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가 버거운 나이가 되었다

춘천에서 속초까지 1박 2일 동해안 여행

등록 2026.09.03 09:10수정 2026.09.03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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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의 동해안 여행, 왕복 600여 km의 운전이 가능할까? 겁이 없던 젊음은 갔고 운전이 두려운 세월이다. 8월이 가기 전에 간단한 준비물을 싣고 동해안으로 출발이다. 서두르는 이유는 춘천에서 닭갈비 점심을 하기 위해서다. 보슬비가 내리는 중앙고속도로에 올랐다.

척산 온천에서 피로를 풀고


길게 뻗은 길은 먼산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서서히 피곤할 무렵에 도착한 춘천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호수를 품은 도시가 그랬고, 서서히 흐르는 삶이 그래 보였다. 맛깔난 감자 빵을 사들고, 소양댐방향으로 길을 잡아 도착한 닭갈비집, 대기 순번이 54번이란다. 여전히 맛이 있는 모양이다.

몇 년 전 자전거여행 중에 찾아낸 유명 닭갈비집, 순번이 50번이었다. 간신히 주차하고 기다리자 얼른 들어오란다. 많은 테이블은 기다림을 줄여주는데, 역시 맛은 있었다. 순식간에 음식이 제공되고, 불에 익어가는 닭갈비는 그럴듯했다. 매콤함에 질기지 않은 부드러운 맛이다.

소주 한 잔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 아이들이 생각났다. 아비의 둘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어두운 눈으로 택배신청을 하고 배를 불린 오후, 나른한 몸을 이끌고 속초로 향했다. 소양호를 따라 달리는 여행길은 한가했다. 굽이굽이 삶이 서린 골짜기는 한가했다.

춘천 닭갈비 춘천하면 떠오르는 맛, 춘천 닭갈비다. 어렵게 찾아간 맛집은 대기 순번이 54번이었으니 여전히 맛을 고수하고 있는 집이다. 자전거 여행중에 찾아낸 맛집, 매콤함에 부드러우면서도 묵직한 맛을 얹어주는 풍성한 닭갈비였다.
▲춘천 닭갈비 춘천하면 떠오르는 맛, 춘천 닭갈비다. 어렵게 찾아간 맛집은 대기 순번이 54번이었으니 여전히 맛을 고수하고 있는 집이다. 자전거 여행중에 찾아낸 맛집, 매콤함에 부드러우면서도 묵직한 맛을 얹어주는 풍성한 닭갈비였다. 박희종

백담사에 두고 온 추억을 찾아볼까 생각했지만, 시간을 핑계 삼아 도착한 용대리 황태마을은 예전과 같지 않았다. 아름다운 황태덕장을 보고 싶어 겨울이면 찾던 곳이다. 멋진 눈 쌓인 덕장을 보고 수채화 소재인 파도를 찾으러 고성으로 향하던 길목이다. 사람들이 북적이고, 축제가 가로막던 용대리가 아니었다.

썰렁함에 미시령을 넘어 만난 속초, 역시 설악은 대단했다. 안개와 바위가 어우러진 풍경은 도대체 포기할 수가 없다. 눈과 마음까지 호강하며 찾은 속초 관광수산 시장은 회를 뜨기 위함인데, 중앙시장은 맛으로 승부하며 사람 사는 곳이었다. 떠밀려 다녀야 하는 관광수산시장은 오늘도 살아 있었다. 어렵게 찾은 단골 횟집 사장님은 돈을 벌었는지 거만스럽다. 살 테면 사라는 몸짓에 발길을 돌리고 말았다.


시장을 벗어나 고단함을 풀어내고 싶었다. 근처의 척산 온천을 지나칠 수 없어서다. 따스한 온천수는 언제나 푸근했다. 따스함과 고단함을 함께 맞이한 온천수는 다시 오라는 손짓이다. 그간의 피로를 한꺼번에 두고 나온 설악은 역시, 대단했다. 어둠이 내리는 설악은 서서히 몸을 감추며 내일을 기약했다. 추근대는 빗줄기를 맞으며 도착한 숙소, 사람도 적당하고 조용함이 내려 소주맛을 한껏 돋워준다.

소주래야 아내와 한병, 언제나 여행을 하는 이유다. 간단한 소주 한 잔에 회 한 점, 여기에 무얼 더한단 말인가? 중심이 돼야 하는 회보다 잡다한 반찬이 우선이고, 맛보다는 돈으로 승부하는 횟집을 피하는 이유다. 온천수가 몸을 녹여놓았고, 소주 한 잔이 주물러 놓았으니 잠을 자야 했다. 쉼도 없이 잠을 청해야 했다.


죽음보다도 긴 잠을 자고 일어난 설악은 아침을 알려준다. 오랜만에 마신 소주 한 잔은 모든 것을 잊게 했다. 늙음에 오는 불안함도 그리고 서두름도, 허해진 마음까지 멈춘 하룻밤의 세월은 고희를 넘긴 세월임을 알려준다.

속초 막국수를 먹고 갈까, 그냥 갈까는 늘 고민이다. 맛깔난 맛집, '진미 막국수'는 11시나 되어야 하니 기다리는 시간이 아까워서다. 동해의 푸른 물은 봐야 하지 않을까 해서 서둘러 설악해변으로 향했다. 잔잔한 파도가 아닌 깊은 파도가 넘실댄다. 젊은이들이 서핑을 즐기는 모습, 한 번쯤 해 볼 나이였으면 하는 아쉬움이다.

