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 기후정의행진 선포식' 메가 프로젝트 중단과 대안사회로의 전환 촉구 919 기후정의행진 조직위원회가 8월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919 기후정의행진 선포식 기자회견'을 열어 메가 프로젝트 중단과 대안사회로의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이정민
그들만의 '황금시대'
'황금시대'라는 표현이 정치권 일각에서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신임 여당 대표가 전당대회에서부터 'K-황금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밝히더니, 이재명 대통령도 "대한민국의 황금시대가 시작되는 초입"이라며 3대 메가프로젝트의 "속도전을 넘어 전격전"을 주문했다.
정부는 우리나라가 직면한 '저성장'과 '양극화(K자형 성장)'를 동시에 넘어서기 위해 '지방 주도 성장'을 비전으로 한 3대 메가프로젝트를 국가 주도 성장전략으로 제시했다. 메가프로젝트를 통한 지방주도 성장 전략이 서울 일극 체제의 지역간 불균등 문제에 대한 발전주의적 해법일 수는 있어도, 양극화와 불평등의 해법이라고 할 순 없다.
지역 간 격차를 줄이는 것과 사회의 불평등을 줄이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정부가 지금까지 제시한 메가프로젝트의 지방주도 성장전략은 자본집약적 성장모델이자 자산소유자 중심의 성장모델이다. 이는 오히려 소득·자산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우려가 크다.
표면적으로는 지방주도 성장을 통한 양극화 극복 체제의 구축을 제시하지만, 메가프로젝트의 속도전과 전격전은 자본 유치 중심의 새로운 거점 개발 전략이고 사실상 지방 토호 세력과 자본의 이윤을 위한 거점 확대 요구에 조응하는 일이다.
기업이 원하는 도시, 그 이익은 누구에게 돌아가나
3대 메가프로젝트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AI 등 첨단산업 자체만이 아니다. 정부는 메가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핵심 인프라로 '전기국가(전력·용수 공급)'와 '기업형 첨단도시' 조성을 제시했다. "기업이 원하는 곳에, 원하는 방식"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입지를 공급하고, 산업단지와 특구, 신도시가 연결된 복합타운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각종 도시계획 및 토지이용 규제 등의 대폭 완화와 기업 맞춤형 특례 지원을 포함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개발의 비용과 이익이 서로 다르게 배분된다는 점이다. 정부가 전력과 물, 철도와 도로를 비롯한 공공 인프라를 공급하면, 기업의 생산비용은 낮아진다. 동시에, 주변 토지의 접근성과 이용가치는 높아지고, 개발에 대한 기대는 곧바로 땅값과 집값에 반영된다.
공공이 인프라를 만들고 도시계획을 변경해 발생한 가치가 결국 토지와 주택을 소유한 이들의 자산가치 상승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이는 지역 착취를 통한 기업 이익 극대화라는 문제와 함께 도시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대 상승분이 토지·자산을 보유한 계층에게 귀속되어 자산 불평등 악화를 초래한다.
투기화된 부동산과 첨단산업의 금융투기가 만날 때
3대 메가프로젝트는 산업투자 프로젝트인 동시에, 이미 금융화·투기화된 한국의 부동산시장에 새로운 대규모 개발 기대와 담보가치를 공급하는 프로젝트이다. 지금의 개발은 과거처럼 땅과 건물을 사고파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토지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리츠(REITs, 부동산 간접투자상품), 각종 금융상품을 만나 다시 하나의 금융적 투기상품이 된다.
AI와 반도체라는 미래 산업에 대한 기대와 신도시 개발에 대한 기대,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의 기대가 서로의 몸을 빌려 부풀어 오를 수 있다. 정부가 개발이익의 주민 공유라는 명목으로 도입한 지역상생 리츠나 프로젝트 리츠, 공모리츠 등의 부동산 간접투자상품이 '커피 한 잔 값으로 건물주 되기'라는 슬로건으로 지역 주민들을 부동산 금융투기의 참여자로 전환하며 투기를 부추길 수 있다.
이처럼, 3대 메가프로젝트와 첨단도시 조성은 산업 금융투기와 부동산 금융투기가 하나의 구조로 연결되는 일이다. 자산 보유자에게 금융시장과 부동산시장이 유리한 현행 구조 하에서 이익은 훨씬 많은 부동산과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고소득·고자산 계층에게 편중된다. 이는 자산 격차를 확대하고 불평등을 악화시킨다.
