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문제의 실마리는 ‘비’ 엉킨 실타래를 풀려면 먼저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복잡하게 얽힌 가뭄·홍수·식수·지하수·폭염 문제도 물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면 하나의 시작점과 만난다. 바로 하늘에서 내리는 비다.
한무영
그렇다면 이 복잡한 물 문제의 실마리는 어디에 있을까. 나는 다음 그림에서 복잡하게 엉킨 실타래의 끝을 찾아 하나의 물방울과 연결했다. "꼬인 실타래를 풀려면 먼저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강물의 시작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댐에 저장된 물도 거슬러 올라가 보자. 지하수와 농업용수, 우리가 정수해서 마시는 물도 물순환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 보자. 그러면 결국 하늘과 만난다.
비다. 비가 내려 일부는 땅으로 스며들고, 일부는 식물이 이용하고 다시 대기로 돌아간다. 일부는 지하수가 되고, 일부는 하천으로 흘러간다. 그 물을 댐에 저장하기도 하고, 정수장에서 처리해 수돗물로 사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강이나 댐, 수도꼭지에서 물 이야기를 시작하면 이미 물순환의 중간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셈이다.
물의 시작은 비다. 그 시작에서부터 물을 바라보면 지금까지 서로 다른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하나의 물순환 안에서 다시 연결되기 시작한다.
하늘에서 내릴 때는 '강수'라고 부른다. 도시에 떨어져 흘러가면 '우수'가 되고, 하천에 들어가면 '하천수'가 된다. 땅속으로 들어가면 '지하수'가 되고, 농촌에서 사용하면 '농업용수'가 된다. 정수장에서 처리하면 '수돗물'이 된다.
물은 하나의 순환 속에 있는데 위치와 용도에 따라 이름이 계속 바뀐다. 이름이 바뀌면서 관리하는 사람도 달라진다. 각 분야의 전문성이 필요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문제는 지나친 분절로 인해 모든 물이 어디에서 시작했는지를 놓치기 쉽다는 것이다.
비가 내리는 순간부터 어떻게 받을 것인지, 얼마나 저장할 것인지, 얼마나 땅으로 스며들게 할 것인지, 식물과 토양에 얼마나 남길 것인지, 언제 사용할 것인지를 함께 생각한다면 홍수와 가뭄을 동시에 바라볼 수 있다. 지하수와 도시의 열도 연결해서 생각할 수 있다.
비 하나로 모든 물 문제가 해결된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복잡하게 얽힌 물 문제를 어디에서부터 풀어야 하는지를 생각할 때 비는 가장 먼저 잡아볼 수 있는 실마리다.
물의 시작부터 가르치자
이번 World Water Week(세계물주간) 세션의 제목을 'Teach the Rain(비를 가르치다)'이라고 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비를 가르치자'고 하면 빗물을 모으는 방법이나 빗물저장시설의 사용법을 가르치자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내가 생각하는 의미는 그것보다 훨씬 크다.
아이들에게 물을 가르칠 때 수도꼭지에서 시작하지 말자는 것이다. 강에서 시작하지도 말고, 댐에서 시작하지도 말자. 물이 처음 우리에게 오는 순간, 하늘에서 내리는 비에서부터 가르쳐보자. 비 한 방울이 지붕과 땅에 떨어진 뒤 어디로 가는지를 따라가 보는 것만으로도 홍수와 가뭄, 지하수, 식수, 농업, 생태계와 기후를 함께 배울 수 있다.
그래서 'Teach the Rain(비를 가르치다)'은 단순한 빗물교육이 아니다. 물을 시작부터 가르치자는 제안이다. 이번 세션에서 미국의 아홉 살 소년까지 발표자로 나선 것도 이런 의미에서 특별했다. 물 전문가들만 비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도 비를 배우고, 다른 사람에게 다시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 소년의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따로 소개하고자 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물 문제는 더욱 복잡해질 것이다. 가뭄을 걱정하고 있는데 갑자기 집중호우가 내릴 수 있고, 홍수대책을 논의하고 있는데 몇 달 뒤에는 물 부족을 걱정할 수도 있다. 폭염과 지하수 감소, 생태계 훼손 역시 물순환과 떨어져 있지 않다. 그때마다 새로운 문제라고 이름 붙이고 새로운 대책을 하나씩 더한다면 실타래는 점점 더 복잡해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번 World Water Week(세계물주간)에서 나는 새로운 기술보다 먼저 하나의 질문을 던졌다.
"물은 어디에서 시작하는가?" 강보다 먼저, 댐보다 먼저, 수도꼭지보다 먼저 있는 물. 하늘에서 내리는 비다.
꼬인 실타래를 풀 때는 힘으로 잡아당기지 않는다. 먼저 실마리를 찾는다. 물 문제도 그렇게 풀어보면 어떨까. 빗물이 실마리다. 여기부터 풀자.

▲세계물주간에서 열린 ‘Teach the Rain’ 8월 25일 SIWI World Water Week에서 열린 온라인 세션 ‘Teach the Rain: From Rain School to UN Rain Day’ 프로그램. 한국·캄보디아·베트남·태국·네덜란드·미국 등의 발표자들이 참여해 빗물교육과 Rain School의 경험을 공유했다. 필자는 지난 4년간 매년 World Water Week에서 빗물을 주제로 한 세미나를 주관해왔다.
한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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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 빗물박사.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명예교수. 빗물의 중요성을 알리고, 다목적 분산형 빗물관리를 통하여 기후위기를 극복할수 있다는 것을 학문적, 실증적으로 국내외에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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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인 물문제, 빗물이 실마리다... 여기부터 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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