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3월 21일 BTS(방탄소년단)가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컴백 공연 ‘비티에스 컴백 라이브: 아리랑’에서 신곡 무대를 선보이자, 팬클럽 '아미'가 공연을 지켜보며 환호하고 있다.
유성호
이 책의 핵심부는 2장이다. K컬처의 또 다른 비밀을 저자들은 '참여'에서 찾는다.
사람들은 K팝을 가만히 앉아 구경하지 않는다. 따라 부르고, 따라 추고, 정해진 응원법에 맞춰 소리를 지르고, 같은 색 응원봉을 흔든다. 스트리밍과 투표에까지 개입한다. 저자들은 여기서 굿판을 떠올린다. 굿 역시 무당 한 사람의 공연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음악과 춤, 장단과 울음, 의복과 무구 그리고 둘러선 사람들의 반응이 한 판 안에서 함께 움직인다. 굿판에서 추임새가 판의 열기를 올렸듯, 콘서트장의 팬은 무대의 리듬을 함께 만든다. 그러므로 팬은 관객이 아니라 공연의 공동 수행자다.
수만 개의 빛이 동시에 켜지고 꺼지며 같은 색의 파도를 만들 때, 관객은 자신이 거대한 리듬의 일부가 되었음을 몸으로 느낀다는 대목은 설득력이 있다. 미리 정해진 구호를 같은 박자로 외치는 일은 개인의 목소리를 집단의 호흡으로 바꾸는 장치라는 것이다. 그 순간 공연장은 보는 공간에서 참여하는 공간으로 바뀐다.
여기에 이 책이 '감정 엔진'이라 부르는 한과 신명이 들어온다. 저자들이 말하는 신명은 그저 기분이 좋아 신나는 상태가 아니다. 슬픔과 분노처럼 눌려 있던 감정이 장단과 춤과 추임새와 공동체의 호응을 만나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할 때 생기는 감정의 전환이다. 판소리와 농악과 굿판에서 느린 장단이 점점 빨라지다 마침내 울음과 웃음이 뒤섞인 폭발에 이르는 그 구조. K팝의 반복과 고조와 몸의 참여가 만들어내는 집단 에너지도 같은 얼개라는 얘기다.
'K팝 세계관'을 굿의 장단에 견주는 대목은 이 책의 신선한 해석 가운데 하나다. 티저와 인트로 영상, 로고와 콘셉트 필름은 홍보물이 아니라 입장권이라는 것. 이제부터 너는 이 이야기의 규칙 안으로 들어온다는 문턱이라는 것. 그 문턱을 넘은 팬은 음악을 단순히 소비하지 않고 해석하고 연결하고 재구성한다. 굿의 장단 역시 한 번 치고 끝나지 않고 판이 깊어질수록 두꺼워진다. 둘 다 깊이를 설계하는 장치이고, 둘 다 양방향으로만 완성된다는 것이다.
"완충재는 어디까지나 완충재다"
책의 마지막 시선은 뜻밖의 장소로 향한다. 스마트폰이다.
젊은 세대는 사주 앱을 켜고, 유튜브에서 타로를 보고, 라이브 방송 댓글창에 고민을 적는다. 인공지능(AI)에게 자기 사주를 묻기도 한다. 정보와 데이터가 어느 시대보다 넘쳐나는데 오히려 가장 오래된 점술의 언어가 가장 새로운 플랫폼에서 되살아난다.
이 역설을 저자들은 미래를 맞히고 싶은 욕구로 환원하지 않는다. 젊은 세대가 찾는 건 예언이 아니라 언어라는 것이다. 왜 관계가 어려운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지금은 움직일 때인지 기다릴 때인지를 설명해줄 언어. 과거 철학관과 점집과 굿판이 감당하던 자리를 앱과 유튜브와 댓글창이 이어받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저자들은 스스로에게 칼을 겨눈다. 사주와 타로가 불안을 다루는 작은 완충재가 될 수는 있지만, 결정과 책임까지 넘겨서는 안 된다고 못 박는다. "완충재는 어디까지나 완충재"라는 것이다. 삶을 움직이는 운전대와 혼동하는 순간부터 문제가 시작되며, 운전은 우리가 직접 해야 한다는 문장으로 매듭짓는다.
