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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들의 조롱과 혐오, 어른 사회의 '예능화'가 만든 거울

    [아이들은 나의 스승] 아이들의 조롱과 혐오표현이 나날이 '진화하는' 교실 풍경

    등록 2026.08.30 11:38수정 2026.08.30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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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조합원들이 지난 7월 7일 서울 서대문구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에서 혐오·역사왜곡 표현 교사·청소년 인식 조사 결과 발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조합원들이 지난 7월 7일 서울 서대문구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에서 혐오·역사왜곡 표현 교사·청소년 인식 조사 결과 발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말 꺼내려니 조금 민망하긴 하지만, 학교에서 아이들의 날 것 그대로의 대화를 가장 잘 들을 수 있는 곳은 화장실이다. 교무실에 불러다 말을 붙이면, 그들의 '참모습'을 보기 힘들다. 자세부터 말투까지 공손하기 이를 데 없어서다. 교사 앞에서 아이들의 모습은 늘 '가식적'이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있노라니, 왁자지껄 아이들이 나누는 별의별 이야기를 다 듣게 된다. 본의 아니게 엿듣게 되는 셈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교무실 앞 교사용 화장실을 이용했는데, 요즘엔 주로 각 학년 화장실을 찾는다. 아이들이 모두 나갈 때까지 앉아 기다려야 한다는 점만 빼면, 화장실은 학생부장으로서 최고의 '정보통'이다.

    귀를 열고 있으면, 요즘 아이들의 관심사부터 학교생활의 고충, 친구 관계 등을 두루 알게 된다. 이따금 몇몇 교사들을 흉보는 뒷담화가 튀어나와 당황스러울 때도 있지만, 개중에는 교사로서 귀담아들을 만한 내용도 많다. 화장실이 교사별 수업 품평의 공간으로 활용되는 모습이다.

    그런데, 들을수록 께름칙한 구석이 있다. 대화의 내용과 상관없이 아이들 사이에 오가는 말이 비속어와 욕설이 태반이라는 점이다. 대화가 비속어로 시작해 비속어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로 듣기 거북하고 화가 날 법도 하건만, 낄낄대며 비속어를 비속어로 되받아치는 게 익숙한 듯했다. 차마 입에 담기 힘든 거친 욕설도 다반사다.

    언젠가 비속어와 욕설을 '대화를 원활하게 하는 윤활유'로 비유하는 아이가 있긴 했다. 대화 중에 그게 빠지면 말에 힘이 느껴지지 않고 의미가 분명하게 전달되지 않는다는 거다. 대화 중 찰진 욕설을 적재적소에 잘 써야 설득력이 높고, 그런 아이일수록 '인싸'로 주목받는다고도 했다.

    비속어와 욕설을 내뱉는 게 일상이 되어선지 나날이 '강도'가 세지는 느낌이다. 쌍시옷과 쌍지읒 등의 된소리로 말하기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상황을 설정한 '신조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기성세대에겐 새로 만들어진 비속어를 이해하기도 힘들뿐더러 말의 '수명'도 짧아 따라가기도 벅찰 지경이다.

    기실 비속어와 욕설의 범람은 유튜브 등 SNS나 디시인사이드, 온라인 게임 등을 통해 접하고 파생된 또래 문화의 일종이다. 워낙 광범위하게 퍼져나가다 보니 어느덧 특히 10대 남자아이들 사이에선 '공용어'처럼 사용되고 있다. 그들에게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을 리 만무하다.


    요즘 아이들에게 '씨×'이나 '존×'는 욕설 축에도 못 낀다. 그저 '씨×'은 스트레스나 힘듦을 표현하는 감탄사이고, '존×'는 '매우'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부사어다. 근래 들어 아이들과의 대화 중에 서술어 앞에 쓰여 의미를 강조하는 '매우'나 '무척', '엄청', '아주', '퍽' 등의 말을 사용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적어도 요즘 아이들에겐 그런 부사어들은 이미 '사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되게'라는 말이 종종 들렸는데, 이마저도 잘 쓰이지 않는다. 한 아이는 고상한 표준어 같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맥 빠진 듯한 어감이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심지어 '되게'는 여성들의 대화에 어울리는 단어라고 말했다. 지금 또래 남자아이 중에 '되게'라는 말을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거라고 잘라 말했다.


    '충'의 진화도 놀랍다. 단어 뒤에 '충'을 붙여 조롱하는 혐오 표현도 끊임없이 신조어를 양산하고 있다. '급식충(중고등학생 비하)', '맘충(공공장소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유자녀 여성 비하)', '틀딱충(노인층 비하)'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의 갈등과 혼란을 대변하는 모양새다.

    급기야 개인의 성향과 행동까지 대놓고 비아냥대는 지경에 이르렀다. 예컨대, '진지충'은 가벼운 농담과 장난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이들을 일컫고, '설명충'은 간단한 질문을 장황하게 답변하며 대화의 분위기를 깨는 이들을 조롱하는 표현이다. 요즘 아이들에게 '충'은 경계도 한계도 없다.

