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황교안 자유와혁신 대표가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4일, 최민희 최고위원은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대통령께서도 정말 열심히 일하시고 신임 당대표도 새벽부터 밤까지 일하는데 민주당 지지율이 떨어진다"라고 우려했다. 그리고 문제의 '그' 발언을 했다.
이름을 가리고 앞서 상기한 발언들과 다시 함께 읽어보자. 누가 자유한국당이고 누가 민주당인지 알 수가 없다. 권력의 속성이란 대체로 비슷하다. 현재 대한민국 언론에도 많은 문제가 있지만, 정치권이 이를 언론 지형 탓으로 넘기는 건 너무나도 속 편하고 간단한-그래서 본질적으로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는-화법이다.
심지어 최민희 최고위원의 진단은 해당 결과를 발표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설명과도 다르다. 리얼미터가 민주당 지지율 하락 요인으로 든 것은 '언론의 이간질'이 아니라 ▲전당대회 종료에 따른 컨벤션 효과 소멸 ▲용산공원 주택 공급을 둘러싼 부동산 정책 갈등 ▲김민석 지도부의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을 둘러싼 당내 갈등 노출 등이었다.
물론 여론조사업체의 해석이 반드시 정답이라는 말은 아니다. 지지율이 오르고 떨어지는 데는 수많은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언론도 한 요인일 수 있다. 그런데 최민희 최고위원은 대체 어떤 보도를 '일방적인 비난과 이간 보도'로 특정하고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한 것일까?
민주당 진영 내에서도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을 지낸 서용주 맥 정치사회연구소장은 25일 CBS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 "언론 탓하고 프레임 탓하고 하는 것은 너무나 좀 구태적인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전형적으로 남 탓하는 발상"이라며 "우리 안에서 찾아야 된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은"이라고도 했다.
'정부 업적' 알리는 일은 정부와 여당이 할 일
최민희 최고위원의 발언은 언론 운동을 오래 한 사람이 맞는지 의구심도 낳는다. 그는 "정부의 업적을 알리기는커녕"이라며, 다수의 언론을 난사했다.
언론이 왜 정부의 업적을 알려야 하나. 정부의 업적을 알리는 것은 정부와 여당이 할 일이다. 대통령실에도 홍보 조직이 있고, 각 부처에도 대변인과 홍보 인력이 있다. 집권당에도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대변인단을 포함한 다수의 당직자가 있다. 자신의 정책과 성과를 국민에게 설명할 수단을 이미 차고 넘치게 쥐고 있다.
특히나 요즘 같은 미디어 환경에는 특정 유튜브 채널 인터뷰에만 나간 후 '언론 인터뷰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거나, 특정 커뮤니티 게시판에 인증 글을 쓰면서 민심의 바로미터라며 직접 소통해도 된다.
언론은 정부나 정당의 대변인실이 아니다. 언론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자 의무 중 하나는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이다. 특히 정권을 쥔 여당이 비판받는 것은 일종의 숙명이다. 열심히 했는데도 평가가 나쁘다면 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는지를 돌아보는 게 정치의 몫이다. 그런데 '언론이 제대로 알리지 않기 때문에 지지율이 낮다'라는 편의주의적 결론으로 건너뛰면 이야기가 뒤틀리기 시작한다. 그건 언론을 권력의 감시자가 아니라 자기 성과를 국민에게 배달하고 홍보해 주는 수단으로 보는 언론관이다.
이 논리를 다시 읽어보자. '민주당 지지율이 떨어졌다→언론 때문이다→그런 언론 보도에 단호히 조치할 수 있도록 하겠다→이게 언론개혁이다'라고 한다. 황당함을 넘어서 아연실색하게 만든다. 보수 언론이 보수정권과 밀착하면 가장 날을 세웠던 '언론개혁'의 전사가, 이제 자신이 기득권이 되어 '언론이 홍보를 안 해준다'라는 취지로 비난하는 것은 그래서 일종의 자기부정이다.
집권여당 그것도 원내 절대다수를 차지한 거대여당의 지도부가 자신에게 불리한 보도를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한 뒤 그 언론을 '개혁'과 '조치'의 대상으로 연결했다. 야당 정치인이 "언론이 우리 편을 안 들어준다"라고 투덜대는 것과 그 무게가 완전히 다르다.
"언론을 탓하는 건 하책 중의 하책"
언론은 흔히 권력의 '감시견(Watch dog)'이라 한다. 그런데 권력이 언론을 '감시견'이 아닌 '호위견(Guard dog)'으로 생각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윤석열 정부가 바로 그렇게 '입틀막' 식으로 언론을 탄압했다. 자신들을 도와주지 않는다고 생각한 언론을 겁박했다.
국민의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대한민국 언론은 좌파가 장악하고 있다. 그런데 민주당 말을 듣다 보면 같은 대한민국 언론이 민주당을 일방적으로 비난하고 이간질한다. 이를 종합하면 대한민국 여론시장을 장악한 좌파 언론들이 민주당을 일방적으로 비난하고 있다는 논제가 도출된다.
때만 되면 죽지도 않고 돌아오는 각설이 같은 레퍼토리이지만, 이제 정말 양당에 호소하고 싶다. 합의를 좀 봐주시고 둘 중 하나만 하시기를 바란다. 좌파에 장악된 언론이 보수정권을 공격하는 동시에 이재명 정부의 업적을 숨기며 민주당까지 공격하고 있다면, 대한민국 언론은 좌우 양쪽과 거리를 두는 놀라운 정치적 균형과 공정을 달성한 셈이다.
"1년이 지나면 국민들은 다 잊고 또다시 찍어줄 것"이라던 모 정치인의 말을 빌리자면, 7년이면 "언론을 탓하는 건 하책 중의 하책"이라는 말을 완전히 잊어버리고도 남을 시간이기는 하다. 그래도 7년 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언론 탓을 할 때 이해식 당시 민주당 대변인이 남긴 논평을 지금의 민주당에 돌려준다.
"정치권의 잘잘못을 분명하게 가리는 것은 언론의 본분이요, 사명이다. 도의적인 문제로 언론의 비판을 받았을 때 깨끗이 사과하는 것이 상책이다. 언론을 탓하는 건 하책 중의 하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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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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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희의 '언론 탓', 국민의힘 레퍼토리 따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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