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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산의 자랑이지요" 소설의 모티브가 된 '명인'

    [인터뷰] 고 장금도 명인 삶 모티브로 장편소설 <벚꽃> 출간한 김은 작가

    등록 2026.08.31 15:09수정 2026.08.3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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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지난 25일, 전북특별자치도 군산시 월명동에 자리한 월명서가(독립서점 겸 출판사)를 찾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은은한 책 냄새가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서가에 비치된 다양한 그림과 공예품들이 수천 권의 장서와 조화를 이룬다.

    군산 월명동은 일제강점기 일본인 거주 지역으로 광복 81년이 지난 지금도 일본식 가옥인 장옥(나가야)과 정옥(마찌야), 대규모 저택 등이 곳곳에서 발견되는 동네다. 레트로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창밖 풍경이 학창 시절(1960~1970년대)로 추억 여행을 떠나게 한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재즈 음악을 감상하며 잠시 나만의 사색에 잠겨본다.


    작품 속에 깃든 군산

     자신의 책에 사인하는 김 은 작가
    ▲ 자신의 책에 사인하는 김 은 작가 조종안

    김은 작가(월명서가 대표)가 반갑게 맞는다. 그는 군산이 고향으로 1980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유학을 떠났다가 20년 만에 돌아와 소설, 에세이, 문학비평 등 경계를 넘나들며 글을 써왔다. 재즈와 철학, 문학과 영화 등을 통해 사유를 확장하고, 군산의 골목과 역사를 문학의 뿌리로 삼았단다. 오랫동안 객지 생활하면서 고향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다는 것. 그래서 그런지 그의 작품에는 군산의 지명이 자주 등장한다.

    김 작가는 자신의 글과 책이 태어나는 공간을 마련하고자 8월 초 '월명서가'를 열고, 일곱 권의 책을 펴냈다. 그가 심혈을 기울여 집필한 책은 군산 기생, 송금수의 삶을 소재로 쓴 <벚꽃>, 쌍천 이영춘 박사를 모델로 한 <영원한 봄>, 단편 선집 <낮은E현의 비상>, 군산의 풍경을 담은 <재즈, 사유의 즉흥연주>1·2권, 성장 동화소설 <붉은마음과 푸른 눈>, 세 여성의 이야기를 엮은 중편 <혜성의 똥> 등. 김 작가는 모두 자식 같은 존재들이라며 미소 짓는다.

    그중 <벚꽃>은 장편소설 데뷔작이다. 2012년에 초고 집필 시작부터 2026년 초 고쳐쓰기(퇴고)까지 장장 14년 만에 완성 했단다. 1부는 2년여 만에 끝냈으나 2부는 자료가 없어 터덕대다 2016년경 영화 <아메리카 타운> 촬영팀에게 밥을 해주면서 전수일 감독과 음악과 영화 중심의 대화를 나눴고, 그때 영감을 얻어 2부는 영화를 찍는 것처럼 쓰자고 마음먹었다는 것.

    '장금도 명인'의 삶을 모티브로


     장금도 명인의 민살풀이 시범 모습(2016년 3월)
    ▲ 장금도 명인의 민살풀이 시범 모습(2016년 3월) 조종안

    김 작가는 퇴고 과정에서 고 장금도(1928~2019) 명인의 삶을 모티브로 작품을 완성하게 된다. 장 명인은 군산 소화권번 출신 기생으로 국내 유일의 민살풀이(수건 없이 추는 살풀이춤) 전승자였다. 1985년에는 <한국일보사>가 발행한 <한국의 명무(名舞)>(1985)에 실렸으며, 2016년 7월 군산시 향토문화유산 제20호로 지정됐다.

    2016년 3월 26일 군산시 해망로에 자리한 장미공연장에서 열린 <군산의 마지막 예기 장금도의 춤 재발견> 등 다양한 공연과 다큐(<기생, 꽃의 고백>(2018), <기생은 기생이 아니다>(2023)를 지켜본 김 작가는 <벚꽃> 프롤로그에서 집필 내내 주인공 금수의 손을 잡고 있었고, 그녀가 울 때 함께 울었으며, 그녀가 춤출 때는 잠시 숨을 멈췄다고 감회를 전했다.


