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 이와키시의 시민방사능측정소 '타라치네' 가 발표한 후쿠시마현 요쓰쿠라 해안 모래 방사성 물질 검사 결과
타라치네
측정된 곳은 실험실이 아니다. 요쓰쿠라 해안도, 함께 측정된 소마시 하라가마오하마도 모두 개장한 해수욕장이다. 여름이면 아이들이 물에 들어가고, 모래에 앉고, 삽으로 모래를 판다. 같은 자료에서 이와키시의 어린이 놀이터 토양은 최대 525Bq/kg이 나왔다. 미끄럼틀 아래, 벤치 옆, 나무 밑 흙이다.
일본이 어떤 근거로 이 해수욕장들을 개장했는지는 알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자료가 보여주는 사실이다. 같은 해안 안에서도 지점에 따라 8Bq/kg에서 93Bq/kg까지 열 배 넘게 차이가 났다. 정점 한두 곳의 표층 측정치로는 그 해변이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다.
방사선 방호의 가장 기본이 되는 원칙은 ALARA, 피폭을 합리적으로 달성 가능한 한 낮게 유지하라는 것이다. 기준치 아래라도 낮출 수 있으면 낮춰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아이는 어른과 다르게 다뤄야 한다. 세포 분열이 활발해 방사선 감수성이 높고, 앞으로 살아갈 시간이 길어 잠복기가 긴 영향이 발현될 여지가 크다. 게다가 아이들은 모래를 파고, 손을 입에 가져가고, 땅에 가까이 앉는다. 어른보다 노출 경로가 훨씬 많다.
여기서 분명해지는 것이 있다. 방사능 오염은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사라지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층으로 쌓인다. 15년 전 어른들이 내린 결정의 청구서가 지금 아이들에게 날아들었다.
그런데 지금,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해양 투기 3년, 줄어들지 않는 오염수
2023년 8월 24일 시작된 해양 투기는 만 3년 동안 22회, 약 17만 톤에 이르렀다. 22차 투기는 올해 7월 30일부터 8월 17일까지 진행돼 7888톤을 내보냈다.
해양 투기 이후의 숫자만 보면 오염수가 착실히 줄어드는 듯하다. 실제는 다르다. 개시 당시 탱크에 있던 약 134만 톤 가운데 3년간 12%를 버렸지만, 같은 기간 약 7만 톤이 새로 생겨났다. 지금도 하루 60~70톤씩 늘어난다. 녹아내린 핵연료를 식히는 냉각수 주입이 계속되는 데다 지하수 유입을 막지 못하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는 이미 동토차수벽, 서브드레인, 지하수 바이패스, 해측 차수벽, 건물 지붕 보수 등 여러 지하수 유입 억제책이 가동돼 왔고, 그 결과 오염수 발생량이 줄어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동토차수벽은 설치 당시부터 제 기능을 못 한다는 평가를 받았고, 가동을 시작한 지 10년이 넘어 설계수명마저 다한 상태다. 그럼에도 설비 교체 계획이나 실제 가동률에 대한 평가는 어디에도 없다.
나머지 억제책들 역시 제 몫을 다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여기에 녹아내린 핵연료 잔해, 이른바 '데브리' 약 880톤을 꺼낼 일정조차 잡혀 있지 않다. 오염원이 그대로 남아 있는 한 오염수는 계속 발생한다. 결국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언제 수습되는지를 담은 계획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으며, 해양투기의 끝 역시 전망할 수 없다.
일본 정부는 방사성 물질이 남아 있는 오염수를 '처리수'라 부르며 기준치 이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탱크에 저장된 물의 약 70%는 여전히 배출 기준을 넘는다. 게다가 도쿄전력이 방출 전 매번 측정하는 핵종은 69개뿐이다. 그마저도 늘어난 것이 아니라 줄어든 결과다. 당초 측정·평가 대상은 삼중수소를 뺀 63핵종이었으나, 도쿄전력은 원자력규제위원회 심사를 거쳐 5핵종을 새로 넣고 39핵종을 대상에서 뺐다. 그렇게 법적 확인 의무가 걸린 핵종은 29개로 줄었고, 빠진 39핵종은 '회사가 자주적으로 측정하겠다'는 약속으로 격하됐다. 여기에 삼중수소를 더한 29+39+1, 그것이 69다.
