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치지 않은 마음부터 먼저 무너진다.
박유하 시인(디지털 포엠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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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깨는 윗부분이 먼저 벙글면 대를 베어낸다. 참깻대를 모아 비닐하우스에서 말린다. 이것은 누가 알려준 지혜가 아니다. 해마다 처서가 지나면 반복되는 일과다. 참깨 단은 두 번 턴다. 가을걷이는 끝이 없다. 참깨 털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작은 것은 물이면서 불일 텐데, 침묵을 두르고 있다. "뾰족하게 내민 입술" 같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고쳐지지 않는 마음은 올해 미수를 맞은 어머니의 몸속에 들었구나. 벌레와 짐승과 사람이 뒤엉켜 사는 곳이 농촌인데, 나는 이제 너무 멀리 와 버렸다. 가을에는 두꺼워지는 어둠만 있는 게 아니다. 사람의 발길이 닿기 어려운 곳에는 말도 할 줄 알고 노래도 부를 줄 아는 밤나무도 있을 것만 같다. 아, 고쳐지지 않는 마음이 잘 보이는 초가을, 아직 살아 있다고 말하는 몸의 신호임을 알겠다. (이병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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