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호치민 총영사관 별관이 사설유학원의 영업장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진정서를 총영사관에 낸 호치민 교민 백현종씨.
오마이뉴스 구영식
<오마이뉴스>는 지난 6월 18일 베트남 전쟁과 월남 파병, 한국-베트남 수교 등 50여 년의 한국-베트남 현대사가 오롯이 새겨진 주호치민 총영사관 별관이 사설유학원의 영업장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별관에 입주한 비영리단체 '아시아문화교류재단(ACEF)' 호치민한국문화센터가 한국의 사설유학원인 코리아탑유학원과 함께 별관 내 사무실과 강의실, 회의실 등의 비영리 공간을 유학사업과 관련한 상담과 교육, 설명회 등 영리활동의 장소로 사용해왔다는 것이다. (관련 기사 :
주호치민 총영사관 별관, 사설 유학원 영업장으로 전락?)
아시아문화교류재단 호치민한국문화센터는 코리아탑유학원과 협력해 베트남 학생들이 국내 여러 대학으로 유학하거나 어학연수를 갈 수 있도록 알선하거나 비자수속을 대행하고, 사설 교육 프로그램 등을 운용해 온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를 위해 센터 안에 유학사업을 위한 인테리어공사를 진행했으며, 국내 여러 대학의 베트남센터 현판식, 수권서나 위탁서(대학에서 유학생 유치 등의 권한을 부여하는 증서)를 진열하고, 센터의 직원 등이 이러한 유학사업과 관련한 상담과 행정처리, 홍보 등의 업무까지 수행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진 상태다.
또한 박아무개 아시아문화교류재단 호치민한국문화센터 원장이 센터를 배경 삼아 베트남 출신의 재단 직원 명의로 유학원을 설립하고, 한국의 코리아탑유학원과 협력하거나 공동운영해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원장이 차명투자한 이후 한국의 코리아탑유학원 박아무개 대표가 유학원의 지분투자자로 들어왔고, 그 유학원이 비영리단체인 센터를 매개로 유학 홍보와 상담, 유학생 유치 등 영리사업을 해왔다는 것이다.
특히 코리아탑유학원이 호치민 등에서 진행한 유학사업 수익금의 일부를 아시아문화교류재단에 후원한 사실도 확인됐다. 처음에는 공간 임대료 명목의 후원금으로 월 200만 동(한화 11만여 원)을 받아오다가 유학원이 성장한 것과 관련해 자신과 재단의 공을 인정해 달라는 박 원장의 요청에 따라 월 1800만 동(한화 104만여 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센터와 한국의 코리아탑유학원이 "공동운영"하는 호치민 코리아탑유학원의 연간 유학생 유치 규모는 300명 안팎이고, 연 매출은 4억 원 정도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시 <오마이뉴스>에 보낸 답변서에서 아시아문화교류재단 호치민한국문화센터와 코리아탑유학원은 "별관에서 영리유학사업을 한 적도 없고, 유학원으로부터 임대료나 후원금 등의 명목으로 돈을 받은 적도 없다"라고 부인했다. 이들은 "현재 제기된 내용은 사실관계가 다르거나 일방적 주장에 기초한 부분이 많다"라며 "사실과 다른 주장에 대해서는 필요한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진정서 접수한 지 4개월 지났는데 묵묵부답… "주호치민 총영사관은 반드시 관리감독 책임져야"

▲ 주호치민 총영사관 별관 4층에 입주한 아시아문화교류재단 호치민한국문화센터 공간에서 유학사업을 위한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됐다.
오마이뉴스

▲ 호치민 코리아탑유학원의 전신인 에이스유학원의 사업자등록증. 법적 소유자는 아시아문화교류재단 호치민한국문화센터에 근무하는 베트남 직원이지만 센터의 박아무개 원장이 차명으로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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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오마이뉴스>의 취재는 호치민에 거주하는 백현종(55)씨가 주호치민 총영사관에 낸 진정서에서 출발했다. 백씨는 아시아문화교류재단 호치민한국문화센터의 박아무개 원장과 함께 호치민에서 유학사업을 구상하고 진행했던 인물이다. 그의 부인은 재단과 한국의 코리아탑유학원을 연결하고, 유학원의 베트남 유학사업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백씨는 지난 4월 7일 아시아문화교류재단 호치민한국문화센터가 한국의 사설유학원인 코리아탑유학원과 함께 별관 안에서 유학사업 등 영리활동을 하고 있다는 진정서를 주호치민 총영사관에 제출했다. 이에 진정서를 접수한 주호치민 총영사관과 외교부는 "총영사관은 재단 측을 유선, 서면 등으로 접촉하여 민원 내용 관련 사실관계를 파악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주호치민 영사관과 외교부는 백씨의 진정서를 접수한 지 4개월이 넘도록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반면 아시아문화교류재단 호치민한국문화센터 박아무개 원장과 한국의 코리아탑유학원 박아무개 대표는 백씨가 진정서를 제출한 직후 백씨와 그의 부인 등을 구미경찰서에 고소했다.
경찰조사(8월 28일)를 받기 위해 잠시 귀국한 백씨는 지난 8월 27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박 원장과 박 대표가 저와 아내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공갈미수, 협박의 혐의로 고소했다"라며 "심지어 저를 대신해 (유학원의 주요 파트너인) 가천대 앞에서 피켓시위를 한 어머니까지 고소했다"라고 전했다.
백씨의 어머니는 호치민에 거주하는 그를 대신해 가천대 앞에서 '코리아탑유학원의 가천대 호치민센터 위법운영에 대해서 철저한 진상조사를 하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인 바 있다.

