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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르신들 몰리는 고군산섬잇길, 이걸 모르고 가면 낭패

    임시 개통한 코스 다녀보니... 가파른 계단과 급경사 구간 탐방객 안전 특별히 신경 써야

    등록 2026.09.03 11:44수정 2026.09.03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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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도구렁이전망대에서 바라본 고군산섬잇길
    ▲ 명도구렁이전망대에서 바라본 고군산섬잇길 양진형

    전북 군산 고군산군도 외곽의 방축도~명도~말도 등 5개 섬을 4개의 해상 인도교로 연결한 바닷길이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사방으로 펼쳐진 서해 푸른 바다를 보면서 걷는 총길이 8.64km의 해상 트레일, 이른바 '고군산섬잇길'이다. 섬과 섬을 잇는 인도교를 따라 자연경관과 지질 유산, 섬마을의 전설과 만나는 이 길은 지난 8월 8일 임시 개통했다.

    여객선 객실엔 70대 고령층 수두룩한데


    소문은 순식간에 퍼져나가 전국 각지의 산악회와 트레커들이 구름처럼 몰려들고 있다. 주말이면 한국해운조합 여객선 예약 사이트의 배편이 일찌감치 매진을 기록한다. 코스는 방축도에서 말도까지 이어지는 종주 코스와 각 섬을 중심으로 한 가족형 원점회귀 코스 3개로 구성되어 있다.

     방축에서 트레킹을 시작하는 트레커들
    ▲ 방축에서 트레킹을 시작하는 트레커들 양진형

    8월 30일 오전 11시, 군산시 옥도면 장자도 선착장에서 출발하는 여객선에 올랐다. 일기예보상 오후 1~2시 사이 소나기가 예보되어 있어 우비와 우산을 챙겼다. 정원 178명의 여객선 객실은 만석이었다. 그런데 눈에 띄는 것은 승객의 연령대로, 약 60% 이상이 70대 이상의 고령층이다.

    기자 옆자리에 앉은 대전 출신의 70대 여성은 "여객선비와 식대 포함 5만 원을 내고 아침에 산악회를 따라왔다. 평소엔 산사(山寺) 투어를 주로 다닌다"고 전한다. 하지만 일행 중 누군가가 "고군산섬잇길은 바위를 가로지르는 계단이 참 많다"고 알려주자 내심 불안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여객선에서 바라본 고군산군도 대장도(우측)와 선유도(가운데)
    ▲ 여객선에서 바라본 고군산군도 대장도(우측)와 선유도(가운데) 양진형

    심지어 8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노년층도 여럿 보였다. 최근 폭염 속에서 섬잇길을 걷다가 온열질환 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것을 염두에 둔 것인지, 산악회 관계자는 이들에게는 8.64km 전체 완주보다는, 명도에서 내려 방축도나 말도 쪽으로 구간을 쪼개 걸어보는 트레킹할 것을 권한다.

    오랜 세월이 빚은 방축도 독립문바위… 500개 계단 넘는 광대도


    오전 11시 20분, 섬잇길의 동쪽 출발점인 방축도 선착장에 내리며 본격적인 트레킹을 시작했다. 마을에서 만난 40대 초반의 여성 주민에게 "요즘 외지 사람이 많이 찾아오느냐"고 묻자 "그렇다"는 답이 돌아온다. 이어 "관광객이 많이 몰리니 좋으시냐"고 재차 묻자, "별로…"라는 외마디를 남긴 채 갈길을 재촉한다. 최근 섬잇길 개통으로 몰려드는 관광객으로 인한 번잡함이 탐탁지 않은 모양이다.

     방축도 독립문바위. 그 너머로 고군산군도가 보인다
    ▲ 방축도 독립문바위. 그 너머로 고군산군도가 보인다 양진형

    방축도는 고군산군도 북서쪽에 자리해 주변 섬들을 외풍으로부터 막아주는 '천연 방파제' 역할을 하는 섬이다. 섬의 면적은 2.167㎢, 해안선 길이 6.5km로, 통일신라시대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했는데 당나라 상인들이 표류해 정착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방축도 최고의 명물인 독립문바위로 진입하는 전망 데크에는 군산시 소속 지질해설사 2명이 있다. 이들로부터 오랜 세월 파도와 바람의 침식 작용으로 형성된 독립문바위에 대한 설명을 흥미롭게 들은 뒤 무인도인 '광대도'로 향한다.

     방축도~광대도(무인도)를 연결하는 제4인도교
    ▲ 방축도~광대도(무인도)를 연결하는 제4인도교 양진형

    광대도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가파르다. 데크 계단은 족히 500여 개에 달했다. 광대도에는 동백나무가 울창해 겨울이나 이른 봄이면 붉은 동백꽃이 연등처럼 피어나는 곳이다. 광대도에서 명도로 내려가는 내리막 구간은 아찔함 그 자체다. 최근 조성된 계단의 경사는 족히 70도는 되어 보였다. 앞서가던 젊은 부부는 "계단이 너무 가파르다. 미끄러운 겨울철에는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겠다"며 조심조심 발자국을 옮긴다.

