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례 섬진강책사랑방
임세웅
화엄사의 공양, 구층암의 차담, 홍쌍리 명인과의 만남, 쌍산재에서 보낸 하룻밤과 종부님의 아침 밥상, 대한제국의 커피 문화, 쌍계사와 하동의 차.
각각 다른 장소와 경험이었지만 여행이 끝날 무렵 하나의 공통점이 보였습니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었습니다.
문화유산을 보는 여행에서 사람을 만나는 여행으로
지역 관광을 이야기할 때 새로운 관광 시설을 만들고 새로운 볼거리를 개발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하지만 이미 지역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존재합니다. 오래된 절이 있고 고택이 있습니다. 차를 만드는 사람이 있고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평생 나무를 가꾼 사람이 있고 작은 공간에서 책을 건네는 사람이 있습니다.
문제는 그것들을 각각의 '관광지'로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번 쌍산재 헤리티지 투어를 진행하면서 오히려 지역에 이미 존재하는 사람과 공간을 어떻게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화엄사에서 쌍산재로, 구례에서 광양과 하동으로 이동했지만 우리가 따라간 것은 행정구역이 아니었습니다. 사람과 사람, 음식과 차, 역사와 생활 문화가 이어지는 길이었습니다. 여행이 끝나면 관광지의 이름은 잊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 내어준 따뜻한 차 한 잔, 정성스럽게 차려준 아침 밥상, 평생 한 가지 일을 지켜온 사람의 이야기는 오래 남습니다. 그래서 다음 여행도 조금 천천히 가려고 합니다.
많이 보기보다 깊이 보고, 빨리 지나가기보다 머물고, 관광지를 소비하기보다 그곳의 사람을 만나는 여행. 지역의 진짜 헤리티지는 결국 그곳을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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