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6.08.30 16:42수정 2026.08.30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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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몹시 피곤한 날이 있다. 많이 걷지도 않았고 힘든 일을 한 것도 아니다. 집에 돌아와 앉아 있었고, 중간중간 휴대폰도 보면서 나름 쉬었다. 그런데 하루가 끝날 무렵이면 몸이 축 처진다.
예전에는 그럴 때 단순히 체력이 떨어졌다고 생각했다. 잠이 부족했나, 너무 많이 움직였나 싶었다. 그런데 명상을 오래 하면서 조금 다른 것을 보게 됐다. 몸은 가만히 있어도 머리는 좀처럼 가만히 있지 않는다는 것이다.
누군가 한 말이 마음에 걸리면 계속 생각한다. 휴대폰을 열어 메시지를 확인하고, 기사를 읽고, 영상을 본다. 하나를 보고 나면 또 다른 것을 본다. 잠깐 쉬려고 휴대폰을 들었는데, 그 짧은 시간에도 머리는 계속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고 판단하고 반응한다. 몸은 의자에 앉아 있지만 머리는 계속 일하고 있는 셈이다.
명상을 처음 배우는 사람들에게 가만히 앉아 있으라고 하면 의외로 힘들어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뭐가 어렵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막상 앉아보면 알게 된다. 밖에서 자동차 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린다. 다리가 불편하고 허리가 아프다. 조금 전 있었던 일이 생각나고, 조금 뒤 해야 할 일도 떠오른다.
문제는 소리가 들리고 생각이 떠오르는 것 자체가 아니다. 우리는 그때마다 그것을 붙잡고 계속 처리한다. 자동차 소리가 들리면 '무슨 차지?' 하고 생각하고, 누군가 한 말이 떠오르면 그 말을 다시 곱씹는다. 내일 할 일이 떠오르면 머릿속에서 벌써 내일을 살기 시작한다. 하나의 생각이 또 다른 생각을 불러오면서 정신 활동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명상을 하면서 배우는 것 가운데 하나는 이렇게 들어오는 모든 것을 반드시 처리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소리가 들려도 그냥 지나가게 둘 수 있다. 생각이 떠올라도 끝까지 따라가지 않을 수 있다. 당장 답을 내리지 않아도 되고 판단하지 않아도 된다.
말은 간단하지만 실제로 해보면 쉽지 않다. 우리는 깨어 있는 동안 끊임없이 무언가에 반응하는 데 익숙하기 때문이다. 특히 휴대폰을 손에서 놓기 어려워진 뒤로는 아무것도 받아들이지 않는 시간이 더욱 줄었다. 잠깐의 빈틈만 생겨도 화면을 켠다. 밥을 먹으면서 영상을 보고,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메시지를 확인하고, 잠들기 직전까지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인다.

▲명상하는 사람들 명상하면 저절로 자기치유 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현안스님
그러면서 우리는 그것을 '쉬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쉬고 있는 걸까.
명상을 오래 하면서 내가 경험한 휴식은 조금 달랐다. 몸을 움직이지 않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잠시라도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반응하는 일을 줄여야 했다.
처음에는 몇 분도 어렵다. 생각 하나가 끝나기도 전에 다른 생각이 나타난다. 그 생각을 따라가지 않으려고 하면 또 다른 생각이 생긴다. 하지만 계속 연습하다 보면 생각이 떠올라도 그것을 붙잡아 이어가지 않는 시간이 조금씩 생긴다. 그 과정에서 전보다 덜 산란해지고 한 가지에 집중하는 힘도 생긴다. 그런데 명상을 오래 해보면 집중력만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몸에도 변화가 생긴다. 명상에는 자기치유의 측면이 있다.
생각해보면 우리 몸은 매일 스스로 회복하는 일을 한다. 가장 쉽게 관찰할 수 있는 때가 잠을 잘 때다. 밤에 잠을 자는 동안에는 깨어 있을 때처럼 활발하게 생각하고 판단하고 외부의 일에 반응하지 않는다. 정신 활동이 줄어든 사이 몸은 몸대로 해야 할 일을 한다.
우리는 잠을 자면서 몸에게 "이제부터 회복해"라고 명령하지 않는다. 어디가 좋지 않으니 그곳을 고치라고 일일이 지시하지도 않는다. 잠이 들면 몸은 스스로 할 일을 한다.
여기서 명상과 수면의 흥미로운 공통점을 볼 수 있다.
명상을 할 때도 정신 활동을 줄여간다. 생각이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생각이 떠올라도 계속 붙잡고 처리하지 않는 훈련을 한다. 외부에서 소리가 들려도 계속 따라가지 않고, 몸에 어떤 감각이 생겨도 거기에 끌려가지 않으려고 한다. 마음이 한 가지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다른 것에 의해 산란되는 정도도 줄어든다.
그래서 명상을 단순히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것'으로만 보면 놓치는 부분이 있다. 명상 훈련의 중요한 목적 가운데 하나는 집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한 가지에 집중하면서 외부에서 끊임없이 들어오는 자극에 반응하는 것을 줄이고, 생각을 계속 이어가는 정신 작용도 줄여간다.
잠을 잘 때 정신 활동이 줄어든 사이 몸이 스스로 회복하듯이, 명상에서도 끊임없이 생각하고 반응하는 일을 줄이면 몸이 스스로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
그래서 명상에서 집중과 치유는 서로 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다. 집중하는 힘을 기르는 것과 몸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도록 방해를 줄이는 것은 같은 과정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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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스님을 은사로 미국 위산사에서 출가, 현재 서울 종로 보화선원에서 다양한 선명상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지도하고 있다. 국내 저서『미국스님 한국표류기』(모과나무, 2026)『보물산에 갔다 빈손으로 오다』(어의운하, 2021)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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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어도 피곤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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