속초 관광수산 시장 사람에 밀려다니는 곳, 속초 관광수산 시장의 모습이다. 모든 것이 맛으로 승부하는 곳, 사람들이 살아 숨을 쉬는 곳이다. 맛을 따라 줄을 서고, 사람에 밀려 다니는 시장엔 그럴듯한 다양한 맛이 존재한다. 나른한 몸을 추스리고 싶으면 찾아가는 시장엔 언제나 활기가 넘쳐흐른다.
▲속초 관광수산 시장 사람에 밀려다니는 곳, 속초 관광수산 시장의 모습이다. 모든 것이 맛으로 승부하는 곳, 사람들이 살아 숨을 쉬는 곳이다. 맛을 따라 줄을 서고, 사람에 밀려 다니는 시장엔 그럴듯한 다양한 맛이 존재한다. 나른한 몸을 추스리고 싶으면 찾아가는 시장엔 언제나 활기가 넘쳐흐른다. 박희종

추억의 여행길은 고단했다

사람은 즐기려고 살아가는 듯이, 자전거를 타고 서핑을 하며 캠핑을 즐긴다. 와, 싱싱한 젊음이 부럽고도 아쉽다. 파도에 마음만 실어 보내고 파도에 밀려 낙산사를 찾았다. 양양여행에 오징어 한축이면 고급진 여행이었던 시절, 그리움을 안고 떠난 추억의 여행지다. 입구부터 차량이 붐비는데 낙산사의 풍경은 아름답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맑고도 하얀 햇살이 바닷물에 부서지고, 덩달아 불어오는 바람은 시원함을 실었다.

몇 년 전의 화재에도 불구하고 번듯한 건물과 자연과 어우러진 풍경은 동해안의 명소라 해야 옳다. 한가하게 돌아보는 절집엔 여전히 여행객들이 붐빈다. 아름다운 절집의 화재, 큰 아픔이 남아 있는 곳이다. 종이 타다 남은 흔적과 석가래의 아픔은 아직도 잔인한 흔적으로 남아있다. 화재의 아픔을 뒤로하고 낙산사를 떠나 주문진으로 향한다. 주문진, 동해안의 어업의 전진기지 같은 곳이다.

주문진도 썰렁한 분위기는 여전하고 상인들만 분주하다. 살아있는 활어 따라 활력이 넘치는 상인들, 여행객 발걸음은 뜸했다. 짭조름한 양념에 구워낸 고등어 한 토막, 입에 힘을 넣어주는 신나는 맛을 포기할 수 없다. 고등어 몇 마리에 오징어를 살까 말까 망설이는 이유는 오징어 값이 너무 비싸서였다. 고등어 몇 마리를 사러 주문진에 온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들을 보고 싶은 추억 때문이다.

양양 낙산사 의상대 동해안의 유명 관광지, 낙산사 의상대의 풍경이다. 인공물과 자연이 오묘하게 어우러지는 낙산사, 몇해전의 화재로 인한 상처를 딛고 아름답게 재 탄생한 모습이다. 동해의 푸른 물결이 배경되어 아름답게 자리한 낙산사는 부산함과 한가함이 공존하는 넉넉한 절집이다.
▲양양 낙산사 의상대 동해안의 유명 관광지, 낙산사 의상대의 풍경이다. 인공물과 자연이 오묘하게 어우러지는 낙산사, 몇해전의 화재로 인한 상처를 딛고 아름답게 재 탄생한 모습이다. 동해의 푸른 물결이 배경되어 아름답게 자리한 낙산사는 부산함과 한가함이 공존하는 넉넉한 절집이다. 박희종

메밀국수를 포기할 수 없어 향한 곳은 봉평이었다. 가산 이효석이 생각나고, 하얀 메밀꽃이 그리운 고장이다. 과연 그곳의 맛은 여전할까? 봉평에서 만난 맛있는 막국수에 비해 주변환경이 불편했다. 가산 이효석의 문학보다는 막국수가 우선인 봉평이었다. 씁쓸함에 안타까움을 안고 나서는 길가에도 여전히 메밀꽃은 말이 없다. 먹거리만 흥건하고, 문학가의 흔적은 오간데 없음에 지자체를 탓해본들 달라지는 것이 있을까?

할 말을 잊고 베이스캠프로 돌아오는 길, 고희의 늙음은 쉽지 않음을 알게 한다. 동해의 맛과 멋은 늘 늙어가는 몸을 그냥 두지 않는다. 나는 몇 해나 더 버티며 동해를 넘나들 수 있을까? 짧은 동해나들이는 많은 추억을 주었지만, 고단함을 이겨내기엔 벌써 버거운 세월이 되었다.
#여행 #춘천 #속초 #주문진 #봉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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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무렵의 늙어가는 청춘, 준비없는 은퇴 후에 전원에서 취미생활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면서, 가끔 색소폰연주와 수채화를 그리며 다양한 운동으로 몸을 다스리고 있습니다. 세월따라 몸은 늙어가지만 마음은 아직 청춘이고 싶어 '늙어가는 청춘'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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