▲ 백현종씨의 어머니가 호치민에 살고 있는 아들 백현종씨를 대신해 가천대 앞에서 피켓시위에 나선 모습. 아시아문화교류재단 호치민한국문화센터 박아무개 원장과 코리아탑유학원 박아무개 대표는 이것을 문제삼아 그의 어머니도 고소했다.
백현종씨 제공
백씨는 "저와 부인이 박 원장 등과 함께 진행했던 유학사업과 관련된 문제가 고소장에 포함돼 있지만, 그것은 별개로 했으면 한다"라며 "제가 주호치민 총영사관에 냈던 진정서는 비영리재단이 버젓이 차명으로 사설유학원을 설립하고, 공적 공간인 별관을 유학사업을 위해 써도 괜찮은 것인지 그것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개선해 달라는 요구였다"라고 말했다.
백씨는 "제가 진정서에서 밝힌 내용은 막연한 의혹이 아니고 근거가 충분한 문제제기였다"라며 "하지만 총영사관이 어떻게 조사를 진행했고, 조사한 뒤에 어떤 조치를 내렸는지 등을 총영사관으로부터 통보받은 바는 전혀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엇을 조치한 것인지가 확인되지 않으니까 저의 문제의식은 더욱 증폭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백씨는 "요즘은 정부기관과 관련해 조그만 말이라도 나오면 조치해서 정리하는 분위기인데 저처럼 근거가 충분한 문제제기에 이렇게 대응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라며 "(무상사용 기한인) 9월 29일 이후 재단을 내보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주호치민 총영사관은 관리감독의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4월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백씨는 "위법성이 뚜렷한데 오늘날까지 비영리재단과 사설유학원의 위법행태가 대한민국 공관 안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관리감독기관에 진정한 것인데, 적절한 관리감독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언론에까지 제보하게 된 것이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 2월 15년 동안 호치민에서 변호사로 활동해온 정정태 전 '법무법인 지평' 호치민 지사장이 주호치민 총영사로 공식 취임했다. 정정태 총영사는 베트남한인상공인연합회(KOCHAM) 운영위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자문변호사 등을 지냈다. 그의 취임에 '호치민 교민사회에서 배출한 첫 총영사'라는 의미가 부여됐다.
'50여 년 한국-베트남 현대사' 새겨진 주호치민 총영사관 별관은 어떤 건물?

▲ 주호치민 총영사관 별관 건물.
오마이뉴스
한편 '사설유학원 영업장 유용' 의혹을 받고 있는 주호치민 총영사관 별관은 월남교민회의 제안으로 건립됐다. 당시 사이공(현재의 호치민)에 진출해 있던 한국 기업과 교민회 등 여러 단체들의 후원, 월남 파병군과 정부의 지원 등을 받아 '한국회관'이라는 이름으로 준공됐다.(1973년 5월). 한국회관 건립에는 총 3224만 피아스타(당시 월남 화폐 단위)가 소요됐다.
북베트남정부(당시 베트남민주공화국으로 '월맹'으로도 불렸다)가 사이공을 점령하면서 주월남 한국대사관과 한국회관을 몰수했다가, 지난 1992년 12월 한국과 베트남의 외교관계가 복원되면서 각각 주호치민 총영사관과 별관으로 돌려주었다. 현재 별관에는 호치민한인회와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베트남지부, 아시아문화교류재단 호치민한국문화센터 등이 입주해 있다.
아시아문화교류재단은 지난 1996년 6월 외무부(현 외교부)로부터 비영리법인 설립을 허가받았다. 같은 시기 주호치민 총영사관 별관의 본채와 별채를 각각 3층과 2층에서 4층과 3층으로 증개축하고 보수공사를 진행했다. 이후 재단과 총영사관은 재단이 30년 동안 별관을 위탁관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1996년 9월). 이에 따라 재단은 증축한 공간에 한해 오는 9월 29일까지 무상사용한 후 국가에 기부채납해야 한다.
아시아문화교류재단이 호치민에 두고 있는 호치민한국문화센터의 박아무개 원장은 재단의 설립자이자 초대 이사장인 박승준(2021년 10월 사망) 전 한국외국어대 재단 전무이사의 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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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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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주호치민 총영사관 별관'을 고발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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