     광대도에서 제3인도교로 내려오는 급경사 구간
    ▲ 광대도에서 제3인도교로 내려오는 급경사 구간 양진형

    급경사를 지나 명도로 들어서는 인도교 초입에서 되돌아본 광대도의 암벽은 그야말로 억겁의 세월이 만들어낸 지질 예술의 극치였다. 임시 개통 중이긴 하지만 이토록 특이한 지질학적 자산을 안내해 주는 표지판 하나 없다는 점은 진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세월이 만들어 낸 걸작 광대도 습곡구조
    ▲ 세월이 만들어 낸 걸작 광대도 습곡구조 양진형

    가장 맑은 바다를 품은 명도… 썰물 때 열리는 '오누이 바닷길'의 신비

    명도는 면적 0.472㎢, 해안선 3.5km의 유인도로, 고군산도 섬 중 말도 바로 안쪽에 위치한다. 고군산군도의 수많은 섬 가운데 바닷물이 가장 맑다 하여 '명도(明島)'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마치 달과 해가 합쳐져 있는 것과 같이 깨끗하다는 것이다. 마을 선착장은 해발 108m 최고봉 아래 남쪽 기슭에 자리하고 있다.

     광대도에서 명도를 연결하는 제3인도교
    ▲ 광대도에서 명도를 연결하는 제3인도교 양진형

    섬잇길 명도 가족 코스(4.4km)는 해발 68m의 구렁이전망대를 중심으로 조성됐다. 명도 삶문화센터 앞 선착장에서 출발해 오진여 체험전망대까지 이어지는 원점회귀형 코스다. 산야초와 야생화가 풍부한 섬답게 트레킹로 주변에는 붉은 꽃무릇이 간간이 반긴다.

     제3인도교에서 바라본 고군산군도
    ▲ 제3인도교에서 바라본 고군산군도 양진형

    명도 오진여전망대에서는 파도가 깎아지른 기암괴석과 아득한 서해 수평선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이어 도착한 명도 서쪽 끝 전망대에서는 보농도와 말도를 연결하는 해상 인도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발치 아래로는 바닷물이 거친 물결을 형성하며, 흘러가는 '오누이 바닷길'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썰물 때면 말도~보농도 사이인 이곳에는 약 450m의 바닷길이 열리며 신비로운 풍경을 연출한다.

     명도 트레킹 길에 만난 나리꽃
    ▲ 명도 트레킹 길에 만난 나리꽃 양진형

    폭우 속 안개 뚫고 만난 110년 역사의 말도등대

    이제 제2 인도교를 지나, 해발 100여 m 인 보농도를 향해 오른다. 날씨가 흐린데도 불구하고,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다시 급경사를 내려와 제1교 인도교를 건너 마지막 섬인 말도로 향한다. 가늘게 내리던 가랑비가 이내 굵은 소나기로 변하더니, 마치 하늘에서 물동이로 쏟아붓듯이 폭우를 뿌린다.

     보농도(무인도)~명도를 연결하는 제1인도교
    ▲ 보농도(무인도)~명도를 연결하는 제1인도교 양진형

    말도(末島)는 면적 0.36㎢, 둘레 3km의 작은 섬으로, 고군산군도의 맨 끝에 위치해 '끝섬'이라 불린다. 말도로 오르는 길 또한 가파른 암벽 데크 길이다. 습곡 구조가 자리 잡은 말도 남동쪽 해안절벽 1만6,190㎡는 2009년 천연기념물 제501호로 지정됐다. 약 5억 7000만 년 전 형성된 지층이 거대한 파도처럼 휘어져 있는 모습은 지구의 오랜 역사를 눈앞에서 마주하는 감동을 준다. 무인도였던 말도는 조선 중엽 한양에서 심 판서라는 인물이 귀양을 오면서 유인도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천연기념물 제501호로 지정된 말도 남동쪽 해안절벽 습곡구조
    ▲ 천연기념물 제501호로 지정된 말도 남동쪽 해안절벽 습곡구조 양진형

    시멘트 임도를 지나 말도 서쪽 끝에 위치한 말도등대를 향하는 동안 어느새 폭우는 멈추고, 대신 시야는 안개로 자욱하다. 순간, "뚜 우~ 뚜 우~." 뱃길을 밝히는 저음의 음파음이 주기적으로 귓전에 울린다. 짙은 안갯속을 항해하는 선박들에게 주의를 알리는 말도등대의 '무적(霧笛)' 소리다.

