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이 이미지
연합=OGQ
여기서 한 가지를 짚고 가야 한다. 왜 고양이는 잡았다가 도로 풀어주느냐는 질문이다. 개는 길에서 발견되면 지자체 보호소로 들어가는데 고양이는 왜 아니냐는 물음이기도 하다.
법이 둘을 다르게 다룬다. 소유자 없는 개는 유실·유기동물로 분류돼 보호소에 입소하고, 공고와 반환 절차를 거쳐 입양되거나 보호기간이 지나면 법정 절차에 따라 처리된다. 반면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제14조는 '도심지나 주택가에서 자연적으로 번식하여 자생적으로 살아가는 고양이로서 중성화하여 포획장소에 방사하는 조치 대상이거나 조치가 된 고양이'를 구조·보호조치 대상에서 제외한다. 길고양이는 잃어버린 동물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나고 자란 동물로 보는 것이다. 그래서 중성화 후 제자리에 돌려보내는 TNR이 표준 절차가 됐다. 포획(Trap), 중성화(Neuter), 방사(Return)의 앞 글자다.
이 방식에는 이유가 있다.
첫째, 고양이는 영역동물이다. 자기 영역을 조금씩 넓혀가며 사는 동물이라 낯선 곳에 놓이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대개 살아남지 못한다. 2022년의 이주방사가 때리지 않고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신종 학대'라고 불린 이유다.
둘째, 길에서 태어나 사람 손을 타지 않은 고양이는 사회화가 되지 않아 집에서 살기 어렵다. 입양처를 구하는 일 자체가 개의 경우와는 조건이 다르다.
셋째가 가장 중요하다. 고양이를 그 자리에서 들어내면 그 자리가 비는 것이 아니다. 주변 개체가 채운다. 이것을 진공효과라고 부른다.
2015년 호주 태즈메이니아에서 나온 연구가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연구진은 남부 태즈메이니아의 숲 두 곳에서 13개월 동안 고양이를 잡아 죽이고, 무인 카메라로 개체를 하나하나 식별해 가며 그 결과를 추적했다. 살처분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려고 설계한 연구였다. 결과는 반대로 나왔다. 살처분 기간에 생존이 확인된 고양이의 최소 개체수가 사전·사후 추정치 대비 한 곳에서 75%, 다른 곳에서 211% 늘었다. 잡는 작업을 멈추자 개체수는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다.
이유는 두 가지로 추정됐다. 그 구역을 차지하고 있던 우세한 개체가 사라지자 바깥에서 새 개체가 밀려들었고, 남은 개체들이 먹이와 공간을 더 쉽게 확보하게 되면서 새끼의 생존율이 올라갔다. 잡아내는 행위 자체가 빈자리를 만들고, 빈자리가 유입과 번식을 부른 것이다. 연구진은 개방된 지역에서 산발적으로 잡아 죽이는 방식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한국의 도시는 이 연구가 다룬 것보다 더 열려 있다. 마포에서 스무 마리를 잡아내도 옆 동네에서 채워진다. 개체를 덜어내는 방식은 총량을 줄이지 못하고 회전율만 높인다. 중성화한 개체를 제자리에 두는 것은 그래서다. 그 자리를 지키게 해서 새로운 유입을 막고, 그 사이 번식을 끊는 설계다. 방사가 인정에서 나온 조치가 아니라 개체수 관리 자체의 조건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새덕후와 그에 동조하는 사람들의 요구는 무엇인가? 정리하면 두 축이다. 하나는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못하게 해서 번식의 토대를 끊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잡은 고양이를 제자리로 돌려보내지 못하게 보호소로 보내자는 것이다.
먼저 밥 이야기부터 하자. 급식소는 고양이를 배불리 먹이려고 만든 것이 아니다. 개체를 한자리에 모으는 장치다. TNR을 하려면 먼저 잡아야 하고, 잡으려면 어디에 몇 마리가 언제 오는지 알아야 한다. 급식소가 없으면 이 정보가 통째로 사라진다.
