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의 공운법 대수술, '정부 거수기' 오명 벗을 수 있을까

맞춤형 관리체계·사무기구 독립성 확보가 개혁 성패 가를 핵심 과제

등록 2026.08.27 10:33수정 2026.08.27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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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공기업 지배구조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면서 각국 정부에 강조한 핵심 가운데 하나는 국가가 공기업의 소유자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하라는 것이었다. 여러 부처에 흩어진 소유권 기능을 전문적이고 일관되게 행사하고, 공기업 이사회에는 충분한 자율성과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국제적 흐름 속에서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과 정부산하기관관리기본법을 통합하여 2007년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을 제정했다. 공운법은 2007년 1월 19일 제정되어 같은 해 4월 1일부터 시행됐다. 공기업뿐 아니라 준정부기관까지 포괄하는 통합적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여러 주무부처와 민간위원이 함께 참여하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설치한 것은 당시로서는 상당히 의미 있는 제도 변화였다.

공운위는 이후 공공기관 지정과 해제, 경영평가, 임원 인사, 경영지침 등 공공기관 정책의 중요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최고 기구가 되었다.

그러나 제도가 만들어진 지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 공운위가 법률이 예정했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 왔는지는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문재인 정부의 사회적 가치 구현, 윤석열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에 이르기까지 정부가 바뀔 때마다 굵직한 공공기관 정책이 추진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의 방향을 공운위가 사전에 충분히 논의하고 결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책의 큰 방향은 정부에서 결정되고 공운위는 이미 마련된 정책을 심의하는 데 머문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법률상 심의·의결기구였지만 실제 운영에서는 기획예산처와 기획재정부의 정책을 뒷받침하는 자문기구처럼 기능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사이 국제적인 공기업 지배구조의 기준도 크게 달라졌다. OECD 가이드라인은 2005년 제정된 이후 2015년과 2024년 두 차례 개정되었다. 초기에는 국가 소유권 기능의 전문화와 집중이 중요한 과제였다면 이후에는 경쟁중립성, 소수 주주와 투자자의 공평한 대우, 투명성과 책임성, 이사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강조되었고, 2024년 개정에서는 지속가능성과 경제 안보, 회복 탄력성까지 중요한 원칙으로 포함됐다.


즉, 공기업 정책의 국제적 흐름도 단순한 '정부 통제'에서 '전문적인 소유권 행사와 책임 있는 기업지배구조'로 옮겨가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 40여 년 동안 공공기관 경영평가, 예산운영지침, 경영공시 등을 발전시키면서 상당히 체계적인 공공기관 관리제도를 구축했다. 이러한 제도는 방만 경영을 억제하고 재정 규율과 투명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기관의 규모와 기능, 시장성, 공공성, 정책적 역할이 서로 다른데도 비슷한 평가와 예산·인사 기준을 적용하면서 공공기관의 다양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OECD가 강조했던 유형별·기관별 지배 구조의 차별화보다는 표준화된 관리와 재정 통제가 더 강하게 발전한 측면이 있다.

이런 점에서 2026년 8월 26일 국회를 통과한 공운법 개정은 단순히 위원회의 지위를 높이는 법 개정 이상의 의미가 있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기존 체제에서 벗어나 행정위원회로 개편되고, 재정경제부 장관과 민간위원이 공동위원장을 맡으며 민간위원 확대와 상임위원 및 별도의 사무기구 설치가 이루어지는 것은 우리나라 공공기관 관리체계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법률을 바꾼 것만으로 공운위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법률의 개정은 제도 완성이 아니라 새로운 거버넌스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새로운 공운위는 재정경제부의 또 다른 내부위원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재정경제부 소속 행정위원회이고 재정경제부 장관이 민간위원장과 함께 공동위원장을 맡는 만큼, 오히려 기존보다 더 세심한 역할 구분이 필요하다. 사무기구 역시 재정경제부의 정책을 공운위에 전달하는 조직이 아니라 위원들의 독립적 판단과 전문적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조직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관료의 개입을 없애자는 의미가 아니다. 재정과 산업, 노동, 복지, 에너지, 교통 등 공공기관과 관련된 정부 부처가 정책적 의견을 제시하고 조정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정부 부처의 의견과 공운위의 판단을 구분하는 것이다. 공운위가 정부정책을 사후적으로 추인하는 장소가 아니라 서로 다른 이해와 정책목표를 공개적으로 조정하고 최종적인 공공기관 정책을 결정하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공운위의 민주적 대표성과 전문성도 함께 강화되어야 한다. 민간위원의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 독립성과 전문성이 저절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공공기관 정책은 재정과 회계뿐 아니라 산업정책, 노동, 지역, 환경, 소비자, 안전, 지배구조 등 다양한 분야와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위원의 구성부터 이러한 전문성과 대표성을 균형 있게 갖추도록 해야 한다.

