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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활기록부 작성 앱 있다는 거 아직 모르셨어요?

    [주장] 교육의 기본 역량인 글쓰기마저 AI에 의존하는 세태 유감

    등록 2026.09.02 18:41수정 2026.09.02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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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부종합전형의 대입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생활기록부도 AI의 몫이 됐다는 건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의 대입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생활기록부도 AI의 몫이 됐다는 건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김대성(Ai제작)

    "뭘 고민해. AI에게 물어봐."

    바야흐로 '만사AI통'인 세상이다. 뭘 물어도 AI부터 찾고, AI가 알려준 대로 따라 한다. 어떤 질문에도 척척 명쾌한 답을 내놓으니 이만한 도우미가 따로 없다. 이젠 출근길 옷차림과 점심 메뉴까지 알려줄 만큼 내 취향을 더 잘 아는 '나보다 더 나 같은' 존재가 됐다.

    학교에도 AI가 쓰나미처럼 밀려들고 있다. 교사의 잡무 부담을 줄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수업과 평가, 생활지도 영역까지 넘나드는 모양새다. 교과서 내용을 요약해 노트로 정리해 주고, 자료 제작은 물론, 성취 기준에 맞는 평가 문항까지 완벽하게 제시해 준다.

    수업 준비를 위한 교재 연구도 AI의 몫이 돼가고 있다. 굳이 교사가 시간 내어 교과서를 읽을 필요도 없다. AI가 알려준 수능 시험 출제 빈도에 따라 꼭 알아야 할 내용만 변별해 강조하면 된다. 하긴 이는 교사가 말하지 않아도 아이들 스스로 AI를 통해 챙기는 정보다.

    교사의 고유 영역이라고 여겨왔던 생활지도조차 AI에 의존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프롬프트에 평소 관찰한 아이의 행동을 제시하면, 효과적인 상담 기술까지 귀띔해 준다. AI 활용에 익숙하다면, 경험 많은 선배 교사의 조언 따위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잡무든, 수업이든, 교사가 AI에 기댈수록 사람과의 만남은 어색해지고 소원해진다. 선배 교사에게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기보다 손안의 AI에 묻는 게 편리하고 빠른 데다 무엇보다 덜 부담스럽다. '열 명의 선배 교사보다 상위 버전의 AI 하나가 낫다'는 말이 공공연하다.

    AI가 학교의 모든 일상을 장악한 건, 정말이지 순식간이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렇진 않았다. 조금 과장하자면, 이젠 AI가 없으면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다. 교사마다 출근 후 컴퓨터를 켜서 가장 먼저 구동시키는 게 AI 앱이다. 프롬프트에 써넣을 명령어만 고민하면 된다.


    급기야 글쓰기마저 AI에 내맡기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아이들도 교사도 더는 스스로 글을 쓰려고 애면글면하지 않는다. 기실 글을 쓴다는 건, 자기의 생각과 주장을 논리적으로 정리하고 표출하는 행위로서, 학교 교육이 포기하지 말아야 할 마지막 보루라고 믿고 있다.

    이미 교과별 글쓰기 과제는 사라졌다. 국어 수업 때조차 글쓰기를 '눈'으로 배울 뿐, '손'으로 옮기도록 하진 않는다. 당장 괴발개발 글씨를 판독하는 것부터 고역이지만, 문맥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태반인 현실에서 글쓰기 수업이 제대로 이뤄질 리 만무하다.


    대입에 절대적인 영향 미친다는 생활기록부도 AI의 몫

    "생활기록부 작성 앱이 있다는 걸, 아직도 모르셨어요?"

    한 후배 교사가 어이없다는 듯 반문했다. 요즘 누가 그 많은 생활기록부 기재 사항을 일일이 고민하면서 쓰느냐는 거다. AI의 프롬프트처럼 영역별로 아이의 구체적 교내 활동 사항만 입력하면, 글자 수 등 형식에 맞도록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준다고 설명했다.

    학생부종합전형의 대입에서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생활기록부도 AI의 몫이 됐다는 건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했다. 초기엔 비문(非文)을 걸러내고 문장을 다듬는 정도로 활용했지만, 지금은 아이들의 생활을 기록하고 역량을 평가하는 일까지 AI에 일임하는 모양새다.

    가령, 아이의 특기와 관심 분야, 희망 학과, 동아리 활동, 선택 교과 등을 입력하면, 각 항목의 관련성을 엮어 그의 역량을 설득력 있는 문장으로 그려낸다. 웬만한 국어 교사도 이보다 더 잘 써내긴 어렵다고 할 만큼 완벽하다. 거칠게 말해서, 그걸 '복붙'하는 게 교사의 일이다.

    여기서 당연한 질문 하나가 따라붙는다. 교사가 지켜본 아이의 학교생활에 대한 기록을 AI에게 맡기는 게 과연 온당한 일일까. AI가 아이들 각자의 고유한 특성을 정확히 평가할 수 있을까. AI가 이 시대를 호령하는 지금, 생활기록부 작성에 있어 과연 어디까지가 교사의 몫일까.

