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염이 계속 되어서 새벽부터 농사 일을 시작합니다. 밭에서 일출을 맞습니다.
조계환
극한 폭염과 가뭄이 지나가고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더위가 끝나지 않으니 작물도 농부도 지치기 쉬운 시기입니다. 극한을 치닫는 기후 때문에 가을 유기농사는 더 어렵습니다. 면역력이 강해져야 작물이 잘 자랍니다. 뿌리가 튼튼하게 자랄 수 있도록 작물을 키우는 9월 유기농 텃밭 농사법을 정리합니다.
[가을배추] 뿌리를 튼튼하게
가을배추를 튼튼하게 키우기 위해서는 적정한 물 관리와 함께 뿌리에 미생물, 잎에 칼슘제를 뿌려주면 좋습니다.
배추가 잘 자라다가 하나둘씩 픽픽 쓰러져 죽는 무름병, 뿌리혹병 등은 주로 생리장해가 원인입니다. 이는 작물의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옵니다. 뿌리를 튼튼하게 해서 작물의 면역력을 강하게 키우는 것이 핵심입니다.
배추를 심고 3~5일 정도 물을 잔뜩 주면 활착합니다. 한낮 뜨거운 햇살에도 가운데 생장점은 생생합니다. 활착 후에는 배추가 완전히 말라서 죽을 것 같을 때만 물을 절제해서 주고, 가뭄이 지속되면 일주일에 한 번은 물을 줍니다. 초기에 너무 물을 많이 주면 뿌리가 깊게 내려가지 못하고, 가뭄에 물이 없어도 배추가 잘 자라지 못합니다.
오랫동안 유기농으로 농사짓던 밭이거나 낙엽 같은 유기물을 많이 넣어서 땅심이 좋다면 작물이 강하게 잘 자랍니다. 하지만 땅심이 좋지 않다면 긴급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바로 미생물을 뿌리에 넣어주는 일입니다.
물을 줄 때 일주일에 한 번 정도씩 미생물을 함께 뿌리에 뿌려줍니다. 인근 농업기술센터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유용 미생물도 좋고, 배추에 특화된 유기농 미생물 제제를 구입해서 뿌려줘도 좋습니다. 미생물이 뿌리가 뻗어 내려갈 공간을 만들어줘서 튼튼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돕습니다.
폭염에는 배추가 뿌리로 칼슘 성분을 흡수하지 못합니다. 식물 추출물 유기농 살충제를 사용할 때 난각칼슘(식초에 계란껍질을 용해시킨 액체)을 200~300배 정도로 물에 희석해서 잎에 뿌려주면 좋습니다. 잎으로 칼슘 성분이 흡수되어 무름병도 예방되고 배추가 튼튼하게 자랍니다.

▲ 기온이 좀 내려가서 가을배추를 심었습니다. 한랭사를 씌워서 벌레가 들어오는 것을 차단했습니다.
조계환
가을배추는 9월에 얼마나 부지런히 방제하느냐가 중요합니다.
한랭사를 씌웠더라도 매일매일 작물을 잘 관찰하고 방제해야 합니다. 4~5일에 한 번씩 나방 유충, 진딧물 방제를 합니다. 미생물 제제와 식물 추출물 제재를 번갈아 가면서 사용하면 됩니다.
무름병은 처음에 미생물과 칼슘제로 작물을 튼튼하게 키우다가, 비가 오면 바로 석회유황이나 구리와 동으로 만든 유기농 살균제를 뿌려주면 예방이 됩니다.
초기에 질소과다를 방지하기 위해 퇴비를 적게 넣었다면 배추가 막 자라기 시작할 때 유박퇴비를 한 줌씩 작물 15cm 옆을 파고 넣어줍니다. 작물이 잘 자란다 싶으면 괜찮지만, 성장세가 더디면 액비나 추비를 한 번 정도 더 넣어줍니다.
[양배추, 브로콜리, 컬리플라워, 콜라비] 벌레 방제와 물 관리에 주의
십자화과 식물인 이 작물들은 가을에 온도가 내려가기 시작하면 잘 자랍니다. 폭염에 심어서 활착하기까지만 어렵고, 이후에는 가을 재배가 잘 됩니다. 네 가지 작물이 재배법이 비슷합니다. 한랭사를 씌워 키우는 것이 안전합니다.

