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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6.08.24 14:05수정 2026.08.24 14:05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요즘 황혼 육아가 대세다. 66세인 나도 쌍둥이 손자 주말 육아를 8년째 하고 있다. 5개월부터 주말 육아 하였는데 초등학교 2학년이 되었다. 주말에 오는 쌍둥이 손자와의 달콤쌉쌀한 육아 이야기로 저출산 시대에 아이가 주는 행복을 함께 나누고 싶다.[기자말] |
"어머니, 이번 주 토요일 10시에 지우, 연우가 한자능력검정시험 8급 보러 가요."
"한자 공부하더니 8급 시험에 도전하는구나. 시험 장소가 어디야?"
"부모님 집에서 가까운 곳인데 시험 끝나고 같이 점심 식사하시지요."
"좋지. 시험장에 나도 둥이 보러 가야겠다."
지난주 아들과 주고받은 문자다. 이렇게 지난 22일, 우리 식구는 쌍둥이 손자들의 한자 시험장에서 만났다. 손자들이 외부에서 보는 첫 시험이었기에 집에서 기다리기에는 나도, 남편도 궁금해서 시험장에 갔다. 시험장에 들어가는 쌍둥이 손자와 하이 파이브 하며 떨지 말고 침착하게 시험 잘 보고 오라고 응원했다.
6개월 전부터 시작한 한자 공부

▲ 한자 공부를 시작한 손자들
AI생성 이미지
쌍둥이 손자는 초등학교 2학년이다. 주말마다 우리 집에 온다. 책을 읽거나 TV를 보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나에게 늘 물어본다.
"할머니, 노인이 무슨 뜻이에요?"
"노인(老人)은 늙을 노, 사람인, 나이가 들어 늙은 사람을 말하는 거야."
"노인은 한자지요?"
"맞아. 한자야. 우리말에 한자가 많아서 한자를 배우면 단어의 뜻을 알기 쉽단다."
할머니 말이 공감되었는지 호기심 많은 쌍둥이 손자는 초등학교 2학년이 되면서 한자 공부를 시작했다. 아들이 30대 중반이다. 아들 초등학교 때도 처음 접한 것이 일주일에 한 번씩 선생님이 집으로 방문하는 방문 학습지였는데, 아빠가 공부했던 똑같은 방문 학습지가 지금도 있어서 신기했다. 이름마저 똑같다.
쌍둥이 손자도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국어와 수학을 방문 학습지로 공부했다. 어렵지 않아서 잘 따라갔다. 1학년 말쯤 손자들이 한자 공부를 하고 싶다고 해서 2학년이 되면서 한자를 추가해 지금까지 공부하고 있다.
손자들은 암기력이 좋은 편이다. 세계 여러 나라의 국기와 수도를 외우고, 한국을 빛낸 100인의 위인들을 외우더니 요즘은 별자리, 지하철 노선도, 세계 여러 나라의 항공사(비행기) 등을 외운다. 그런 손자들이 대견하기도 하고 자랑스럽다. 암기력이 좋아서인지 한자 공부도 어려워하지 않고 재미있어했다.
한자 공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나는 초등학생도 한자를 공부하면 좋다는 쪽이다. 아직 초등학교 2학년이라서 교과서에 어려운 단어가 많지 않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교과서에 나오는 단어도 어려워지고 읽는 책에도 어려운 어휘가 많이 나올 거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무리하지 말고 놀이하듯 한자를 공부하며 어휘의 기초를 챙겨두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어휘력과 독해력 향상에 도움이 될 거다.
손자들의 도전
손자들은 한자를 공부하며 크게 어려워하지 않았다. 주말에 우리 집에 올 때 가끔 학습지를 가져와서 공부한다. 쓰는 것은 조금 어려워하지만, 한자의 훈과 음을 읽는 것은 재미있어했다. 어쩌다 TV에 한자가 나오면 "할머니, 사랑 애(愛)!"처럼 신나서 말하며 아는 체를 하고, 대화 중에도 한자 어휘가 나오면 "아비 부, 아들 자, 부자(父子)"처럼 한자의 훈과 음을 말해서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대견스럽다.
