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잊힌 자리마다 몸이 자꾸 헛디딘다.
박유하 시인(디지털 포엠 아티스트)
추천글
유명한 신경의학자가 쓴 책을 읽고 있다. 뇌와 신경에 가해진 외부적 자극이 어떻게 한 사람의 성격과 인식과 정체감을 바꾸어 놓는지 떠올리면 아득해진다. 흄의 말대로 우리가 '무수하고 잡다한 감각의 집적'에 불과하다면, 그 집적물이 살짝만 흐트러져도 우리는 낯선 존재가 된다. 천수호 시인의 '섬망'에서는 자기 자신의 의식 안을 헤매는 이를 발견할 수 있다. 손가락은 열쇠를 쥐고도 맞는 문을 찾지 못한 채 무수한 골목을 헤맨다. 찾아갈 주소도 두드릴 문짝도 없이, 다만 "바짝 말랐다가도 물을 주면 다시 주둥이가 살아 움직이는 열쇠"만 쥐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 헤맴이 꼭 병리적인 상태에서만 일어나는 일일까. 아무 이상 없는 '정상'의 하루 속에서도 종종 뿌연 미로 속을 걷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외부의 소리가 닿지 않는 곳에서 때때로 꽃은 피어나고, 우리는 어디선가 그 꽃을 본 적 있는 듯 그리워한다. (연정모 시인)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사)한국작가회의는 이 땅의 대표적인 문인단체로서 표현의 자유와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던 <자유실천문인협의회>와 <민족문학작가회의>의 정신을 계승한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