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로 전소된 자동차 정비소, 빚 지더라도 다시 시작한 이유는..."

작은 공동체가 북돋은 의지, 이제는 더 큰 공동체의 관심이 필요할 때

등록 2026.09.02 10:58수정 2026.09.02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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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장하던 날 기분이 어떠셨어요? 그래도 새로 시작하니 기쁘지 않았습니까?"

올해 2월 화재로 전소된 자동차 정비소를 6개월 만에 다시 연 A씨에게 물었다. 그는 팔다리와 얼굴에 화상을 입었고, 오랜 세월 일궈온 삶의 기반도 잃었다.

가족과 동료들의 격려 속에서 긴 치료와 공사를 견뎌 다시 간판을 내걸었다. 그러나 정비소는 복구됐어도 화재가 남긴 부채와 불투명한 산업의 미래까지 복구된 것은 아니었다.

"솔직히 희망적이지만은 않았어요. 그만하고 싶은 게 실제 마음인데, 그럴 수는 없었던 거죠."

전소된 정비소 실화로 모 브랜드 자동차 보증수리 정비소가 전소되었다.
▲전소된 정비소 실화로 모 브랜드 자동차 보증수리 정비소가 전소되었다. 인터뷰이 페이스북

빚을 다 갚자마자 찾아온 화재

A씨는 자동차 정비기술자로 출발해 정비업체 사장이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오랜 노력 끝에 화재 직전 사업 대출을 모두 갚고 주택담보대출 일부만 남겨둔 상태였다.

그러나 직원의 실수로 발생한 화재가 그동안의 성과를 집어삼켰다. 추산 피해액은 약 13억 원, 보험금은 약 3억 원이었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노란우산공제를 통해 대출받고 가족에게도 돈을 빌렸다. 오랜 시간 갚아온 빚이 더 큰 규모로 돌아온 것이다.


그런데 그는 실수로 화재를 일으킨 직원을 해고하거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그 직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라고 하죠. 그런데 그런다고 제 상황이 나아질 것도 없어요. 그 친구만 많이 힘들어질 거고요."


인간적인 연민만 작용한 것은 아니었다. 구인난이라는 현실도 그를 붙잡았다.

"요즘은 일 잘하는 사람은커녕 못하는 사람도 구하기 힘들어요. 자동차 정비를 하겠다는 사람이 없어요."

두 사람은 지금도 같은 일터에 있다. 쇠퇴하는 산업의 구인난이 만든 역설이다.

폐업한 정비소의 '장기'를 이식받다

A씨가 재건할 수 있었던 데에는 또 다른 역설이 있었다. 주변 정비소의 폐업으로 중고 장비와 부품이 쏟아진 것이다.

사업장 일대에는 같은 브랜드 서비스센터가 과거 20곳 가까이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사라졌다고 했다. 덕분에 계약이 끝난 정비소나 이전하는 사업소에서 차량 리프트를 비롯한 장비와 부품, 사무 집기를 싼값에 가져올 수 있었다.

"새로 사려면 수억 원이 들 장비를 몇 천만 원에 가져왔어요. 문 닫은 정비소들에서 장기 이식을 받은 거죠."

먼저 쓰러진 정비소의 장비로 마지막 한 곳이 살아남는 현실.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란 합리화 뒤에서, 누군가의 일터와 숙련, 가족의 생계가 사라지고 있었다.

전기차 시대, 열 곳 중 한 곳만 남을 것

그는 자신이 몸담아온 자동차 보증수리 정비업을 주저 없이 '하향 산업'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다시 문을 연 것은 주변 서비스점 대부분이 사라진 만큼 자신은 버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판단에서였다.

"전기차 시대가 되면 정비소 열 곳 중 한 곳만 살아남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주변 서비스센터들이 없어지더니 어느덧 나만 남은 거죠."

그가 마주한 것은 '함께 성장'이라는 따듯한 희망이 아니라 '최후의 한 곳'이라는 냉정한 계산이었다.

전기차 전환은 단순한 차종 변경이 아니다. 내연기관 정비 수요와 기존 숙련기술의 가치가 함께 줄어드는 산업 재편이다.