한자를 6개월 정도 꾸준하게 공부하다 보니 아는 한자가 많아졌다. 아빠가 한자 시험을 보자고 했더니 어렵지 않냐고 물어보고는 알겠다고 했단다. 그때부터 조금씩 한자 시험 준비를 했다. 한자능력검정시험 8급은 상용한자 50자를 기준으로 출제되고, 글자를 읽고 뜻을 연결하는 문제가 중심이라고 한다. 즉 한자의 음 읽기, 훈과 음 쓰기, 반대어 연결, 단어 빈칸 채우기 등이 출제되고 객관식 중심이라고 한다.

▲손자 시험 보고 온 날 발견한 난꽃 우리 집에서 처음으로 핀 난꽃인데 손자 시험 보고 온 날 발견해서 합격의 기쁨을 가져다줄 것 같아서 반가웠다.
유영숙
시험은 OMR 카드가 아닌 태블릿 PC로 본다고 했다. 평소에 태블릿으로 영어 공부도 하고, 기출 문제도 풀어보았기에 잘하리라 믿었다. 8급 시험은 한자 공부에서 어려워하는 쓰기 비중도 높지 않은 편이라서 초등 1, 2학년도 도전할 수 있는 시험이라고 생각된다. 시험 당일에는 수험표와 신분증으로 여권을 챙겨 갔다.
시험장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들이 많았다. 수험생 대부분이 초등학생이라서 우리처럼 부모나 조부모가 함께 왔다. 예전과 다른 점은 예전에는 아이들을 시험장에 데리고 가면 시험 보는 동안 입구에서 주로 기다렸는데, 요즘은 대부분 근처에 있는 카페에 가서 기다렸다. 우리도 근처에 있는 카페에 가서 차를 마시며 손자들을 기다렸다.
쌍둥이 손자들을 기다리는 동안 그 옛날 아들 수능 시험장에서 발 동동 구르며 교문 밖에서 기다리던 때가 생각났다. 수능 때마다 춥기는 왜 그리 추웠든지, 지금 생각해도 긴장된다. 쌍둥이 손자 한자 시험은 단순히 자격증을 따는 것보다 자신감을 심어주는 데 큰 의미를 두었다. 손자들이 외부 시험으로는 처음 참가하는 것이라서 이번에 자격증을 받고 앞으로 공부하는데 자신감을 가지길 바란다.
쌍둥이 손자가 한자 시험 보는 40분이 그게 뭐라고 긴장되었다. 시험이 끝나고 손자들이 나오며 "할머니!"하고 안긴다.
"지우 연우, 시험 잘 봤니? 어렵진 않았고?"
"저는 100점 같아요. 검토까지 했어요."
"저도 쉬웠어요."
시험 잘 봤냐고 물어보니 쉬웠다고 했다. 걱정했는데 다행이었다. 합격자 발표는 오는 9월 18일이라고 하는데, 떨어져도 도전한 용기만으로도 칭찬해 주고 싶다. 이번에 합격하면 다음에 7급 시험에도 도전한다고 하니 쌍둥이 손자 한자 공부는 앞으로도 쭉 이어지리라.
시험이 끝나고 집에 돌아왔는데 비가 내렸다. 베란다 창문을 닫으려고 나갔다가 난 화분을 둘러보았는데 어제까지 발견하지 못했던 난꽃이 활짝 웃으며 반겨주었다. 우리 집에서 처음 피는 귀한 꽃이다. 올여름이 정말 더웠는데 더위를 이기고 이렇게 예쁘게 피다니, 가슴이 뭉클했다. 난꽃도 신기하게 두 송이라서 꼭 쌍둥이 손자 같았다. 난꽃이 피면 좋은 일이 일어난다고 하는데, 한자 8급 시험 본 쌍둥이 손자에게 합격 소식을 전해 주리라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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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출신 할머니로 8년 째 쌍둥이 손자 주말 육아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평범한 일상이지만, 그 안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기사를 씁니다. 2025년 6월에 <주말마다 손주 육아하는 할머니>를 출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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