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청동에 설치된 온기우편함
사단법인온기
한 통의 편지는 개인의 이야기지만, 수많은 편지가 쌓이면 지금 사람들이 무엇을 힘들어하는지도 기록으로 남는다. 온기는 축적된 고민을 연구하고 필요한 경우 외부 복지 인프라와 연결하며 활동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낯선 사람의 어려움에 귀 기울이고, 자신의 시간을 내어 응답했던 시민들의 모습은 오래전 자료에서도 발견된다. 1976년에는 전화기 곁을 지킨 시민들이 있었다. 자원봉사 아카이브에 남아 있는 그들의 이야기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본다.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사람들
1976년, 국내 최초 전화상담기관으로 알려진
생명의전화가 문을 열었다. 수화기 건너편 고민에 귀 기울인 이들은 '자원상담원'이었다. 가정주부와 회사원, 공무원, 간호사, 의사 등 서로 다른 일상을 살던 시민들이 상담 봉사에 참여했다. 두 달간 상담 교육을 받은 이들은 한 달에 두 차례, 한 번에 다섯 시간씩 전화기 곁을 지켰다.
자원봉사 아카이브가 소장한
'97-제1차 전문교육교재 상담과 자원봉사활동(1997)에는 당시 생명의전화 상담부장 하상훈이 쓴 '전화상담의 실제'가 수록되어 있다. 전화상담의 특징과 한계, 상담원의 자질, 역할과 목적, 상담 과정과 기법을 다룬 자료다. 요즘과 달리 핸드폰이나 인터넷이 없던 시절, 생명의전화가 24시간 운영된 이유도 이 글에 담겨 있다.
"사람들은 고통받는 시간을 스스로 선택하지 않으므로 언제나 이용이 가능한 전화상담이 필요하다."
어려움은 언제든 닥칠 수 있으니, 도움을 청하는 통로도 늘 열려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개통 후 한 달간 걸려 온 전화만 4천 통 이상. 전화를 건 사람은 20대가 가장 많았고, 10대와 30대가 뒤를 이었다. 상담 주제는 '남녀관계'가 주를 이뤘으며, 삶의 방향과 의미를 묻는 '인생문제'도 적지 않았다.
낯선 사람의 고통에 응답하려는 실천은 일상의 고민을 넘어 재난 현장으로 이어졌다. 2003년 발생한 대구지하철화재참사는 343명의 사상자를 낳은 사회적 재난이었다. 유가족들은 열악한 사고 현장에서 갑작스러운 상실과 불확실성을 견뎌야 했다.
대구 지역의 전문 상담단체인 카운피아닷컴, 대구가족치료센터 등은 분향소가 설치된 대구시민회관(현 대구콘서트하우스)에 상담 부스를 마련했다. 현장에서 상담 봉사는 고민을 들은 뒤 적합한 전문기관을 안내하거나, 상담원들이 유가족 대기실을 직접 찾아가 상담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현장의 심리상담 자원봉사단
자원봉사 아카이브
대구지하철 중앙로역 화재사고 백서(2005)에 따르면, 당시 심리상담을 받은 사람은 1만 3천여 명에 이르렀다. 이 수치는 재난 현장에서 심리적인 고통을 살피는 일이 얼마나 필요한지 보여준다. 피해자와 유가족의 곁을 지키는 상담 봉사는 차츰 재난 대응의 한 영역으로 자리 잡아 갔다.
1976년 전화기 곁을 지킨 자원상담원, 2003년 재난 현장을 찾은 심리상담 자원봉사단, 그리고 오늘날 익명의 편지에 답하는 온기우체부. 방식은 달라졌지만, 시민들이 이어 온 행동은 다르지 않다. 바로 '당신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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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원봉사'에서 소개한 이야기는 'THE POSSIBLE WORLD : 행동하는 사람들의 작전 기록' 전시로 이어진다. 현장 기록과 체험형 콘텐츠를 통해 지금 자원봉사가 어디에서, 어떻게 세상을 바꾸고 있는지 직접 만나볼 수 있다.
THE POSSIBLE WORLD : 행동하는 사람들의 작전 기록 일시 : 2026. 9. 21.(월) 12:00–18:00 / 9. 22.(화) 9:00–18:00 장소 : 코엑스 Hall A, 제3회 대한민국 사회적가치 페스타 내 사회 ZONE 관람료 : 무료 관람 신청 : '제3회 대한민국 사회적가치 페스타' 사전등록 주최 : (재)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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