    '충'과 같이 조롱의 의미를 내포하는 비속어는 종국에 약자를 대상으로 한 혐오 표현으로 향하게 되어 있다. 장애인과 이주 노동자,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비하하고 조롱하는 분위기가 이미 교실에 팽배해있다. 부러 묻거나 찾아보지 않으면 도무지 알 수 없는 표현들도 난무하고 있다.

    과거엔 '애자(장애인 비하)'라고만 했지만, 요즘엔 '정공(정신과 질환을 사유로 사회복무요원으로 판정받은 사람이라는 뜻의 줄임말)'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함께 현역병 대신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한 이들을 싸잡아 조롱하는 셈이다.

    이주 노동자에 대한 편견도 선을 한참 넘었다. 그들을 칭하는 '외노자'는 외국인 노동자의 준말이긴 하지만, 불법 체류자라는 부정적 뉘앙스가 담겨 있다. 주로 동남아인들을 가리키는 인종 차별적 성격의 용어다. 만약 친구에게 '외노자 닮았다'는 말을 건넸다간 학교폭력으로 신고당할 수도 있다.

    중국인을 뜻하는 혐오 표현인 '짱깨'는 이제 뒤에 '새끼'라는 말을 덧붙여 사용하는 지경까지 왔다. 중국에 관한 한 희화화의 단계를 넘어 공공연히 증오와 적개심을 드러낸다. 아이들 사이에선 중국을 두둔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단지 중국 여행을 다녀왔다는 것만으로도 놀림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마치 항생제의 내성처럼 혐오 표현도 과격해지고 있는 셈이다. 단순히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도 '싫다'고 하지 않고 '극혐'이라는 표현을 쓴다. 수학 과목도, 나물 반찬도, 담임교사도, 심지어 비 오는 날씨를 두고도 모두 '극혐'이라고 말한다. 아예 싫다는 단어를 모른다는 듯이. 극단적인 혐오의 준말이라는 걸 알까 싶을 만큼 '극혐'은 아이들에게 보편적인 단어가 됐다.

    웬만한 비속어와 욕설로는 성에 차지 않는지, 최근엔 '패드립'도 공공연하다. '패드립'이란 패륜적인 드립의 준말로, 상대방의 부모나 가족을 직접적으로 모욕하는 말장난이다. 최근 '패드립'은 서로 언성이 높아지다가 주먹다짐으로 이어지는 학교폭력의 대표적인 원인이다. 비속어와 욕설이 이제 부모와 가족을 대상으로 삼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혹자는 아이들이 이런 조롱과 혐오 표현의 맥락도 모른 채 또래들 사이에 유행하니까 따라 쓰는 것일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분명히 말하지만, 중고등학생 정도라면 모두가 말의 어원과 유래를 정확히 알고 있다. 조롱과 혐오가 대상과 상대방을 향한 폭력이라는 걸 모르지 않을뿐더러 부모와 교사의 지도에도 돌아서선 습관처럼 내뱉는다.

    그들 사이에 오가는 이런 말들이 혐오 표현인 줄 알면서도 사용하고 나날이 거칠어진다는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혐오를 혐오로 느끼지 못하고, 욕설을 욕설로 여기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한낱 비아냥거림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를 지적하기라도 할라치면, 또래는 왕따로 내몰리고, 기성세대는 '꼰대'로 낙인 찍힌다.

    "재미있잖아요."

    아이들이 이구동성 말하는 이 한마디에 모든 게 담겨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희화화하는 표현에 삼삼오오 낄낄대는 모습에 화장실 문을 박차고 나와 나무랐더니 대꾸하든 건넨 대답이다. 그러면서 악의는 없다고 했고, 한 아이는 그를 존경한다고도 했다. 거짓말은 아닐 것이다. 다만, 그들에겐 존경하는 인물을 조롱하는 행동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을 뿐이다.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서 모 시사평론가가 인혁당 재건위 사건의 희생자와 유족을 모욕하는 언사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은 유신 독재에 반대하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조작한 박정희 정권의 대표적 만행이다. 대법원의 사형 선고 18시간 만에 전격 처형이 집행된 당일을 국제법학회는 '세계 사법사상 암흑의 날'로 규정했다.

    엄정해야 할 비평조차 역사적 비극을 대놓고 희화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재미만 있으면 모든 게 허용되는' 아이들의 인식이 포개졌다. 선 넘은 조롱을 제지하기는커녕 함께 낄낄대는 출연자들의 모습은 근래 화장실에서 만난 되바라진 아이들의 그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조롱과 혐오 표현을 입에 달고 사는 아이들을 탓하자니 뒤통수가 따갑다. 모두가 '유머러스한' 사람을 좋아하고 '한없이 가벼운 정치 토크쇼'가 인기를 독차지하는 우리 사회의 거울일 테니 말이다. 새삼 깨닫지만, 요즘 아이들, 나아가 지금 우리 사회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는 '극우화'가 아니라 '예능화'다.
    #조롱과혐오 #비속어와욕설 #패드립 #교실의극우화 #사회의예능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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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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