▲ 컬리플라워와 브로콜리
조계환
처음에는 나방 유충과 양배추가루진딧물 방제를 하고, 비가 안 오면 물을 1주일에 한 번 정도씩 줍니다. 막 커가기 시작할 때 유박 퇴비를 뿌리 15cm 옆에 넣어주고 흙으로 덮어주면 영양분이 충분히 공급됩니다.
비가 많이 오면 무름병이 올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이례적인 장마로 저희 농장에서는 양배추와 브로콜리가 큰 피해를 보았습니다. 무름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배추처럼 초기에 물을 절제하며 튼튼하게 키우고, 유기농 살균제를 비가 올 때마다 잘 뿌려주면 어느 정도 방제할 수 있습니다.
[포기상추] 쌈 채소가 잘 자라는 계절
상추는 잎상추와 통으로 수확하는 포기상추(로메인 상추 등)로 크게 구별됩니다. 포기상추는 식감이 아삭아삭해서 샐러드 만들 때 좋습니다. 잎상추는 오랫동안 수확할 수 있지만 점점 써져서 맛이 떨어지고, 포기상추는 양은 적지만 맛있습니다.

▲ 가을에는 포기상추가 잘 자라고 맛있습니다. 컵로메인 상추
조계환
가을에는 포기상추를 심는 것을 추천합니다. 상추는 땅에 직파 해서 심어도 되고 모종을 키워 옮겨 심어도 됩니다. 상추 씨앗은 빛을 보아야 발아가 잘 됩니다. 흙이 덮일락 말락 할 정도로 얕게 파종합니다.
빗물에 흙이 튀어 상춧잎이 흙투성이가 되지 않도록 비닐 멀칭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초기에 한두 번 정도 난각칼슘을 뿌려주면 잎이 튼튼해지고 잎끝이 노래지는 병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가급적 다양한 색깔과 종류의 상추를 심어서 재배하면 식탁이 풍성해집니다.
[시금치, 열무, 유채나물, 청경채] 멀칭 없이 키울 수 있어요
서늘한 날씨를 좋아하는 시금치, 열무, 유채나물, 청경채, 방울무, 비타민채 등을 파종할 시기입니다. 9월 중순에 심으면 오는 10월 말이나 11월 초에 수확할 수 있습니다.

▲ 날씨가 서늘해지는 9월 중순에 시금치, 열무 등 나물 작물을 파종하면 잘 자랍니다.
조계환
9월 중순부터는 풀이 많이 안 나기 때문에 무멀칭으로 심어도 괜찮습니다. 열무, 유채나물과 청경채, 방울무, 비타민채는 초기에 벼룩잎벌레(톡톡이), 나방유충 방제만 서너 번 하면 됩니다. 지역에 따라 9월 말까지도 파종 가능합니다.
[마늘과 양파] 모종 키우기
따뜻한 지방이라면 난지형 마늘을 9월 중순부터 파종합니다. 유기농 마늘 재배에서는 축분퇴비와 유박퇴비를 밑거름으로 많이 넣어야 합니다. 평균적으로 다른 작물보다 1.5배에서 2배 정도 더 넣으면 잘 자랍니다. 100평 기준으로 축분퇴비 20kg 25포, 유박퇴비 5포 정도를 넣습니다. 땅이 비옥하다면 덜 넣고 거름기가 부족하다면 조금 더 넣습니다.
마늘을 처음 심는 두둑이라면 살균제를 뿌리지 않아도 병이 안 옵니다. 몇 년 전에 심었던 땅이라면 싹이 나온 후 한두 번 정도 석회유황 같은 유기농 살균제를 뿌려주면 뿌리에 오는 병이 예방됩니다. 웃거름은 내년 2월 말이나 3월에 다시 유박퇴비를 더 넣어주면 됩니다. 3월 중순 이후 추비를 넣어주면 마늘이 웃자라거나 기형과가 나오기 쉽습니다.
9월 초부터 양파 모종을 키웁니다. 200구 트레이에 심어도 되고, 밭에 줄 뿌림으로 심어서 키워도 됩니다. 줄기가 크게 자라야 뿌리가 튼튼합니다. 중간에 유박액비를 500배 정도로 희석해서 저녁에 몇번 주면 잎이 커집니다.
[고추, 가지]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도록

