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8정신 모욕 이진숙 의원 제명 촉구 기자회견’이 20일 오전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앞에서 전국시국회의, 전국대학민주동문회협의회(전민동), 5.18서울기념사업회, 강제징집·녹화·선도공작진상규명위 주최로 열렸다.
권우성
이 의원은 자신이 토론자들의 발언을 통제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그렇다고 주최자의 책임까지 사라지지는 않는다. 5·18기념재단과 유족회·공로자회 등은 이 의원에게 사죄를 요구했다. 5·18서울기념사업회는 의원직 사퇴와 공식 사죄를 요구하는 공개질의서까지 의원실에 전달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부적절했다"는 공개 비판이 나왔다.
그러나 이진숙 의원 역시 사과하지 않았다. 대신 "5·18을 성역으로 인정하라고 강요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특별법으로 보호되는 사건은 토론해서는 안 되느냐고 되물었다. 1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이 사과나 회의장 이석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회의가 파행했다.
기자들을 꾸짖고 가르치려 드는 두 사람
두 사람은 기자들에게 언성을 높인다는 공통점도 있다.
최 의원은 지난 13일 한민수·이성윤 의원과 함께 김민석 당시 당대표 후보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기자들의 추가 질문은 없었다. 기자회견을 마치겠다던 최 의원은 다시 마이크 앞에 섰다. 그리고 "여러분 지금 뭐 하시는 거냐"라며 "젊은 기자"들에게 일장 연설을 늘어놓았다.
언론이 '진실'을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민주언론운동협의회에 들어간 때와 <말> 창간을 언급했고, "애국보다 진실이 중요하다"는 가르침을 받고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그 자리에 앉아서 입을 다물고 있던 '젊은' 기자들은 기자가 무엇인지 가르치는 그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최 의원은 본인과 관련된 진실조차 선택적으로 편집하고 침묵하면서 '진실'을 부르짖었다. 권력자가 언론의 취재 방향을 못마땅해 하고 기자를 꾸짖는 모습을 1980년대의 최민희 기자는 어떻게 봤을까? 그때의 최민희 기자가 2026년의 최민희 의원을 만난다면 누구 편을 들까?
이진숙 의원 역시 젊은 기자들에게 기자가 무엇인지 가르치려 들었다. 토론회 당일 한 MBC 기자가 국회에서 이런 토론회를 여는 게 적절하냐는 취지로 질문하자 이 의원은 "MBC는 질문을 그렇게 하면 안 된다. 기자로서 자격이 없다"라고 꾸짖었다. 다른 질문에는 "기자로서 그런 질문을 하면 안 된다. 중립을 지키라"라고 날을 세웠다.
다음 날 긴급 기자회견 뒤에도 기자들이 전두환씨의 내란목적살인죄 확정 판결 등을 거론하며 질문을 이어갔지만, 이 의원은 상당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침묵하며 자리를 떠났다. 전쟁터에서 목숨을 걸고 질문하던 기자가, 이제 후배 기자를 향해 "그런 질문을 하면 안 된다"라고까지 목소리를 높였다.
두 사람이 쏟아내는 수많은 말

▲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위원장에게 발언권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남소연
정치인은 말이 많다. 상당수의 정치 행위는 '말'을 통해 이뤄진다. 최민희 의원도, 이진숙 의원도 두 사람 모두 자신의 행동이 왜 정당했는지 설명하는 데는 수많은 말을 쏟아낸다. 상대방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자세히 풀어낸다.
최 의원은 전당대회 현장에서 언론사 카메라를 감시하고 촬영을 방해한 '카틀막'이 '취재 방해'가 아니라 '최소한의 자기 방어'라고 강변한다. 본인은 무대에서 연설하느라 현장에 없었다며, 이에 대해 제대로 전하지 않는 데 대해 '조용히' 법적 대응하겠다고 나섰다. 이미 날짜와 같은 경미한 사실관계 오류를 빌미로 언론중재위원회에 다른 언론사를 제소했다.
최 의원의 논리대로면, '윤석열의 입틀막'도 사실관계 왜곡이다. 당시 윤석열은 무대에서 축사 중이었다. 직접 입을 막은 것도 윤석열이 아니라 경호원이 한 것이다. 본인이 TV조선 패널로 출연할 때는 언제이고 이제 와서 '조선일보'를 운운하는 것은 덤이다. 취재를 거부할 권리는 일반인에게만 있다고 했던 과거의 자신과도 싸우고 있다.
이진숙 의원은 문제의 행사가 어디까지나 '학술토론'이었다고 강변한다. 토론회에서 나온 개별 발언이 곧 자신의 견해인 것도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하지만 '학술토론'이라는 간판을 단다고 모든 주장이 갑자기 같은 학술적 무게를 얻는 것은 아니다.
이미 어떤 역사관을 가진 단체인지 공개적으로 알려진 곳과 공동으로 행사를 기획하고, 누구에게 발제와 토론의 마이크를 건넬지 결정하고, 국민의힘 원내지도부의 취소 요청에도 국회라는 공간에서 끝내 판을 벌인 사람은 이 의원 자신이다. 그는 국회의원이라는 공적 권한을 활용해, 어떤 말을 공론장에 올릴지 선택한 사람이다. 자유롭게 토론할 권리가 있다면, 그 토론을 기획하고 주최한 데 따른 정치적 책임 역시 자유롭게 사라지지는 않는다.
파란 옷 입은 이진숙, 빨간 옷 입은 최민희

▲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5·18 민주화운동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한 뒤 질문을 받지 않고 이동하자 기자들이 따라붙어 질문 공세를 하고 있다.
남소연
무엇보다 그렇게 수없이 쏟아지는 자기 변호들 가운데 '사과'라는 딱 두 글자만이 끝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정치인의 사과는 자신을 향한 모든 비판에 동의한다는 항복 선언이 아니다. 적어도 자신의 행동 때문에 상처 입거나 권리를 침해당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인정한다는 뜻이다. 국가의 녹을 받으며 활동하는 국민의 대표로서, 보다 높게 요구되는 공적 책임과 도덕적 잣대를 지키겠다는 선언이다.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평생 언론 자유를 이야기했고, 평생 기자였다는 사실을 트로피 삼았던 이들이 벌이고 있는 작태가 고작 이 수준이다.
1980년대의 최민희가 지금 국회에 나타난다면, 취재 카메라를 가린 쪽과 카메라를 든 쪽 가운데 어디에 서 있을까. 1991년 바그다드의 이진숙이 지금 국회 소통관에 나타난다면, 질문을 하지 말라는 국회의원과 끝까지 질문하는 젊은 기자 가운데 누구에게 더 마음이 갈까?
여의도에서 최민희 의원은 "파란 옷 입은 이진숙"이라는 농담이 있다. 반대로 이진숙 의원은 "빨간 옷 입은 최민희"이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과 윤석열 정부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사사건건 대립했다.
지금 와서 보니 역사에 남을 아이러니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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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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