서울시가 2015년 11월 서울숲과 보라매공원, 용산가족공원, 월드컵공원 네 곳에 급식소 27개를 설치하면서 시민단체 네 곳과 운영 협약을 맺은 것도 그래서다. 협약의 조건 자체가 중성화다. 급식소가 놓인 구역의 중성화율을 7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고, 시민단체는 분기별로 운영 실태를 모니터링해 시에 보고한다. 중성화율이 70%에 미치지 못하거나 위생 관리가 되지 않는 급식소는 철거된다. 급식소마다 관리번호가 붙는 것도 어느 급식소가 어떤 상태인지 추적하기 위해서다. 설치 당시 급식소를 안에 중성화용 포획틀을 넣을 수 있는 크기로 제작한 것 역시 같은 이유다. 밥자리를 만들어 개체를 한자리에 모으고, 모인 개체를 세고, 세어서 중성화율을 관리하는 구조다. 급식소는 관리 대상 목록이자 위생 기준의 적용 지점이다.
밥을 주는 사람이 사실상 현장의 눈 역할을 한다. 귀 끝이 잘려 있는지 보고 중성화 여부를 확인하고, 새끼가 태어나면 알아채고, 아픈 개체를 신고하고, 포획할 때 협조한다. 지자체의 민관협력 중성화사업은 아예 돌보는 사람이 신청 주체다. 이들이 없으면 지자체는 관내에 고양이가 몇 마리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한다.
급식을 끊는다고 고양이가 사라지지도 않는다. 흩어진다. 쓰레기봉투와 주차장과 실외기실로 옮겨간다. 개체 파악은 불가능해지고 포획은 더 어려워지며 민원은 늘어난다. 새덕후의 첫 번째 요구는 급식에 허가와 법적 책임을 지우자는 것인데, 그 실질적 효과는 돌보는 사람이 손을 떼게 만드는 것이다. 관리를 강화하자는 요구가 관리의 기초를 걷어내는 결과로 이어진다.
새, 고양이, 사람이 함께 사는 법을 찾아야 한다
새덕후가 국민동의청원에 올린 요구는 세 가지다.
첫째, 길고양이 급식에 관리 주체의 허가와 법적 책임을 지울 것. 둘째,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제14조를 고쳐 길고양이도 유기견처럼 지자체 보호소에 수용되게 할 것. 셋째, 구조 후 입양을 추진하되 입양이 불가능한 경우 안락사를 포함해 개체수를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정책적 결단을 내릴 것.
세 번째에 답이 있다. 6월 영상의 '죽일 수밖에 없습니다'는 제목만 바뀌었을 뿐 사실상 청원문 안에 문장만 다듬은 채로 남아 있다.
송옥주 의원은 지난 7월 3일 발의된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길고양이와 떠돌이개의 정의를 법률에 처음 명시하고, 국가와 지자체가 구조와 포획, 임시보호, 중성화, 회복, 반환, 입양 촉진, 재유기 방지에 관한 시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도록 의무화하며, 그에 필요한 시설의 설치와 운영 비용을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원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새덕후는 '고양이, 이젠 직접 잡을 수 밖에 없습니다' 영상에서 해당 개정안에 대해 '보호시설 확대'라고 요약했다. 그러고는 제자리 방사가 계속되면 해결이 안 되니 재방사를 금지해야 한다고 평했다.
그가 요구한 구조와 치료와 입양은 이미 조문 안에 다 들어 있다. 그가 무력하다고 지적해 온 행정의 공백을 국비로 메우겠다는 설계이기도 하다. 그러니 그가 반대한 것은 사실상 하나뿐이다. 잡은 고양이를 제자리로 돌려보내는 일이다. TNR에서 R을 빼자는 요구다. 중성화 후 돌려보내지 않으면 그것은 TNR이 아니라 그냥 포획이다.
재방사를 막으면 보호소에 들어간 고양이가 나갈 문은 입양 하나만 남는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 6월 발표한 실태조사에서 지자체 보호센터에 입소한 고양이는 2만 6969마리였고 그중 입양된 개체는 7721마리, 28.6%였다. 나머지가 전부 안락사되는 것도 아니다. 상당수는 안락사 판정을 받기 전에 보호소 안에서 죽는다. 2023년 기준 입소 동물 중 1세 미만 개체의 보호소 내 사망률은 59.3%였고 그 내역은 안락사 16.9%에 자연사 42.4%였다. 보호시설에 들어오는 어린 개체(새끼)의 비율은 고양이가 개보다 높다. 활동가들이 그 자연사를 고통사라고 부르는 이유다. 지금 입소 규모로도 이 수치다. 전국 단위 포획이 더해지면 보호소는 감당하지 못하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사망률로 돌아온다.