AI 답변으로 불안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물론, 다소 아쉬운 대목도 있다. 굿판과 K팝 콘서트를 잇는 다리는 어떤 장에서는 촘촘하고 어떤 장에서는 비유에 기대어 있다. 저자들도 그 위험을 안다. 중요한 것은 '기원'이 아니라 '작동 방식'이라고 여러 차례 못을 박고, 아이돌과 무당을 동일시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한다. 그럼에도 사례와 사례 사이의 거리가 먼 대목에서는 독자에 따라서는 비약으로 읽힐 여지가 있다. 미주(尾註)와 참고문헌을 붙여 근거를 밝힌 것은 그 간극을 메우려는 장치로 보인다.
그런 점을 감안하고도, 이 책이 놓인 자리는 분명하다. <케데헌> 이후 쏟아진 수많은 K컬처 해설이 대개 '무엇이 성공했는가'에 머물렀다면, 이 책은 '왜 하필 한국인가'를 문화의 심층에서 질문을 던진다. 한국적인 것이어서 특별하다는 식의 정신승리 '국뽕'으로 흐르지 않는다.
저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전통의 겉모양이 남았다는 사실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불안을 이야기로 바꾸고, 막힌 감정을 몸과 리듬으로 풀고 혼자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공동의 판으로 옮기는 '방식'이 새로운 시대, 새로운 매체(플랫폼) 안에서 다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알고리즘과 인공지능이 쉬지 않고 답을 내놓는 AI 시대다. 그러나 답이 많아졌다고 불안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기술은 결과를 제시하지만 그 결과를 받아들이고 견디는 마음까지 만들어주지는 못한다. 저자들은 바로 그 빈자리에서 K콘텐츠가 반복해 다뤄온 상실과 회복, 한과 해원, 몸의 참여와 공동체의 감각이 낯선 문화권 사람들에게까지 가닿는다고 본다.
공동 저자인 김동완 동국대 미래융합교육원 교수는 동양철학자이자 주역 연구가다. 동국대에서 <다산 역학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다산 정약용의 역학 사상을 현대적 관점에서 다시 읽는 작업을 이어왔다. 한국사주명리학회와 한국역학학회, 현대주역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과 KBS <쌤과 함께>에 출연했고, EBS 클래스-e에서 주역의 지혜를 리더십의 언어로 풀어낸 12회 강연으로 호응을 얻었다. <더 포춘>, <오십의 주역공부>, <사주명리 인문학>, <주역필사> 등을 썼다.
함께 쓴 이서는 동양 운명학 연구자다. 사주명리학과 주역을 비롯한 전통 운명학을 현대의 감각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해왔고, 동국대 미래융합교육원에서 사주명리학과 주역, 하락이수와 관상학, 성명학과 풍수학을 가르친다. 한국사주타로학회 회장, 동국사주명리학회 지도교수를 맡고 있으며 <신살>, <한 권으로 마스터하는 사주타로>를 펴냈다. 디즈니+ <운명전쟁49>와 tvN <이혼보험> 등에 출연했고 <이혼보험>의 자문도 맡았다.
두 사람의 이력이 겹치는 자리에서 이 책의 성격이 드러난다. 이서는 10대 시절 국악을 전공한 뒤 20여 년간 김동완 교수 문하에서 운명학 전반을 수학했다. 고전을 파고든 연구자와 굿판의 장단을 몸으로 익힌 연구자가 한 책을 나눠 쓴 셈이다. 이 책이 주역과 명리의 개념을 다루는 장에서 단단하고, 판소리와 농악의 가속 구조를 설명하는 장에서 유독 구체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헌으로 아는 사람과 몸으로 아는 사람이 같은 판을 다른 각도에서 짚었다.
왜 전 세계는 K컬처에 매혹되는가 - 무속, 명리, 주역에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파묘」 BTS까지
김동완, 이서 (지은이),
클라우드나인,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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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은 인류 최초의 콘서트... 무속·주역에서 케데헌·BTS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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