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도 안 되게 어렵지만 그럼에도 뭔가를 붙잡고 씨름할 수 있는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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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록님은 지금 어떤 책을 읽고 계신가요? 저는 요즘 장 폴 사르트르의 <구토>를 붙잡고 있어요. 글자는 읽히지만 무슨 말인지 몰라 아주 어쩔 줄 모르겠습니다. 사르트르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 사상은 비교적 잘 드러나 있는 반면, 중심 인물이 사르트르의 철학을 경험하는 과정에서의 사유가 매우 난해합니다. 그럼에도 이걸 붙잡고 씨름하고 있는 이유는요, 독후감을 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존재'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카뮈와 사르트르를 엮어 '같은 질문 다른 대답'이라는 독후감 모임을 기획했거든요. 말도 안 되게 어렵지만 그럼에도 뭔가를 붙잡고 씨름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가 싶기도 합니다.
어쩌면 어려운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악기를 하나 배우는 것과 같을지도 모르겠네요. 악기를 처음 배울 때는 귀에게 미안할 정도로 음과 리듬이 엉망이지요. 손가락은 마음대로 움직여 주지도 않고요. 그래도 꾸준히 연습하다 보면 원곡에 조금씩 가까워집니다.
난해한 고전 읽기도 처음에는 여기저기 부딪히고 길이 안 보여 갈팡질팡하다가도 어느 순간 내 앞으로 뻗어 있는 좁은 길이 보이고, 그 길로 계속 걸어가다 보면 적당한 자리에서 생각의 건물을 세울 수 있기도 합니다.
이번 독후감 모임을 함께하시는 다섯 분도 <구토> 때문에 구토가 나올 지경이라고 하시면서도 즐거움이 묻어 있는 걸 보면 마음에 멋진 건물을 세우고 계신 것 같아요.

▲ 구토, 장 폴 사르트르
문예출판사
눈록님도 올 가을에는 어려운 고전 한 권 붙잡아 보시는 건 어떨까요? 읽다 보면 '내가 왜 이걸 시작했을까?' 하는 후회도 있겠지만 그런 시간들도 독서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다 읽어도 좋고, 다 읽지 못해도 좋아요. 누가 압니까. 지금은 읽다가 그냥 덮어두었던 책이 어느 날 다시 펼쳤을 때 정수리를 가르고 또렷한 목소리로 무언가를 말해 줄지도 모르잖아요.
어제는 젊은 여성분이 오셔서 한참을 머무시다가 책을 한 권 사 가셨어요. 남겨주신 방명록을 보니 이렇게 써 있네요.
"마음이 잘 잡히지 않아 힘들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다시 용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책방을 지키다 보면 책을 사러 오시는 분보다 마음에 반창고가 필요하신 분들이 더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책을 사시는 분이나 그냥 둘러보고 가시는 분이나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책방 문을 엽니다.
다음 안부 드릴 때까지 안녕하시기를 빌며 이만 줄입니다.
반달책방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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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토가 나올 지경" 그런 시간도 독서의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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