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양우체국 한 편에는 지역 주민들의 금융 편의를 위해 4대 시중 은행의 대출을 대행하는 업무가 이뤄지고 있다. 정선경 금융팀장이 27일 오후 우체국을 찾은 고객에게 대출 상품을 안내하고 있다.
유창재
단양우체국 1층 은행 업무 담당 창구로 가니 정선경(43) 금융팀장이 고객 대응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정 팀장은 17년 차 베테랑 우체국 직원이지만, 대출 업무는 그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예금 상품은 고객님께서 여윳돈이 생기면 언제든 찾아오지만, 대출은 꼭 필요한 상황이 생겨야 찾아오십니다. 지금 시작한 지 한 달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대출을 받으신 분은 두 명 정도고, 문의는 여섯 일곱 번 들어왔어요. 단순 문의에 그치더라도 4대 은행 대출 대리점 역할을 해드리고 있다고 안내해 드립니다."
정 팀장은 우체국 대리 업무의 가장 큰 장점으로 '금리 경쟁력'과 '오프라인(현장) 접근성'을 꼽았다.
"우량 고객 기준으로 따져보면 현재 지역 새마을금고나 신협, 단위농협보다는 저렴한 대출을 할 수 있어요. 핸드폰으로 (온라인)대출 신청을 하기 부담스러운 고령층이나 직장인의 경우 신분증과 재직증명서만 챙겨 오시면, 한 번에 4개 은행의 금리를 비교해 볼 수 있다는 점은 확실한 이점입니다."
이날 마침 실제 대출을 받기 위해 창구를 찾은 주민 김명자(50)씨를 만날 수 있었다. 단양의 한 직장에 다니는 김씨는 운동을 함께하는 우체국 직원으로부터 소개를 받아 이곳을 찾았다.
정 팀장은 김씨에게 4개 은행의 상품과 금리, 대출 조건을 차례로 설명했다. 우체국에서는 고객의 신청을 받아 은행별 심사를 진행하고, 조건을 비교해 가장 유리한 상품을 안내한다. 대출심사와 승인, 사후관리는 해당 은행이 맡는다.
김씨는 "제천까지 가서 은행을 하나씩 방문하지 않고 한자리에서 여러 은행을 비교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요즘 온라인으로 대출을 많이 하지만, 저는 직접 대면해서 설명을 듣고 선택하는 게 더 믿음이 간다. 특히 우체이라는 곳에 대한 신뢰도 있어서 찾아오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류 작성 과정에서는 명확한 한계도 드러났다. 종이 서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김씨가 신용대출 조회를 위해 서명해야 한 횟수만 30번 가까이 작성해야 한다. 김씨는 "한곳에서 4개 은행을 비교하는 건 정말 좋은데, 은행별로 작성해야 하는 동의서가 너무 많아 서류 작업이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정 팀장은 "공소법상 설명 의무 이행과 서면 확인 때문에 시간이 꽤 소요되고, 4개 은행 각각 작성해야 하는 서식에 따라 30번가량 서명이 필요하다"면서 "올해 말이나 2027년 초 전자 서식 변환 등이 도입되면 서명 같은 게 좀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은행별 동의 내용을 추려서 공통되는 것은 한 번만 체크하는 방식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현재 대출 신청부터 실행까지는 통상 수일이 걸린다. 은행이 심사 결과와 금리·한도 등을 우체국에 전달하고 고객이 상품을 선택한 뒤 약정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단양처럼 고령층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는 이런 '대면 금융'의 의미가 더 크다.
지역화폐 결제 수단 활성화 등 '지역 밀착형' 금융 체질 개선도

▲ 단양우체국 한 편에는 지역 주민들의 금융 편의를 위해 4대 시중 은행대출업무 대행 창구가 마련돼 있다.
유창재
우정사업본부가 4대 시중은행과 은행대리업 업무협약을 맺고 시범사업에 나선 것은 고령층과 농어촌 등 금융서비스 소외지역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현재 단양을 비롯해 청양·태안·괴산, 고성·창녕·하동, 구례·담양·영광·함평 등 전국 20개 군 단위 총괄우체국에서 시범운영 중이다.
이처럼 대출 대리업무가 정착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단양우체국은 지역화폐 발행 사업 참여를 통해 인구 감소와 금융 거래 감소라는 위기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단양우체국이 적극 참여하고 있는 '단양사랑상품권' 체크카드 발행 사업의 누적 사용액은 현재 23억8000만 원에 달한다. 2021년 1억6000만 원 수준이던 연간 사용액은 2025년 5억8000만 원으로 약 260%나 급증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체크카드 사용액 점유율이 30% 이내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일회성 발급을 넘어 지역 주민들의 일상 속 실질적인 결제 수단으로 확실히 자리잡았다"고 전했다.
시중은행의 철수로 금융 소외가 심화되는 가운데, 단양우체국은 대출 대리업무 시범운영과 지역화폐 활성화라는 투트랙(이원화)으로 지역 금융의 버팀목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시스템 개선과 서비스 확대를 위한 목소리가 꾸준히 나온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은행대리업무) 시범운영 소식이 알려지자 연평도나 백령도 같은 도서 지역에서도 '왜 우리 지역은 뺐냐'는 민원이 들어온다"며 "시스템이 정착되면 지방 산간·도서 지역으로 더 늘어날 여지가 있다"고 전했다.
시범사업 넘어 '금융 사각지대' 온기 전할 수 있을까
정선경 팀장 등 2명의 담당 직원이 봉사하는 마음으로 지켜내고 있는 단양우체국 신용대출 창구. 시스템 전산화와 홍보 부족 등 과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시중은행이 떠나간 자리를 메우며 지역 주민의 금융서비스 접근성을 높이며 삶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고자 한다.
현장에서 본 우체국 도전은 아직 시작 단계다. 고령화와 인구감소라는 지역 현실을 넘어 실제 이용자를 얼마나 늘릴 수 있을까. 이날 대출 상담을 마친 김씨처럼 "멀리 가지 않고 한자리에서 비교할 수 있다"는 경험이 쌓인다면, 한적한 읍내 우체국 창구가 지역 주민들에게 새로운 금융 창구로 자리 잡을 가능성은 열려 있다.

▲ 지난 8월 27일 오후 찾아간 충북 단양군 단양읍에 있는 단양우체국. 이곳 우체국 담벼락에는 오랜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벽화들이 그려져 있다.
유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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