▲ 가지는 다른 작물들에 비하면 비교적 키우기 쉬운 작물입니다.
조계환
고추와 가지는 폭염이 한창일 때는 더위에 지쳐 열매를 많이 달지 못합니다. 하지만 9월에 영양분만 잘 공급해주면 제2의 전성기를 맞습니다. 열매가 다닥다닥 달리게 할 수 있습니다.
1주일에 한 번씩 뿌리에 유박액비나 미생물을 뿌려줍니다. 아미노산 성분이 들어간 유기농 자재를 활용해도 좋습니다. 줄기가 너무 위쪽으로만 올라가지 않고 자연스럽게 늘어지도록 벌려주고 영양분을 잘 공급해주면 열매가 많이 달립니다.
고추나 가지는 처음에 곁순 제거를 한 후에는 특별히 순치기를 많이 안 합니다. 가을에는 너무 아래쪽에서 나오는 곁순, 통풍을 방해하는 순, 열매를 이미 많이 수확한 순 정도만 조금 잘라줍니다.
[오이] 가을 내내 잘 자라게 하는 법

▲ 오이가 그물망을 타고 힘차게 올라가고 있습니다.
조계환
오이는 가을에 일조량이 줄어들면 열매가 덜 열립니다. 그래서 초기에 영양생장(줄기와 잎이 자라는 것)을 잘할 수 있도록 키웁니다. 퇴비를 많이 넣고 물을 많이 주면 줄기와 잎이 힘차게 올라갑니다. 잘 자란 잎이 광합성 작용을 하면 오이를 키웁니다.
적심(본순을 자르는 일) 시기가 제일 중요합니다. 오이가 영양생장에 집중하면 열매가 덜 달리는데, 설치 해놓은 오이망 끝부분까지 본순이 올라갔을 때 적심을 합니다. 막 키만 커 나가다가 본순을 탁 잘라 놓으면 1~2주 후에 열매가 많이 달립니다.
잎에 유황이나 유기농 살균제를 일주일에 한 번 정도씩 뿌려주면 흰곰팡이병, 모자이크병이 예방되어 오이가 많이 달립니다. 찬 바람 불기 시작하면 가을 오이는 훨씬 맛있어집니다.

▲ 차분히 농사일하다 보면 어느새 가을이 옵니다.
조계환
9월 농사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미생물, 칼슘제 등을 잘 활용하고 물을 적당히 주어 뿌리가 튼튼하게 자라게 하는 것입니다. 면역력만 튼튼하다면 병충해에 어지간히 잘 견딥니다.
9월이면 작은 텃밭 농사라도 폭염과 가뭄, 폭우 등으로 많이 지치는 시기입니다. 더위가 끝날 것 같으면서도 안 끝나서 더 힘이 듭니다. 저녁에 시원할 때 일하려고 밭에 나가면, 모기떼가 극성을 부리며 달려듭니다.
그래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차분히 대처해 나가며 농사일하다 보면, 어느새 진짜 가을이 옵니다. 밭에서 열심히 일하며 더 풍성한 가을 결실을 맺어보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1
'백화골 푸른밥상' 농부. 유기농 제철꾸러미 농사를 지으며 흙과 함께 살아가는 전업 농부입니다.
공유하기
더위에 지친 고추와 가지, 다닥다닥 열리는 비법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