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부족으로 재난사태까지 불러왔던 2025년 강릉시 프래카드
진재중
히말라야에서 벌어진 재난
그 질문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 사건이 최근 네팔에서 발생했다.
8월 26일 네팔 히말라야에서 빙하 붕괴와 연계된 대규모 홍수가 발생했다. 빙하와 암석, 토석이 한꺼번에 계곡으로 쏟아지면서 강물이 급격히 불어났고 마을과 도로, 교량, 수력발전시설 등이 피해를 입었다.
더 큰 문제는 재난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빙하호가 추가로 범람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또 다른 홍수 위험이 이어졌다. 자연재난의 무서움은 여기에 있다. 사람이 예상한 범위를 넘어서는 순간, 재난은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네팔의 참사를 바라보며 주목하게 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위험을 얼마나 빨리 발견하고, 그 정보를 얼마나 신속하게 전달하며, 사람들이 실제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할 것인가.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재난 자체를 없앨 수는 없다. 그러나 피해를 줄일 기회는 만들 수 있다. 그 기회를 만드는 핵심이 바로 관측과 정보, 그리고 조기경보다.
24년 전과 달라진 것들

▲ 27일(현지시간) 돌발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한 후 네팔과 중국 티베트 자치구 국경 지역에 형성된 댐 호수를 보여주는 위성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2002년 루사 당시와 지금은 재난을 바라보는 환경도 크게 달라졌다.
당시 시민들이 접할 수 있는 정보는 제한적이었다. 지금은 휴대전화로 긴급재난문자를 받고, 기상레이더와 위성영상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하천 수위와 저수율도 확인할 수 있다. CCTV와 드론, 인공지능 등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위험지역을 감시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했다고 해서 재난 대응이 자동으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정보가 있어도 제때 전달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경보가 있어도 시민이 이해하지 못하면 대피로 이어지지 않는다. 대피 명령이 내려져도 실제 대피할 장소와 교통수단,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준비돼 있지 않다면 피해를 줄이기 어렵다. 결국 재난 대응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 전체가 움직이는 시스템의 문제다.
강릉은 무엇을 준비했는가

▲ 가뭄 재난사태로 전굳ㄱ의 소방차와 군부대 트럭까지 동원, 오저수지에 물공급하는 장면(2025/8)
진재중
24년 전 루사는 강릉에 거대한 교훈을 남겼다.
하천 주변과 저지대의 위험성을 확인했고, 산사태와 침수에 대한 대응 필요성도 경험했다. 지난해 가뭄은 또 다른 교훈을 남겼다. 물이 부족해지는 순간 도시의 일상이 얼마나 빠르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그렇다면 이제 물어야 한다.
그 두 번의 경험 이후 강릉의 재난 대응 체계는 얼마나 달라졌는가. 저수지가 다시 바닥을 드러낼 경우 어떤 순서로 대응할 것인가. 기록적인 폭우가 내릴 경우 어느 지역부터 주민을 대피시킬 것인가. 산불과 폭우가 연이어 발생하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바다에서 이상징후가 발생하거나 연안지역에 대형 재난이 발생했을 때 시민들에게 어떻게 알릴 것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위험을 감지한 순간부터 시민들이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기까지의 시간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는 것이다.

▲ 바닦을 드러냈던 오봉저수지(2025/8)
진재중
다시 8월 31일
2002년 8월 31일 강릉에는 870.5㎜의 비가 쏟아졌다. 2025년 8월 30일에는 물 부족으로 재난사태가 선포됐다. 그리고 2026년 8월, 히말라야에서는 빙하와 암석, 물이 한꺼번에 계곡을 휩쓸었다.
서로 다른 장소에서 벌어진 재난이지만, 그 장면들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변화를 보여준다. 과거에는 예외적이라고 여겼던 극단적인 기상현상이 이제는 언제든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24년 전 강릉의 870.5㎜는 여전히 기록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기록이 깨지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그날의 경험이 오늘의 강릉에 무엇을 남겼느냐는 것이다.
재난은 지나가지만 그 흔적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침수됐던 길과 무너졌던 삶, 바닥을 드러냈던 저수지는 다음 재난을 대비하기 위한 기억이 되어야 한다.
네팔의 빙하호 참사 역시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재난이 얼마나 갑작스럽게 현실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
24년 전 오늘을 기억한다는 것은 과거의 피해를 되새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다가올 재난의 모습을 상상하고, 지금의 도시를 다시 살펴보는 일이다.
870.5㎜의 비가 내렸던 강릉, 물이 말라 재난사태를 선포했던 강릉. 그 사이 24년이 흘렀다.
이제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기록을 기다리는 일이 아니다. 과거의 재난을 기억하고, 아직 오지 않은 재난을 준비하는 것. 2026년 8월 31일, 우리가 24년 전 강릉을 다시 돌아보는 이유다.

▲ 최악의 물부족으로 바닦을 드러낸 오봉저수지(2025/8)
진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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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재난 보고 떠오른 '24년 전 강릉'... 우린 얼마나 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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