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적 이성의 회복을 추구하는 부정기 사회비평지"를 자임하며 1983년 9월 <민중>이 창간되었다. 이 시절은 전두환의 독기가 한창 일 때이다.
제호 '민중'은 당시 '금기어' 또는 '불온'의 어휘였다.
발행인 함영회, 발행처 도서출판 청사이다.
창간호는 특집 '칠십년대, 그 모순의 극복을 위하여', 시사논단 '한반도는 초강국들의 '핵불로'가 되려는가', 장편 연작시 '회복기' 등이 실렸다. 변형윤·이영희·김진경·이한구 등의 논설이 돋보인다.
청사 편집실 명의로 된 창간사다.
끊임없이 깨어나고자 하는 독자에 대하여 출판사가 답례해야 할 기쁨의 선물은 독자가 목말라 하는 지식, 논리, 감수성을 독자적인 방식으로 독자에게 바치는 일일 것입니다. 그 기쁨의 작업으로 저희 출판사가 새로이 시작한 것이 여기 펴내는 부정기 사회비평지 <민중>입니다.
저희가 <민중>을 편집함에 있어 길잡이가 될 몇 가지 기본적 관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하나, 자유와 평등이라는 보편적 가치에 대한 관심입니다. 자유와 평등은 상호배타적인 것으로 이해되기도 하지만 사실은 상호보완적입니다. 불평등은 독점과 전횡을 표현하는 것으로 자유를 제약하며, 반자유는 평등을 무의미하게 합니다. 평등은 자유를 보장하고 자유는 평등의 의미를 보장합니다. 양자는 실천적으로 철저한 보완관계에 있다는 것입니다.
둘, 민족내적 자유와 평등을 요구하는 민주지향적 가치에 대한 관심입니다. 이는 이 땅에서 재산과 권력의 독점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말합니다. 독점은 인간의 선량한 능력의 실현이 아니라 이기적 지배욕의 구체화일 뿐입니다. 독점과 전횡은 정치·경제·사회·문화적 효율을 증진하는 것이 아니라 약화시킵니다. 민주사회의 실현은 소외층 뿐만 아니라 지배층에게도 인간성을 회복케 해줄 것입니다.
셋, 민족 간의 자유와 평등을 요구하는 민족 지향적 가치에 대한 관심입니다. 이는 우리 민족내의 재산과 권력에 대한 타민족의 침해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말합니다. 타민족의 침해도 민족내적 독점·전횡과 같은 성질의 것입니다. 또 이는 현대 제3세계의 종속이라는 보편성을 갖는 동시에 우리 민족이 극복해야 할 특수문제이기도 합니다.
넷, 민족내적 독점·전쟁과 민족외적 침해는 이해를 같이 하기 쉽다는 데 대한 관심입니다. 세계사, 특히 현대 제3세계의 역사와 현실에서 이는 명백히 나타납니다. 세계적 지배욕에 사로잡힌 세력들은 약소민족 내에서 지배를 위한 매개체를 필요로 하는데, 예외 없이 민족내적 독점·전횡 세력을 주목한다는 것입니다.
다섯, 민족외적·민족내적 자유와 평등을 실현할 주체로서의 민중에 대한 관심입니다. 민중은 사회구조적 위치로 보아 민족내부의 보편적 이익에 가장 충실할 수 있는 세력입니다. 특권적 혹은 특권지향적 사람들은 기득권에만 집착하기 때문에 사회적 전진에 역행하기 쉽습니다. 민중 특히 자각적 실천적 민중만이 이 시대 이 민족의 주체로서 유이한 희망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중>은 저희 출판사로서 처음 시도하는 출판형식이기 때문에 편집체계와 구성에서 미숙함과 빈약함을 도처에서 드러낼지 모릅니다. 그러나 독자와 함께 숨 쉬고 깨우치며 독자의 지적 요구를 앞서 반영하려는 저희 청사가족의 정열이 식지 않을 것이므로 <민중>은 한걸음씩 새롭게 발전해 나아갈 것입니다. 이 책을 읽으시는 분들의 거침없는 질책 그리고 협조의 손길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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