    "당락이 좌우되는 전형 자료이다 보니, 생활기록부 작성에 대한 교사의 부담이 너무 커요. 항목별 글자 수를 줄여준 건, 그저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이죠. 어떻게든 선발하는 대학의 눈에 들도록 잘 꾸며야 하고, 그러자면 어쭙잖게 제가 쓰는 것보다 AI에게 맡기는 게 낫죠."

    AI를 애용하고 있다는 한 동료 교사는 AI 활용의 불가피성에 대해 연신 강조했다. 그는 생활기록부 작성을 교사에게 주어진 일 중에 '가장 힘들고 부담스러운 잡무'라고 표현했다. 학생 수와 기록할 내용이 많아 '힘든' 것일 테고, 대입 전형 자료여서 '부담스럽다'고 말한 것이다.

    '잡무'라는 말도 귀에 꽂혔다. 기실 '잡무'라는 표현은 학교 교육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쓸데없는 일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학기 말이면 정작 수업은 뒷전으로 미룬 채 온종일 생활기록부 작성에만 매달리는 교사들의 모습이 과연 정상이냐는 볼멘소리다.

    대학에서도 생활기록부가 AI로 작성되었을 거라며 반신반의하는 마당에,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라는 자조 섞인 고백이다. '생활기록부 인플레이션' 현상이 AI로 인해 더욱 심각해지는 분위기다. 조만간 대학마다 AI로 작성한 생활기록부를 검출하는 AI가 도입될지도 모른다.

    얼마 전 서울 소재 모 대학에서 일하는 한 대학 후배로부터 이런 우스갯소리도 들은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세 가지 종류의 거짓말이 있다는 것. 거짓말과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대입 전형 자료로 제출된 고등학생들의 생활기록부!

    참고로, 이는 20세기 초 미국의 작가 마크 트웨인이 자서전에서 통계의 허점을 꼬집으며 언급한 내용을 끌어다 쓴 것이다. 원문에서 세 가지 종류의 거짓말은 거짓말과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였다. 숫자로 된 데이터의 조작 가능성과 편향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는 경구였다.

    "글쓰기에 서투니까요."

    교사들은 생활기록부 작성에 AI를 활용하는 가장 큰 이유를 이구동성 이렇게 잘라 말했다. 학창 시절 백일장에 참여하기는커녕 일기 한번 써본 적 없다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대학에서조차 보고서나 논문을 손수 써본 기억이 없다는 그들에게 AI는 차라리 '구원자'였다.

    AI의 활용이 보편화하면서 굳이 글쓰기를 배우려는 교사들도 덩달아 줄어드는 모양새다. 교사들의 독서와 글쓰기 모임은 꾸리기조차 힘들고, 교내 독서 동아리조차 활동이 시들해졌다. 책을 읽기보다 더욱 완벽한 글을 위해 상위 버전의 AI를 탐색하는 '실용적인' 활동을 한다.

    이젠 생활기록부의 내용을 보고 어떤 AI를 활용했는지 품평하는 단계에 와 있다. 챗지피티와 제미나이, 클로드 등에 각각 고유한 '문체'가 있다는 거다. 머지않아 교과별로 어떤 AI를 활용하는 게 대학 진학에 유리한지 관련 통계 자료가 학교마다 나돌게 될지도 모르겠다.

    중요한 건 생활기록부의 '힘'을 빼는 것

    최근 한 지역의 교육청에서 AI를 활용해 생활기록부를 작성하는 걸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소식을 접한 순간, 모든 교사가 가짜 뉴스일 거라고 입을 모았다. 한쪽에서는 AI를 적극 활용하라며 무료로 앱을 보급하고, 다른 한쪽에선 사용하지 말라는 게 어처구니없다는 거다.

    점심 메뉴까지 AI에게 묻는 세상에서 AI의 활용을 금지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색출해 처벌할 수도 없는, 단순한 엄포일 뿐이다. 중요한 건, 생활기록부의 '힘'을 빼는 일이다. 생활기록부가 대입의 당락을 좌우하는 한 AI에 대한 의존도는 나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근본적인 건, 글쓰기가 교육의 기본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점이다. 글쓰기는 교사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소양이자, 아이들이 배우고 익혀야 할 핵심 역량이다. 단언컨대, 글쓰기를 AI에 의존하는 건, 교사의 교육 활동을 통째로 AI에 맡기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사족. 최근 기사의 끝에 내용을 요약해 주는 AI가 이어진 걸 봤다. 고작 3천 자 남짓의 짧은 글조차 요약해서 읽는 세태가 슬프다. 동서양의 고전을 시험 지문 읽듯 요약본으로만 접하는 요즘 아이들의 모습이 겹쳤다. 뭐든 짧아야 하는 세상에 글쓰기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생활기록부 #학생부종합전형 #AI #글쓰기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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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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