     1909년에 세워진 말도등대
    ▲ 1909년에 세워진 말도등대 양진형

    말도는 예부터 황금어장이자 한양으로 향하는 주요 뱃길이었다. 일제는 호남평야의 미곡을 일본으로 반출하기 위해 1909년 이곳에 등대를 세웠다. 서쪽을 바라보며 절벽 끝에 우뚝 선 백색의 말도등대는 역사의 무게를 묵묵히 감당하고 있음인지 사뭇 위엄이 넘쳐 보인다.

     말도 신항과 목섬(가운데) 천년송
    ▲ 말도 신항과 목섬(가운데) 천년송 양진형

    등대를 뒤로하고, 새로 조성된 마을 선착장으로 내려와 목섬으로 향했다. 목섬 척박한 바위 위에는 '천년송'이라 불리는 소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는데 거친 해풍을 견디며 100년이 넘는 세월을 버텨낸 기개가 당당하다. 이곳에서 해안도로를 타고 말도마을로 돌아와 트레킹 종주를 마감한다.

    서해를 대표하는 해상 트레킹 명소로 본격 육성... 군산시의 과제

    군산시는 오는 10월 '고군산섬잇길' 정식 개통 기념행사를 열고, 이 트레일을 서해를 대표하는 해상 트레킹 명소로 육성할 계획이다. 정식 개통이 되면 전국에서 더 많은 인파가 밀려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다녀온 버 현장의 실상은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가벼운 '해상 둘레길'이나 '평지 산책로' 정도로 알고, 이곳을 찾아왔다가 체력 저하로 탈진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 이야기를 현장 안전요원에게 들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8일 임시 개통 이후 12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으며 특히 8월 25일에는 하루에만 온열질환자 5명이 발생해 응급조치 후 이송되었다고 전했다.

     8월 중순 온열질환자가 많이 발생한 보농도 급경사 구간
    ▲ 8월 중순 온열질환자가 많이 발생한 보농도 급경사 구간 양진형

    섬잇길은 해발 100m가 넘는 섬 산 5개를 오르내리는 '중상급' 난이도의 트레킹 코스다. 평지는 거의 없고, 해안 절벽과 정상을 오르내리는 가파른 계단과 급경사가 반복된다. 전체 구간 완주는 4~5시간 이상 소요되어 숙련된 등산객에게도 상당한 체력을 요구한다. 이러한 가운데 고군산섬잇길이 체류형 트레킹 명소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아래 사항들의 개선과 보완이 절실해 보인다.

     고군산섬잇길 안내도
    ▲ 고군산섬잇길 안내도 양진형

    첫째, 나이별·체력별 맞춤형 코스 안내 강화다. 구간별 전문 안전요원을 배치해 폭염이나 혹한기 노령층의 위험구간 트레킹 자제를 권고해야 한다.

    둘째, 안전 시설물 보완이다. 광대도 하산길 등 급경사 계단 구간에 안전장치를 대폭 보강해야 추락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명도에서 보농도로 향하는 급경사. 고군산도섬잇길에는 이런 구간이 10여 곳에 이른다
    ▲ 명도에서 보농도로 향하는 급경사. 고군산도섬잇길에는 이런 구간이 10여 곳에 이른다 양진형

    셋째, 편의시설 확충이다. 섬잇길 중간 지점인 명도 구렁이전설전망대(팔각정) 옆에 화장실과 음료 자판기 설치가 필요하다.

    넷째, 지질 해설 안내판 설치다. 세계적 가치를 지닌 지질명소마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명품 해설판이 설치되어야 한다.

     말도마을에서 말도등대 가는 해안 길
    ▲ 말도마을에서 말도등대 가는 해안 길 양진형

    다섯째, 주차요금 체계 개편이다. 섬잇길 출발지인 장자도 선착장 인근 주차비는 오전 첫 배로 나가 오후 막배로 돌아올 경우 1만 7000원에 달한다. 통영여객선터미널 공용주차장(1일 최대 5000원)처럼 체류형 섬 탐방객을 위한 주차요금 개선(사설 주차장인 경우, 입구에 요금 명기 등)이 필요하다.

     말도에서 장자도 가는 여객선
    ▲ 말도에서 장자도 가는 여객선 양진형
    덧붙이는 글 이런 과제들이 해결된다면 고군산섬잇길은 단순히 바다 위를 걷는 게 아니라, 5억 7천만 년 지구의 시간이 바다와 어우러져 빚어낸 웅장한 침묵을 몸으로 체감하며 가슴 깊이 마주하는 소중한 휴식처가 될 것이다. 이 기사는 한국섬뉴스에도 실립니다.
    #고군산섬잇길 #군산섬여행 #방축도 #말도 #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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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두대간과 100대 명산, 100섬 트레킹을 완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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