위원들의 헌신만을 요구해서도 안 된다. 수백 개 공공기관의 지정과 기능조정, 경영평가, 임원제도, 재무관리와 지배구조를 다루는 위원회가 전문적으로 판단하려면 충분한 조사·분석 능력을 갖춘 사무기구와 전문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새로운 공운위의 성패는 위원회의 형식적인 격상보다 이러한 정책역량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기존 관리제도의 개편도 뒤따라야 한다. 1984년 정부투자기관 경영평가 도입 이후 발전해 온 경영평가, 예산운영지침, 경영공시의 장점은 계승해야 한다. 하지만 모든 공공기관에 비슷한 기준을 적용하는 획일적 관리와 사전적 재정통제는 점진적으로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

시장형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이 같을 수 없고, 금융공기업과 에너지 공기업, 사회서비스 기관과 연구개발 기관이 같은 방식으로 운영될 수도 없다. 공공기관의 규모와 기능, 시장성, 재정위험과 정책적 역할에 따라 관리의 강도와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앞으로 공운위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러한 '맞춤형 관리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공공기관에도 변화가 요구된다. 지난 40여 년 동안 공공기관이 기획예산처와 기획재정부, 주무부처의 관리와 통제를 받는 대상이었다면 이제는 경영자율성의 확대에 상응하는 책임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공운법의 목적은 본래 공공기관의 '자율경영 및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하는 데 있다. 따라서 자율성을 확대한다는 것은 통제를 단순히 없애는 것이 아니다. 기관장과 이사회가 더 많은 권한을 갖는 대신 경영성과와 정책성과에 대해 더 분명한 책임을 지는 체제로 바꾸는 것이다.

공공기관의 자율성과 책임은 동전의 양면이다. 자율성 확대가 더 나은 경영성과와 더 좋은 공공서비스로 국민에게 돌아오지 못한다면 다시 통제 중심의 관리체제로 회귀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을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 스스로도 이번 법 개정을 정부의 통제가 약해지는 계기가 아니라 책임경영을 실질화하는 계기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번 공운법 개정 과정에서는 야당의 반대와 우려가 있었고 언론과 전문가들도 여러 문제를 제기했다. 이러한 우려를 단순히 개혁에 대한 반대로 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앞으로 시행령과 직제 개정, 위원 구성, 사무기구 설치, 경영평가와 예산제도 개편 과정에서 하나하나 검토하고 보완해야 할 과제다.

공운위의 위상만 높이고 운영방식이 과거와 같다면 이번 개혁은 성공했다고 할 수 없다.

공운위가 정부의 거수기라는 오래된 비판에서 벗어나 전문성과 대표성을 갖춘 실질적인 공공기관 정책결정기구로 자리 잡고, 공공기관도 획일적 통제의 대상에서 자율과 책임의 주체로 변화해야 한다.

2026년 공운법 개정이 그러한 변화를 시작하는 첫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 국회와 정부, 공공기관과 노동계, 시민사회가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

좋은 공공기관 거버넌스는 정부가 덜 관리하는 데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부는 더 전문적으로 소유권을 행사하고 공공기관은 더 자율적으로 경영하면서 그 결과에 더 분명하게 책임지는 데서 시작된다.
덧붙이는 글 라영재는 현재 건국대 경영전문대학원 공공기관 리더십과정 책임교수이고, 조제재정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 초빙연구위원, 부소장, 소장 역임과 국무조정실 평가관리관 역임했고, 한국행정학회 공공기관연구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공운위 #재정경제부 #OECD #민주적지배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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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교수, 조세재정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 소장, 국무조정실 평가관리관, 국가청렴위원회 팀장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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