    "2016년 봄 공연 때, 장금도 선생님의 춤(민살풀이 시범)을 보면서 눈물을 참느라 혼났습니다. 당시 구순을 앞두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장 선생님은 한 시대를 춤으로 풍미했던 예인이었지요. 지난한 삶 속에서도 예인의 자존심을 지켜내며 서울 국립극장 <명무전>(1983)을 비롯해 다양한 중앙무대에 초대되었고, 프랑스, 일본 등으로 초청공연도 다녀왔다고 들었습니다. 군산의 자랑이 아닐 수 없지요."

    김 작가는 "소설에서 금수는 기생이자 예인으로, 여성으로, 어머니로, 시대의 희생자로 다층적인 삶을 살아낸 인물이자 인간 존재의 복잡성과 비극을 가장 입체적으로 드러내는 인물로 등장한다"라며 "열여섯 나이에 기생이 되어 춤과 소리에 '조선의 혼과 얼'을 담으려 노력했던 한 예인으로 온갖 고난과 상실을 견뎌낸 여성으로 묘사했다"라고 덧붙였다.

    소설 제목을 '벚꽃'으로 정한 이유

     책표지
    ▲ 책표지 월명서가

    소설은 1부(째보선창~해방까지)와 2부(하얀 가면~심즉리까지)로 구성됐으며, 일제강점기-해방정국-한국전쟁-냉전 시대에 이르기까지 한 여인의 개인사가 격동기 현대사와 포개지는 과정을 따라간다. 작가가 나고 자란 '상평 해평리' 풍경과 째보선창, 해망동, 양키시장, 월명동, 콩나물고개 등 실제 군산 지명들이 곳곳에 살아 숨 쉰다. 일본인 대농장주 구마모토가 지은 이영춘 가옥(전라북도 유형문화유산 제200호)은 구로즈미 별장으로 등장해서 눈길을 끈다.

    소설은 일제강점기 북적이던 째보선창(죽성포구) 풍경에서 시작된다. 금수는 권번에서 조선의 춤과 노래를 갈고 닦은 기생으로 살아가지만, 시대는 그녀를 가만두지 않는다. 이야기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하얀 가면의 사내, 일본인 갠조와의 인연, 해방과 함께 찾아온 이별, 전쟁이 휩쓴 째보선창과 해망동, 휴전 이후 양키시장과 월명동 등 격동의 시대를 거치면서 이어진다.

    금수의 직업은 기생이지만, 단순히 생계를 위한 수단이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을 '예인(藝人)'으로 규정하며 춤과 소리에 자존심을 건 인물이다. 그녀는 시대의 폭력과 권력의 음모 속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면서도, 끝내 예술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 노력한다. 금수에게 춤과 소리는 단순한 밥벌이가 아니라 '조선의 혼과 예술'을 담아내는 예술이었던 것. 이는 그녀가 살아가는 이유이자 자신을 스스로 지탱하는 힘이었다.

    "주인공 금수는 권번 졸업 시험에서 소리와 춤 모두 수석을 차지하죠. 그러나 그녀의 길은 그날부터 운명처럼 정해지게 됩니다. 처음, 이 인물을 구상할 때부터 다짐한 게 하나 있었습니다. 기생이라는 신분을 흥밋거리로 다루지 않겠다는 것이었죠. 금수는 의식 있는 예인이었으니까요. 시대가 그녀를 어떤 자리에 앉혔든, 그녀가 지키려 했던 것은 '뜨거운 예술혼'이었던 것입니다."

    이어 김 작가는 소설을 기획한 의도에 대해 "한 여성의 삶을 통해 역사와 개인의 교차를 보여주려는 데 있다. 사회적 낙인 속에서도 예인으로서 자존심을 지키려는 금수의 삶을 통해 여성의 주체성과 목소리를 드러내려 했으며, 벚꽃처럼 덧없이 흩날리는 삶을 통해 아름다움과 비극이 교차하는 인간사의 본질을 탐구하려는 비극적 미학을 담아냈다"라며 제목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꽃은 피기 위해 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벚꽃'은 핀 순간 이미 지고 있지요. 그 덧없음이 오히려 눈부시고, 그 짧음이 오히려 오래 기억됩니다. 소설 주인공 금수의 삶이 그러했지요. 그래서 제목도 <벚꽃>으로 정했습니다."

    벚꽃

    김은 (지은이),
    월명서가, 2026


    #김은 #벚꽃 #장편소설 #기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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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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