A 씨에 따르면 전기차 기술을 배우는 청년들의 목표도 대부분 완성차 제조사 취업이다. 개인 정비소의 낮은 임금과 노동환경에 더해 기술과 일터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까지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들어오지 않으니 숙련기술자는 귀해지고, 가뜩이나 어려운 경영 환경에 구인난까지 더해진 개인 정비소는 문을 닫는다. 더욱이 남은 곳에 일감이 모여도 미래를 확신하지 못한다. 이들에 제시된 이정표가 여전히 없기 때문이다.

재난 뒤 그를 일으킨 공동체

화재 사고 후 가장 힘들게 한 것은 소득이 끊겨도 계속 발생하는 고정비용이었다. 임대료 일부를 감면받고 직원 급여도 줄였지만 임대료와 인건비는 쌓였다.

"이런 재난이 생기면 임차료와 직원 월급만이라도 '사회안전망'에서 보호해주면 안 될까요? 그것 때문에 정말 힘들었어요."

재건 기간 발생한 임차료와 인건비만 1억 8000만 원에서 2억 원가량이었다고 한다. 그나마 A씨는 불행 중 다행으로 주변의 도움으로 작지만 임시 안전망이 만들어졌다. 같은 브랜드 정비사업자들은 성금을 모았고, 지역 단위 협회와 동료들은 폐업 사업장의 장비를 구하도록 도왔다. 본사도 이전하는 직영 사업소의 물품을 저렴하게 인수하도록 했다.

이처럼 그에게 재기의 디딤돌을 만들어 준 것은 공동체였다. 개인 재난에도 사회 공동체라는 안전망이 필요하듯, 개인이 거스를 수 없는 산업 전환에는 국가라는 더 큰 공동체의 역할이 필요하다.

그만둘 자유마저 잃은 사람들

그에게 닥친 이번 화재와 자동차 정비업의 쇠퇴는 완전히 별개의 사건이다. 그러나 전기차 전환과 구인난은 그가 평생 몸담은 업계의 기반을 서서히 좁히며 입지를 불안하게 해왔다. 설상가상으로 불현듯 찾아 온 화재는 한순간에 그가 그동안 이룬 성과는 물론, 간신히 지켜온 미래까지 무너뜨릴 뻔했다.

화재 뒤 다시 문을 연 정비소는 겉으로는 재기의 현장이었다. 그러나 그 셔터를 밀어 올린 힘은 희망보다 부채에 가까웠다.

"피해가 2억, 3억 원 정도였다면 사업을 접었을 거예요. 그런데 빚이 너무 커졌어요. 사업이 계속 돌아가야 그걸 갚을 수 있겠더라고요. 노동자 소득으로는 어림도 없죠. 병원에 누워서 생각했어요. 빚을 지더라도 다시 해야 사는 길이라고."

우리는 자영업자를 독립적인 경제주체라고 부르며 전망이 없으면 폐업하면 된다고 쉽게 말한다. 그러나 현실의 자영업자는 대출과 계약, 가족의 생계, 오랫동안 쌓은 기술과 나이에 묶여 있다. 따라서 손해가 너무 커지면 오히려 떠날 수 없는 역설도 생긴다.

산업 전환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준비할 시간도, 이동할 선택지도 없이 좌충우돌 속절없이 떠밀려 나가기도 한다. 우리는 혼자 살 수 없기에 국가라는 공동체 속에서 서로 기대어 살아간다. 따라서 공동체는 자신의 존속을 위해서라도 구성원들의 안전한 삶을 배려할 의무가 따른다.

그런 의미에서 국가는 성장산업으로 가는 바른 길도 제시해야 하지만, 쇠퇴하는 산업에 남은 사람들의 연착륙을 위한 노력 또한 필요하다.

현재, AI가 촉발한 반도체와 그 주변 산업 앞에는 수많은 미래 청사진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쇠퇴하는 산업에서 밀려나는 사람들에는 나침반조차 주어지지 않은 상태다. 넘치는 자본과 노동의 종말이 거론되는 요즘, 우리 사회는 서둘러 이들에 대한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하여야 하지 않을까 한다.

여담이지만, 글을 정리하던 중 이번에 개봉한 거장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도그스타 : 마지막 희망>의 장면 하나가 떠올랐다. 신종 전염병에 의한 문명의 종말로 '각자도생'을 맞이한 지구촌 생존자들, 타인에 호의를 베풀지 말라는 해병대 출신 노인의 말에 '정비공' 출신의 젊은 주인공은 이런 말로 맞선다.

"인간은 그렇게 살 수 없습니다."
#화재 #자동차정비업 #전기차 #산업전환 #구인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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