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비상 경기도, 5,465억 깎아 민생 지킨다…추미애의 선택

불요불급 예산 과감히 줄이고 노인요양·학교급식·청년기본소득 등 2,464억 원 우선 투입

등록 2026.08.19 15:40수정 2026.08.1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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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5일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 열고 경기도 재정상태에 대해 ‘비상 상황’이라고 공식 선언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5일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 열고 경기도 재정상태에 대해 ‘비상 상황’이라고 공식 선언했다. 경기도

재정 비상 상황을 선언한 경기도가 5,465억 원 규모의 강도 높은 세출 구조조정에 나섰다. 그러나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선택한 방향은 단순한 긴축이 아니다. 줄일 수 있는 예산은 최대한 줄이되, 그 재원을 취약계층과 돌봄, 저출산 대응, 필수 의료와 안전 등 도민의 삶과 직결되는 사업에 우선 투입하는 방식이다.

경기도는 19일 총 42조 2,420억 원 규모의 2026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경기도의회에 제출했다. 부동산 거래 위축 등에 따른 취득세 등 지방세 세입 감소로 약 3,000억 원의 세수 결손이 예상되는 데다 누적된 채무 부담, 대부분 소진된 기금 등으로 재정 여건이 크게 악화한 상황에서 마련한 추경이다.

재정 비상에도 '무조건 삭감' 아닌 민생 중심 구조조정

이번 추경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재정위기의 부담을 어디에 먼저 지울 것인가에 대한 경기도의 선택이다.

경기도는 행사성·일회성 사업과 유사·중복 사업을 조정하고 사업 규모와 시기를 재검토해 기존 예산 5,465억 원을 감액했다. 선관위 위탁금 미교부액 236억 4,800만 원, 부곡 국지도건설 보상비 190억 원, 경기신용보증재단 출연금 163억 5천만 원 등이 대표적인 감액 대상이다.

행정 내부의 허리띠도 졸라맸다. 사무관리비 등 행정운영경비 222억 원을 줄였고, 3급 이상 고위공직자의 업무추진비 4억 원도 삭감했다. 불요불급한 국외 출장과 연수 역시 중단하거나 최소화하기로 했다. 경기도의회도 의원 및 의회사무처 국외여비 14억 원, 인건비 9억 원 등을 자체 삭감하며 구조조정에 동참했다.

 정두석 경기도 기조실장이 19일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2026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두석 경기도 기조실장이 19일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2026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경기도

깎은 예산, 노인 돌봄·학교급식·청년기본소득으로


그렇게 확보한 재원은 민생으로 향한다.

가장 먼저 2026년 본예산에서 빠졌던 민생사업에 2,464억 원을 배정했다. 노인 장기요양 시설·재가급여 1,234억 원을 비롯해 도교육청 유·초·중·고등학교 급식비 지원 584억 원, 농어민기회소득 215억 원, 청년기본소득 163억 원, 결식아동 급식지원 75억 원 등이 포함됐다.


저출산 대응과 필수 복지·의료에도 863억 원을 투입한다.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 223억 원,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지원 115억 원, 의료급여 389억 원 등이 대표적이다. 집행 시급성이 높은 철도·도로 사업에도 298억 원을 편성했다.

추미애가 강조한 '민생은 끝까지 지킨다' 원칙

이 같은 예산 배분은 지난 5일 추미애 지사가 경기도의 재정 상태를 '비상 상황'으로 공식 선언하면서 내놓은 원칙과 맞닿아 있다.

당시 추 지사는 고위공직자의 업무경비 감액과 강도 높은 세출 구조조정, 낭비성 예산의 전면 차단, 공직 조직의 체질 개선, 세입구조 정상화를 위한 제도개혁 등 비상조치를 제시했다.

핵심은 재정위기를 이유로 민생사업까지 일률적으로 줄이지 않겠다는 데 있었다. 실제 이번 추경은 그 원칙을 예산으로 구체화했다. 행정운영경비와 불요불급한 사업부터 줄이는 대신 노인 돌봄, 학교급식, 결식아동 지원, 청년기본소득, 난임·산모 지원, 의료급여 등 도민 생활과 직결되는 사업은 추경에 담았다.

 정두석 경기도 기조실장이 19일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2026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두석 경기도 기조실장이 19일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2026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경기도

'허리띠 졸라매기' 넘어 재정 우선순위 다시 세우나

물론 이번 추경만으로 경기도의 구조적 재정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경기도는 취득세 등 지방세 세입 감소와 복지 수요 증가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재정 운용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경기도는 대규모 개발사업과 부동산 경기에 세입을 상당 부분 의존하는 구조인 만큼 부동산 시장이 위축될 경우 재정 여력이 빠르게 떨어질 수 있다는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복지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고령인구 증가와 돌봄 수요 확대에 따라 지출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재정위기를 한 차례 넘긴다고 해서 구조적 문제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결국 이번 추경의 의미는 '얼마를 깎았느냐'보다 '무엇을 깎고 무엇을 지켰느냐'에 있다.

재정이 어려울수록 모든 사업을 똑같이 줄이는 방식은 가장 손쉬운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재정 여력이 부족한 시기에 오히려 사회적 약자와 공공서비스 이용자에게 부담이 집중될 수 있다. 추미애 지사가 내세운 원칙은 정반대다. 행사와 운영비, 불요불급한 사업부터 줄이고 노인 돌봄과 학교급식, 결식아동, 청년과 농어민, 출산·의료 등 당장 도민 생활을 떠받치는 영역은 최대한 지키겠다는 것이다.

재정위기 선언 이후 추미애 지사가 보여주려는 것은 결국 '긴축' 자체가 아니라 긴축의 우선순위다. 한정된 재정을 어디에 써야 하는지 분명히 하고, 그 기준을 민생과 안전에 두겠다는 것이다.

경기도의회 심의를 거쳐 예산안이 최종 확정되기까지는 변수도 남아 있다. 하지만 최소한 이번 2차 추경에서 드러난 메시지는 분명하다. 재정위기를 감당하는 과정에서 민생을 후순위로 밀어내기보다, 불필요한 지출을 먼저 걷어내면서 도민이 체감하는 필수사업은 지켜내겠다는 것이 추미애 지사의 선택이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한 차례 구조조정으로 급한 불을 끄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취득세 의존도가 높은 세입 구조와 늘어나는 복지 수요 사이의 불균형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가 진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번 추경이 단순한 '허리띠 졸라매기'가 아니라 경기도 재정의 우선순위를 다시 세우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추미애 #경기도지사 #경기도추경안 #경기도재정위기 #경기도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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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 저서 <이재명과 기본소득>(오마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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