특히, 금융투기의 속성상 지역에 유치한 산업 발전과 부동산 개발로 창출되는 이익의 상당수는 기업 본사와 투자자들에게 귀속되는 구조로, 지역 착취를 통해 생산한 이익이 서울·수도권의 자산소유자에게 더 많이 돌아가는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다.
지역 내부의 공간적 불평등과 계층적 분리화

▲ 6월 29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기업형 거점도시 조성을 비롯한 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KTV
정부는 첨단산업의 우수 인재가 지방에서도 수도권 못지않은 생활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고 교육·의료·문화 등이 결합된 첨단도시를 구상한다고 주장한다. 맞춤형 공공임대 등의 공급도 언급하고 있지만, 첨단산업의 고소득 전문인력이 집중될 경우 해당 지역의 주택 수요구조도 바뀐다. 고가 주택과 분양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늘어 지역 일대의 집값과 임대료가 상승하게 된다. 집을 가진 사람에게는 자산가치 상승이지만, 무주택 세입자에게는 주거비 상승이다. 첨단산업 유치가 기존 주민을 밀어내는 일종의 '산업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문제는 첨단도시 조성이 주택가격 및 임대료 상승 등 주거 불평등 심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간적 불평등도 촉발한다는 점이다. 지역균형발전 프로젝트로 추진된 그동안의 지역 특구·신도시 조성 사례에서 나타났듯 이는 지역 전체의 성장이 아니라 지역 내부의 성장축 이동을 초래해 지역 내 불균형과 불평등을 강화시켜 왔다.
새로운 거점 도시의 수요에 맞춰 최신 인프라와 생활서비스가 집중되는 반면, 기존 도심의 주택과 기반시설은 노후화되고 방치되었으며, 상권은 쇠퇴하였다. 지방정부와 국가의 한정된 공공 재정이 새로운 성장거점에 집중되면 공공임대주택이나 공공의료, 돌봄, 대중교통과 같은 기존 주민의 생활에 필수적인 분야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도 있다.
공간적 불평등 심화는 계층별 공간적 분리도 동반한다. 신도시에 양질의 공공인프라와 교육·문화·의료·주거가 집중됨으로 인해 해당 신도시로의 주거 이동 능력이 높은 전문직과 중·고소득 계층이 이동하고, 기존 지역에는 고령층과 저소득층 등 이동 능력이 낮은 가구가 남는 계층별 분리와 공간적 불평등이 강화된다. 국가적으로는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줄었다고 평가할지 몰라도, 한 지역 안에서는 새로운 불평등의 지도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9.19 기후정의행진, 불평등을 키우는 메가프로젝트 폭주에 맞서자
어떤 기업이 들어왔는지, 지역내총생산(GRDP)이 얼마나 늘었는지, 땅값이 얼마나 상승했는지가 지역균형발전의 성과를 표시하는 행정지표가 될지 몰라도, 지역 주민의 삶을 나아지게 만들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래서 '지역이 발전하는가'라는 질문만으로는 부족하다. 국가의 새로운 성장 엔진을 돌리기 위해 누군가의 농지와 일터, 삶터가 밀려나고 막대한 전기와 용수 등 생태계가 비용을 대신 치른다면, 그것을 '지역발전'이나 '성장'이라고 할 수 없다.
이러한 성장 논리는 기후·생태와 공간을 동시에 강탈하며 이루어지는 성장이다. 누구를 위한 성장이고, 그 성장의 비용은 누가 부담하는가의 질문이, '황금시대'라는 금빛 메가프로젝트 속도전에 앞서 던져야 할 질문이다.
3대 메가프로젝트의 개발 폭주에 맞선 9.19 기후정의행진은 기후정의를 위한 행진인 동시에 공간의 강탈에 저항하는 행진이다. 지역이라는 공간의 강탈, 농지와 일터의 강탈, 도시 삶터의 강탈 등 공간을 빼앗기고 밀려나는 사람들의 편에 서는 행진, 지금 우리 삶의 공간에서 마주하는 빈곤과 불평등, 차별에 맞서 기후정의의 목소리로 질문하는 행진을 열어가자. 지구를 불태우는 폭주를 멈춰 세우기 위해 행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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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프로젝트로 황금시대? 속도전에 가려진 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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