명단은 그 뒤로도 계속 손질됐다. 2024년도 4회차 방류부터는 카드뮴(Cd-113m)이 측정·평가 대상에 추가돼 30핵종이 됐고, 얼마 뒤 세륨(Ce-144)이 빠지면서 다시 29핵종으로 돌아왔다. 총합 69라는 숫자만 그대로 유지된 채, 무엇을 반드시 재고 무엇을 자율에 맡길지는 그때그때 바뀐 셈이다.
일본 정부는 수많은 방사성 물질 가운데 69종만 보는 이유를, 반감기가 짧거나 존재하더라도 양이 미미한 핵종을 제외하고 환경과 인체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종만 골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과학적'이라는 말을 앞세우지만, 무엇을 유의미하다고 볼 것인지의 경계를 긋는 주체는 결국 방류 당사자인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다. 그 경계가 실제로 몇 차례나 옮겨졌다는 사실이 그 자의성을 말해준다.
탱크마다 방사성 물질의 종류와 농도가 천차만별이라는 점도 문제다. 상대적으로 깨끗한 탱크부터 비워 온 만큼, 방류가 거듭될수록 농도 높은 물이 나올 가능성은 오히려 커진다. 실제로 2025년도 방류에서는 탱크 보수·점검의 영향으로 삼중수소 총량이 계획치 15조 베크렐을 넘어 16조 베크렐에 이르렀다.
삼중수소는 ALPS(다핵종제거설비)로도 제거되지 않는다. 그래서 도쿄전력은 해수로 700배 이상 희석해 리터당 1500베크렐 미만으로 낮춘 뒤 바다에 흘려보낸다. 그러나 물을 타서 농도를 낮춘다고 바다로 들어가는 총량이 줄지는 않는다. 2023년 8월 방류 개시 이후 3년, 통산 22회에 걸쳐 나간 삼중수소는 누적 38조 베크렐을 넘는다.
물론 방류계획에 총량 규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농도 1500Bq/L 미만이라는 조건과 함께, 연간 삼중수소 방출총량 22조 베크렐 이하라는 상한이 걸려 있다. 문제는 이 22조라는 숫자의 출처다. 사고 전 후쿠시마 제1원전이 정상 가동되던 시절의 방출관리목표치를 그대로 옮겨온 값이다. 노심이 녹아내린 원전에서 나온 물에, 사고가 없었을 때의 기준을 그대로 씌운 셈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것이 '연간' 상한이라는 데 있다. 방류 전체 기간의 총량을 정한 것이 아니어서, 오염원이 남아 오염수가 계속 발생하는 한 22조 베크렐은 해마다 새로 채워질 뿐 끝을 규율하지 못한다. 게다가 총량 상한이 걸린 핵종은 삼중수소뿐이다. 나머지에는 '고시농도비 총합 1 미만'이라는 농도 조건만 있다. 희석할 바닷물만 있으면 통과되는 구조다.
최근에는 그 전제마저 흔들렸다. 후쿠시마 원전 1호기 압력억제실에 고여 있던 물이 원자로 건물 지하로 흘러나왔는데, 삼중수소 농도가 리터당 약 2000만 베크렐, 양은 약 4800㎥에 이른다. 그 결과 오염수 전체의 삼중수소 농도가 낮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상승세로 돌아섰다. 도쿄전력 자신도 이 추세가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 버려지는 것은 미래의 모래

▲ 8월 11일 일본 후쿠시마현 이와키시 해안가에 태풍 15호 ‘찬홈’으로 인해 일어난 높은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내세우는 숫자는 늘 삼중수소에 머문다. 그러나 2023, 2024년도 11차례 투기만으로도 탄소14 약 10억 7천만 베크렐, 아이오딘129 약 1억 200만 베크렐, 스트론튬90 약 4590만 베크렐, 코발트60 약 2780만 베크렐이 함께 방출됐다.
탄소14의 반감기는 5730년, 아이오딘129는 1570만 년이다. 게다가 도쿄전력은 검출 한계 미만인 핵종의 총량은 아예 산출하지 않는다. 그러니 위의 수치는 실제 방출량의 하한선일 뿐이다. 검출되지 않았다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우즈홀 해양연구소의 켄 부세레 교수 연구팀은 삼중수소에만 집중된 안전성 논의의 한계도 지적해 왔다. 물론 삼중수소를 가볍게 볼 일은 아니다. 특히 생물의 몸속에서 유기물과 결합한 유기결합 삼중수소는 물과 함께 빠져나가지 않고 조직에 머물러, 자유수 형태와는 다른 차원의 위험을 안고 있다. 문제는 지금까지의 논의가 삼중수소 하나에만 매달려 왔다는 점이다.