남는 것은 죽이는 방식의 선택이다. 주사를 놓아 죽이거나, 수용 능력을 넘긴 보호소 안에서 굶고 병들어 죽게 두거나. 그가 정책적 결단이라고 부른 것의 실체가 이것이다. 뒤쪽은 통계에 자연사로 잡히니 안락사 숫자에도 오르지 않는다. 6월에 살처분이라는 단어를 썼다가 쏟아진 비난을, 절차를 몇 단계 거치게 만드는 방식으로 우회한 셈이다. 결과는 같고 책임 소재만 흐려진다.
집행 주체도 문제다. 대량 포획을 감당할 인력과 예산을 가진 지자체는 없다. 결국 민간이 하게 된다. 그리고 그 민간이 누구일지는 이미 마포에서 확인됐다. 제도가 열리는 순간 스무 명짜리 모임의 활동은 처벌 대상에서 벗어난다.

▲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호매실동 황구지교에서 한국썬팅필름협동조합 관계자들이 야생조류 충돌 방지 필름을 부착하고 있는 모습. 2021.6.1
연합뉴스
그가 새를 걱정한다는 것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오래 새를 찍어왔고 유리창 충돌 문제를 일찍부터 다뤄왔다. 다만 그 걱정이 어디로 향하는지는 볼 필요가 있다.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의 2018년 조사에서 투명 유리창과 방음벽에 부딪혀 죽는 야생조류는 하루 2만여 마리, 한 해 800만여 마리로 집계됐다. 2022년 5월 야생생물법에 인공구조물로 인한 야생동물 피해방지 조항이 신설됐다. 시민들이 4~5년 동안 전국에서 충돌 실태를 3만 건 넘게 조사하고 저감 스티커를 붙여온 결과였다. 그런데 이 조항의 의무 주체는 국가기관과 지자체, 공공기관으로 한정돼 있다. 민간 건축물과 방음벽은 빠졌고, 공공기관 건축물은 국내 전체 건축물의 3% 남짓이다.
나머지 97%가 사각지대다. 사망 규모는 비교가 되지 않고, 개정 방향도 분명하고, 시민 동력이 실제로 법을 만들어낸 전례까지 있다. 그가 5만 명을 모아 국회에 올린 청원이 이쪽이었다면 어땠을까? 새를 지키는 일에 관해서라면 나를 포함한 훨씬 많은 사람이 그와 같은 편에 섰을 것이다.
당장 해야 할 일은 세 가지다. 당근은 이번 모임을 내리는 데서 그치지 말고 생명을 표적으로 삼는 모임을 걸러낼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마포구청과 서울시는 관내에서 조직적 포획이 예고됐고 실제 가해까지 발생한 사실을 인지하고 동물보호법 위반 여부를 살펴야 한다. 국회는 21대에서 폐기되고 22대에서 다시 발의돼 계류 중인 이주방사 금지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 회색지대를 닫아야 한다.
새와 고양이는 선택해서 도시로 온 것이 아니다. 산을 깎고 하천을 덮고 유리로 벽을 세운 것은 사람이다. 먹이가 사라진 자리에 사료를 두고, 데려왔다가 버리고, 개체수가 늘었다고 다시 잡자고 하는 것도 사람이다. 도시는 사람만 사는 곳이 아니라 사람이 만든 조건 위에 여러 생명이 밀려와 사는 곳이다. 그 조건을 만든 쪽이 책임을 지는 것이 순서다. 어느 한쪽을 지우면 다른 쪽이 살아난다는 셈법은 그 책임을 다른 생명에게 떠넘기는 일이다. 새도 고양이도, 도시로 밀려온 나머지 생명들도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는 것은 그들의 몫이 아니라 우리의 몫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32
청년오늘연구소 소장, 일베폐쇄 서포터즈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진보당에서 부대변인으로 활동했었습니다.
공유하기
'고양이, 이젠 죽일 수밖에...' 50만 유튜버가 불러온 지옥도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