희화화 발언, 감사보고서로 확인되고 당사자인 축구협회가 사과한 외국인 심판 성접대까지 언론은 '논란'이라고 불렀습니다. 멱살잡이와 지역혐오 응원처럼 눈앞에서 확인된 행동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처럼 행위의 구체적인 성격 대신 '논란'을 앞세우면 누가 무엇을 했고 무엇이 문제인지보다 '사람들 사이에서 말이 많아졌다'는 사실만 남게 됩니다. 피해와 가해의 관계는 흐려지고, 혐오·폭력·조롱처럼 언론이 정확히 짚어야 할 문제의 성격은 약해집니다.

    언론은 사안을 전할 때 확인된 사실을 바탕으로 무엇이 문제인지 시민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정확하게 설명해야 합니다. 물론 사실관계가 불분명한 일을 섣불리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분명히 확인된 사안까지 '논란'이라고 뭉뚱그려서도 안 됩니다. 혐오 발언은 '혐오 발언', 멱살을 잡았다면 '멱살잡이', 피해자 앞에서 범죄를 농담거리로 삼았다면 '범죄 희화화 발언', 성접대가 확인됐다면 '성접대'라고 쓰면 됩니다.

    이번 모니터링에서 17개 언론사의 '논란' 포함 보도 1612건 가운데 178건에서 이러한 문제가 확인됐습니다. 적지 않은 언론이 여전히 '논란'을 편리한 완충어처럼 사용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특히 공영방송과 보도전문채널에서도 이런 보도가 여러 차례 반복됐다는 점은 가볍게 볼 수 없습니다. '논란'은 언론이 판단을 피하기 위한 안전한 피난처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사실이 확인됐다면 그 사실을 쓰고, 혐오라면 혐오라고, 폭력이라면 폭력이라고, 조롱이라면 조롱이라고 정확하게 이름 붙여야 합니다.

    * 모니터 대상
    2026년 7월 14일~8월 12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17개 언론사를 대상으로 키워드 '논란'으로 검색한 보도 전체
    - 방송 :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YTN, 연합뉴스TV
    - 신문 :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에도 실립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언련 #논란 #스타벅스 #돌려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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