삼중수소는 물처럼 움직여 비교적 빨리 옅어지지만, 스트론튬90과 탄소14는 다르다. 이들은 해양 생물의 뼈와 유기물 조직에 달라붙어 몸속에 쌓이는 정도가 훨씬 크다. 코발트60은 아예 해저 퇴적물에 결합해 가라앉은 뒤, 조개류와 바닥에 사는 물고기의 먹이사슬로 되돌아온다. 연구팀은 바닷물 속 세슘 농도가 낮아진 뒤에도 인근 해저 퇴적물이 수십 년간 오염원 노릇을 한다고 밝혔다. 바닷물 농도가 낮다는 사실과 바다가 안전하다는 판단은 같은 말이 아니다.
여기서 첫머리의 모래로 돌아가야 한다. 요쓰쿠라 50cm 아래의 세슘이 15년 전 사고가 남긴 흔적이라면, 지금 바다로 나가고 있는 스트론튬90과 탄소14와 코발트60은 수십 년 뒤 퇴적물과 어패류에서 확인될 미래의 흔적이다. 공통점도 있다. 물에 섞여 흩어지고 마는 것이 아니라, 가라앉고 달라붙어 한자리에 쌓이는 핵종들이다. 우리는 그 결과를 이미 한 번 눈으로 확인해 놓고도, 같은 일이 다시 시작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이 우려는 한국만의 것이 아니다. 일본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 사카모토 마사노부 회장은 8월 23일 담화에서 '3년이 지났다고는 하나 폐로를 향한 공정은 이제 막 첫발을 뗀 단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업인과 국민의 이해를 얻지 못한 해양 방출에 반대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못 박았다. 방류를 가장 가까이서 감당하는 당사자들이 3년째 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
일본 정부가 해온 일은 이름을 '처리수'로 바꾸고, 69개 핵종만 재고, 방사성 물질의 총량 대신 농도만 발표하고, 모래는 표층만 재는 것이었다. 틀린 말을 한 것이 아니라, 재지 않은 것에 대해 입을 다문 것이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거짓말이 아니라 이 선택적 침묵이다.
감시를 남의 손에 맡길 수는 없다. 지금 우리의 감시는 일본 정부가 내놓는 정보에 기대고 있다. 그러나 정보를 제공하는 쪽과 검증하는 쪽이 같다면, 그것은 감시가 아니다. 독립적인 감시체계를 세워야 한다. 삼중수소뿐 아니라 스트론튬90과 코발트60처럼 쌓이는 핵종을 함께 재고, 바닷물뿐 아니라 퇴적물과 바닥에 사는 물고기를 들여다봐야 한다. 위험은 바닥에 가라앉아 있다.
일본 8개 현 수산물 수입 규제도 유지해야 한다. 폐로를 향한 공정은 이제 첫발을 뗀 단계이고, 오염수는 지금도 하루 60~70톤씩 늘어나는 데다 그 삼중수소 농도마저 오르고 있으며, 15년 전의 오염은 여전히 모래 속에 남아 있다. 상황이 나아졌다는 근거 없이 규제를 푸는 것은 판단이 아니라 양보에 지나지 않는다.
체르노빌의 오염은 40년이 지난 지금도 유럽 곳곳에 남아 있다. 후쿠시마는 이제 겨우 15년이다. 오염수 해양 투기는 시작한 지 3년, 끝나는 날은 정해져 있지 않다. 모르는 것을 안전하다고 부르는 일은 늘 되풀이되었다. 그리고 그 청구서는 언제나 뒤늦게, 결정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날아왔다.
요쓰쿠라 해변 50cm 아래의 세슘은 15년 전에 발행된 청구서다. 지금 그 모래 위에서 아이들이 논다. 오늘 바다에 버려지는 것들의 청구서는 언제, 누구에게 갈 것인가. 오염수 해양투기는 중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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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욕장 모래의 충격적 과거... 15년 전 무슨 일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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