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권보호는 곧 학교보호’를 주제로 의견을 적는 학생들.
송민규
과잉인가, 안전망인가
물론 우려도 있다. 최근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충남 교권보호관을 둘러싼 '과잉 행정' 논란이 불거졌다. 많은 인력이 투입되고 학교의 갈등이 지나치게 사법적인 문제로 다뤄질 수 있다는 지적과 학생의 상실감·소외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담겼다.
[관련기사]
충남교육청 '교권보호관' 과잉 행정 논란 https://omn.kr/2jjjv
다만 교권보호 체계를 조직의 크기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현장에는 사안을 조사하고, 갈등을 조정하고, 법률과 심리를 지원할 사람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교사가 필요한 순간 도움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지다. 앞서 언급한 <경향신문> 보도에서도 전문가들은 전담조직과 함께 전문인력, 예산, 예방교육, 기존 조직과의 역할 구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학교에서는 수업 중 갈등이 생겨도 함께 판단할 사람이 없었고, 일이 커지면 민원과 법적 대응까지 교사가 혼자 감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환경에서 누가 적극적으로 생활지도를 하고 교육적 판단의 부담을 감수하겠는가. 어떤 형태든 현장의 지원 체계가 있어야 수업도, 생활지도도 지속될 수 있다.
교사에게 필요한 것은 정당한 교육활동을 위한 안전망이다. 제도가 과도한지는 운영 과정에서 따져도 늦지 않다. 먼저 볼 것은 이 체계가 교사가 수업과 생활지도를 이어갈 수 있도록 실제로 작동하는가 하는 점이다.
사건이 되어야 보이는 학교
교육 관련 사회면 기사를 보다 보면 학교는 주로 문제가 생긴 뒤 가시화되는 경우가 많다. 교사가 다쳤거나, 학생의 권리가 침해됐거나, 민원이 분쟁으로 된 뒤에야 학교 이야기가 기사 속으로 들어온다. 물론 이런 사건은 반드시 보도돼야 한다. 다만 사건만 따라가다 보면 학교는 쉽게 가해자와 피해자가 맞서는 공간으로만 보일지도 모른다.
교육을 다루는 기사에는 사건을 전달하는 것 이상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학교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어떤 제도가 왜 필요한지, 교사와 학생이 그 안에서 어떤 역할과 책임을 지는지까지 읽어야 한다. 숫자 하나도 의미와 맥락을 놓치면 전혀 다른 기사가 된다.
학교의 하루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수업이 잘 흘러가는 날도 있고, 한 학생의 어려움 때문에 수업의 흐름을 잠시 멈춰야 하는 날도 있다. 생활지도를 하고, 이야기를 듣고, 때로는 갈등을 조정하면서 하루가 지나간다. 그래도 다음 날이면 학생들은 다시 교실에 오고 교사는 다시 그 아이들을 만난다. 갈등과 화해, 지도와 배움이 끊임없이 교차하고, 그 관계 속에서 다시 가르치고 배우는 곳이 학교다.
그래서 학교를 다루는 뉴스도 사건이 벌어진 한 장면에서만 멈추지 않았으면 한다. 그 앞에 어떤 교육이 있었고, 그 뒤에 학교가 어떻게 다시 이어지는지까지 볼 수 있어야 한다.
다시, 교육현장으로
그날 학생이 수업 도중 교실을 뛰쳐나갔을 때 내게 필요했던 것은, 학생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교사의 권한이 아니었다. 다만 함께 판단할 사람과 절차 그리고 만약 의사 전달이 잘못되거나 갈등 상황이 발생했을 때 모든 책임을 혼자 떠안지 않아도 되는 준비된 체계였다.
지금의 교권 보호 관련 행정 체계가 그런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한다. 교사가 민원과 분쟁을 두려워해 생활지도를 포기하지 않도록 하고, 수업과 관계 회복에 다시 힘을 쓸 수 있게 만드는 일이다. 교권 보호의 목적은 교사가 다시 제대로 가르칠 수 있게 만드는 데 있다.
전국의 여러 교육청이 이제 각자의 제도로 답하기 시작했다. 정책은 이미 '교권과 학생 인권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한가'를 넘어 '교사를 어떻게 보호하고 교육활동을 어떻게 지속시킬 것인가'로 움직이고 있다. 사회의 논쟁도 그다음 단계로 넘어갈 필요가 있다.
9월 1일, 오늘부터 새로운 제도가 교육 현장에서 작동한다. 과잉인지 안전망인지는 운영을 통해 확인하면 된다. 교사가 필요한 순간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그 지원이 수업과 생활지도를 이어가게 하는지, 학생의 말과 권리도 함께 지켜지는지를 봐야 한다.
우리가 기대하는 모습은 복잡하지 않다. 아이들은 즐겁게 배우고, 교사들은 가르칠 힘을 얻는 교실이다. 교권이 보호되는 학교와 학생 인권이 존중되는 학교는 서로 다른 학교일 이유가 없다. 앞으로 우리가 확인할 것은 이 제도가 학교를 제대로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곳으로 바꾸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4
No child left behind.
교육의 희망과 미래를 믿습니다.
교육정책을 살펴보고 교육소식을 기록하는 중등교사입니다.
공유하기
"선생님, 그거 교권침해예요" 아이들이 먼저 말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